네이버는 27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1조 131억 원, 영업이익 2823억 원, 당기순이익 1980억 원이라고 밝혔다. 3분기 매출은 라인 등 해외 매출과 모바일 광고 매출의 성장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20.5%, 전분기 대비 2.6% 증가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7.6%, 전분기 대비 3.5% 늘어났다.

▲ 출처=네이버

고무적인 네이버
현재의 네이버 성장세는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해외 매출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24.7%, 전분기 대비 6.0% 증가한 370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7%에 달했다. 라인주식회사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6%, 전분기 대비 6.1% 증가한 359억 3000만 엔이다.

전체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은 64%, PC는 36%로 나타났다. 모바일로의 이행도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지난 3분기에도 지속적인 콘텐츠 확대와 오픈 플랫폼 강화를 위한 노력들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며, “네이버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등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의 진짜 실력은 글로벌과 기술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먼저 글로벌이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내년 3월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등기이사는 유지하면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김상헌 대표도 내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후임에는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부사장이 내정됐다.

이해진 의장은 유럽 시장 개척을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다. 사실 이해진 의장의 행보는 성공적인 라인 상장과 더불어 최근 있었던 K-1펀드 참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라인을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전개하는 한편, 지난 9월 프랑스 문화권력과의 만남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네이버는 당시 소동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플뢰르 펠르랭(Fleur Pellerin)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전문가 앙투안 드레쉬(Antoine Dresch)가 설립한 Korelya Capital(코렐리아 캐피탈)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 1’에 출자 기업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와 라인이 K-1 펀드에 각각 5000만 유로씩, 총 1억 유로를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라인 상장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가 화수분이 되어 제2의 라인과 스노우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이라는 화두가 정해지며 의장직까지 내려놓고 집중하는 이해진 의장의 행보가 겹친다. 결론적으로 네이버의 진짜 실력은 글로벌과 화수분이 될 네이버의 시너지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대목에 있다.

김상헌 대표가 물러나고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부사장이 등장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사실상의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이 역시 제2의 네이버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보여준다. 엠파스 검색사업본부장 등 IT업계에서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쌓은 후 2007년 네이버에 합류한 한성숙 서비스 총괄부사장은 현재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브이 라이브(V LIVE) 등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추진하고 네이버의 모바일 전략, 스몰비즈니스에 전념하기도 했다.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의 승인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며 김상헌 대표는 한성숙 내정자가 앞으로 차기 대표이사직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고, 이후에도 경영자문으로 남는다.

▲ 출처=네이버

기술적 측면에서도 네이버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24일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에서 네이버는 기술 본능을 보여줬다.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의 미래가치가 글로벌과 더불어 ‘기술’에 있음을 명백하게 선언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기술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국내 개발자들을 지원해나가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DEVIEW 2016을 통해 네이버가 규정한 기술적 베이스는 인공지능이다.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네이버의 송창현 CTO는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 ‘Ambient Intelligence(생활환경지능)’을 소개하며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네이버랩스를 주력으로 삼아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해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뜻이다.

대화형 AI 엔진인 아미카(AMICA)가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칩셋인 아틱(ARTIK)에 탑재된 것으로 확인되며 추후 네이버가 제2의 구글을 노린다는 정확한 단서로 보여진다. 중장기적 프로젝트인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연구도 눈길을 끌었으며  통역앱 파파고, 자연스러운 음색을 구현한 음성합성 기술과 수년간 축적해온 웹엔진 기술을 적용한 네이버의 브라우저 웨일(Whale)의 티저 등도 소개됐다.

▲ 출처=네이버

낙관은 무리지만..길은 보였다
네이버의 호실적과 기술 중심의 스탠스는 분명 고무적이다. 이를 통한 생태계 전략에 본격적으로 집중하는 한편 나름의 방법론을 찾는 본능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일단 길은 보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글로벌과 기술에 집중해 네이버의 몸집은 아직 미비하며, 국내에서의 장악력과 폭발력을 얼마나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의 선택과 집중을 비롯해 조직의 쇄신을 거치며 새로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 완성도를 더욱 고도화시키는 작업의 어려움과 함께, 네이버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