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감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있은 후 아말감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수은이라는 중금속으로 인한 인체의 유해성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리고 비심미적인 아말감 특유의 금속색은 치아색이 나는 심미 재료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재료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레진과, 잘 들어보지 못했을 만한 글래스아이오노머시멘트(Glass Ionomer Cement, 이하 지아이시멘트)이다.

아말감의 대체재로서의 시작은 레진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초창기 레진은 가능성만을 보여준 것일 뿐 여러 단점으로 인해 신뢰받을 만한 재료가 아니었다. 그 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점차 현 시대의 레진에 비슷하게 변해 갔다. 치아에 붙을 수 있는 접착성, 치아와 유사한 심미성과 구치부에서 버틸 수 있는 강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즈음 1970년대에 비로소 지아이시멘트가 개발되었다.

시멘트란 일반적으로 물 또는 용액으로 반죽했을 때 단단히 굳어져 교착제 또는 접착제의 구실을 할 수 있는 무기질 물질을 의미한다. 치과에서의 시멘트 또한 파우더와 용액을 반죽해 사용하며 굳었을 때 단단해진다. 그래서 치아에 수복물(크라운, 인레이 등)이나 교정장치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며, 낮은 자극성과 낮은 열전도성으로 치아 내 신경을 보호하고 충치를 제거하고 생긴 깊은 구멍에 바닥을 다지는 용도로 사용한다. 또한 시멘트만으로 충치로 생긴 구멍을 메우기도 한다.

시멘트는 20세기 초부터 인산아연시멘트, 산화아연 유지놀 시멘트, 인산실리케이트 시멘트들이 개발되어 사용돼 왔다. 인산아연시멘트와 산화아연 유지놀 시멘트가 널리 사용되어 왔는데 이 시멘트들은 높은 산도로 인한 치수의 자극성, 치아와 접착하지 않으며 타액에 대한 높은 용해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40여년 전부터 높은 생체적합성과 치질과의 결합성이 요구되어 폴리아크릴릭산을 바탕으로 하는 시멘트가 개발되었다.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지아이시멘트이다. 초창기 지아이시멘트는 전에 칼럼에서 다룬 적 있는 치경부마모증을 치료하기 위한 재료로 개발되었다.

지아이시멘트는 기본적으로 시멘트이기 때문에 분말과 액체의 형태로 되어 있다. 액체는 폴리아크릴산과 이타콘산이 2:1로 혼합된 47.5%의 수용액이다. 분말은 불화규소산칼슘유리 (Calcium Fluoroaluminosilicate Glass)로 이루어진 최대 13~19μm 크기의 입자를 가지고 있다. 갑자기 나온 화학 용어에 놀랄 수도 있지만 파우더 성분의 기본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김에 들어 있는 방습제인 실리카겔이다. 이것에 불소와 칼슘을 첨가해 만든 형태이다. 불소 성분을 첨가한 이유는 시멘트가 굳은 후 불소가 지속적으로 방출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불소가 치아의 칼슘과 치환되어 충치에 저항력을 높여 충치의 재발을 막아준다.

지아이시멘트의 치아의 결합력은 화학반응으로 인해 생긴다. 액체에 있는 폴리아크릴산의 카르복실기가 치아의 2가 양이온인 칼슘과 반응해 이온결합을 한다. 치아의 결합력은 10MPa 이하로 레진에 비해 1/4~1/6 정도로 약한 편이다. 강도는 레진에 비해 1/2~1/4 수준으로 성인의 구치부에서 쓰이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또한 마모 저항성이 낮아 레진에 비해 잘 닳는다.

색상은 현재 많이 개선되어 치아에 맞는 다양한 색상이 있으나 심미재료인 레진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연마를 했을 때의 표면의 활택도도 레진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만한 장점이 있다.

지아이시멘트의 가장 큰 장점은 보험이 적용되는 충전재료라는 것이다. 아말감에 비해 강도는 낮지만 수은이 없고 인체친화적이며 심미성이 뛰어난 보험재료이다. 보험의 적용으로 수가의 70%를 건강보험 공단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레진 대비 이용이 1/7~1/10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또한 굳었을 때 수축하지 않고 산부식으로 인한 치수자극이 없기 때문에 과민증의 발생이 거의 없다. 치료 과정도 간단하기 때문에 치료의 결과가 일정한 편이다. 그래서 성인의 치경부마모증에서 주로 사용된다.

적절한 치아와의 결합력과 낮은 용해도, 얇게 폈을 때의 낮은 필름 두께로 보철물을 치아에 고정하는 합착제로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게다가 레진을 이용한 레진강화형지아이 시멘트는 레진시멘트와 함께 시멘트를 양분하고 있다. 각각의 용도에 따라 레진강화형지아이 시멘트와 레진 시멘트의 용도가 나눠져 대부분의 치과는 두 가지 시멘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유구치의 충전재로서도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저렴한 비용과 적절한 강도, 다루기 힘든 어린아이에게 빠른 치료로 레진 대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단 낮은 결합력으로 인해 전치부에서 사용은 힘들다.

분말과 액체를 섞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으나 믹스하는 사람마다 분액비가 달라지고 믹스하는 능숙도가 달라 일정한 믹싱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파우더와 액체가 캡슐에 담겨 기계로 일정하게 혼합해서 일정한 결과물이 나오고, 더불어 물성도 강화한 지아이시멘트가 나오고 있다. 아말감을 사용하지 않는 치과에서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보험이 되는 충전제이기 때문에 지아이시멘트는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