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발표된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택 임대 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과세 대상에서 면제해주는 특례 조항을 2018년 12월까지 연장한다. 지난해 3월 정부가 2.26 부동산 대책에 이어 발표한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보완조치’ 내용 중 필요경비율 상향(45~60%)과 임대소득공제(400만원)가 적용됨에 따라, 별도의 소득이 없는 순수 생계형 주택임대소득자의 경우 최대 100만원가량의 납세액 증가를 면하게 해주고(단일 세율로 분리 과세), 이조차 2016년까지 유예해 주기로 한 것인데 주택 시장 안정화라는 명분 탓에 세금을 내지 않는 기간을 2년간 더 연장해준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안 심사가 임박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밀도 있게 논의 중이다. 어렵게 다시 지핀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정의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물론 일몰 기간이 명시된 이상 당국의 원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유예 연장을 주장하는 명분보다 이제는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게 하는 명분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우선 임대소득 과세로 인해 발생하는 세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분리 과세와 종합 소득 과세의 기준점이 되는 연간 2000만원의 소득은 12개월로 나눴을 때 약 166만원이 된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성남 판교 등을 제외하고 주택 1채를 세 놓았을 때 월세로 166만원을 받는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월 165만원의 임대 소득을 올리는 집주인이라 해도 필요경비율과 임대소득공제를 적용받으면 1년에 60만원 정도 세금을 내게 된다. 1개월에 5만원 꼴이다.

임대 수익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주택 보유자로서 주택 임대소득(수입 금액) 연간 2000만원 이하이면서 별도 소득 없이 연 6%의 수익률을 얻고 있는 집주인이 그동안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었다면, 납세액이 발생하면서 0.46%의 수익률이 하락해 5.54까지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발표된 보완 조치 내용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하더라도 필요경비율(60%)과 임대소득공제(가칭, 400만원)가 적용되면서 최대 0.17% 까지만 하락해 5.83% 이상은 유지되는 것이다. 연 5%의 수익률을 얻는 것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소득세를 내지 않던 임대인이 최대 150여만원을 내게 되면서 0.38%의 수익률이 날아가는 셈이었지만, 정부의 보완조치 내용에 따라 필요경비율과 기본공제를 적용하자 최대 56만원까지만 내게 되므로 0.14%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임대 소득자들의 실제 수익률에는 과세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월 150만원을 받는 집주인이 월 4만원의 세금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속칭 생계형 주택 임대 사업자에게 그렇게 큰 부담이 되는지, 더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법망을 피해 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월세가 징수되려면 확정 일자나 임차인 소득 공제 관련 자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보증금이 거의 없는 순수 월세의 경우 보증금을 후순위 권리자보다 우선 순위로 변제받을 수 있는 확정 일자를 세입자가 받아 두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외국인이나 개인사업자와 임차 계약을 맺는 경우 임차인이 소득 공제를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이 자진해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소득세 과세의 사각 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반전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세 9~10억 하는 강남 아파트(59㎡)에서 보증금 2억/월세 150만원에 계약한 상태라면 2018년 12월까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는 것인가. 전세 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 시 적용되던 ‘전용 85㎡ 이하로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 수 산정 제외’ 특례조항도 마찬가지로 2년 더 유예한다고 한다. 전세를 수십 채 놓고 있는 집주인이라 해도 역시 2018년 12월까지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게 된다.

급격한 월세화. 일각의 구호로만 여겼던 이 일이 2014년 이후 현실이 돼버렸다.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있던 은행권과 부동산 정보 업체, 건설업계의 과도한 전세난 부풀리기와 언론 플레이로 전세 임대인들은 대부분 보유 중인 주택을 월세로 돌렸다. 전세값이 오른다고 떠들면 실수요자들이 매수 수요로 돌아서면서 신규 아파트 분양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 위험한 언행이었고 결과는 급격한 월세화로 돌아왔다. 월세 전환이 선진국형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해도 급격하게 변하면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통계 인프라와 객관적인 자료 수집 과정은 일제히 생략됐다. 아니 노력해도 도저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시장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필요한 자료는 월세 통계인데, 집값이 얼마인지에 대한 통계밖에 없으니 부동산 정책 수립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월세 자료를 원하는 수준만큼 추출하려면 임대 소득 과세를 통하는 수밖에 없다.

월세에 세금을 물리면 그만큼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는 주장도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부분 시장과 지역별로 공급이 지나치게 많거나 슬럼화가 진행되는 곳은 임대소득 과세에 의해 발생하는 세금액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월세가 떨어지거나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곳에 소득 과세를 해봐야 월세가 오를 리 만무하다.

주택 임대 소득 과세는 일몰 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 바로 해야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근로 소득, 금융 소득, 자영업 소득에 모두 세금이 붙는데 자산 소득인 주택 임대 소득에 세금이 없다는 것은 형편에 맞지 않는다. 지금 못 하면 2년 후에 시장이 침체기라면 또다시 부동산 부양을 위해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 뻔하다. 시장의 변화, 당국의 조세 행정 원칙에 맞게 정부가 다음 달 올릴 소득세법개정안의 관련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