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패밀리이자 자동차 외장 수리 앱 카닥은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약간 다르다. 분명 스타트업 특유의 호쾌함과 자유분방함을 가지고 있으나 신중하고, 또 다소 느리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최근 3.0 앱까지 출시하며 자신의 길을 우직히 가는 이준노 대표를 만났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예사롭지 않은 운전

카닥은 O2O 기업으로 분류된다. 자동차 외장 수리를 온라인의 영역으로 가져와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이준노 대표는 왜 이 지점을 선택했을까? 이준노 대표는 2001년 닷컴버블이 꺼지던 당시 초고속인터넷 품질 및 속도를 측정하는 회사를 설립했으나 접은 후 201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인생의 변곡점은 사내 벤처 컨테스트였다. 당시 다음에서 사내 벤처 아이디어를 공모했고, 이준노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차량 관련 아이템을 출품했다. ICT 기업에 몸담은 상태에서 자동차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결합시켰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관련 인터넷 카페를 직접 운영할 정도였다고 한다. 카닥의 탄생이다.

그렇게 카닥과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되고, 이준노 대표는 사업의 미래를 철저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따졌다고 한다. 외장 수리 분야, 수입차 부품의 유통, 중고차 직거래 중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외장 수리 분야를 아이템으로 선정한 상태에서 시장의 실태를 파악했다고. 이준노 대표는 “판금도장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인이 필요한 작업이며, 비용의 대부분이 인력비로 계산되는 등 마진율이 다소 높다는 것에 착안했다”며 “대부분의 사업이 지역에서 프랜차이즈로 넘어가 전국적인 사업으로 발전하는 반면, 외장 수리 분야는 아직 그 발전의 속도가 느리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집단이 없다는 것에도 주목했다”고 밝혔다. O2O의 미래방향에 있어 기민한 상황판단이다. 이준노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직 어린 시장”이라는 뜻이다.

사업의 전개에 있어 이준노 대표의 신념은 확실했다. ‘집중과 호흡’이다. 이준노 대표는 “O2O 사업의 경우 대단한 효율성과 혁신을 노리려면 인건비부터 줄여야 한다”며 “결국 O2O에 대한 답은 없는 셈이며, 이를 통한 고객만족은 이뤄지고 있으나 수익화에 대한 단서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O2O 사업 전반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누구나 O2O 사업을 표방하며 기세등등하게 나서고 있으나 소위 후려칠(?) 구석은 인건비 외에는 없으며, 이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카닥은 신중하게, 그리고 천천히 간다. 이준노 대표는 “최근 3.0 앱 출시도 매우 신중하게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며 “제한적으로 사업을 하며 모든 것을 다 해버리겠다는 마인드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앱 3.0은 기존 카닥의 기능에 세차 서비스인 카닥워시를 통합 지원하는 방식). 나아가 “O2O 서비스가 등장했다고 당장 고객들이 몰려올까? 아니라고 본다. 고객만족은 매우 다각적이고 신중하게 다가서야 하며 가격도 저렴해야 하고 커뮤니케이션의 편리성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전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스타트업 조직? 조직이 필요한가?”

카닥의 CS(고객만족)조직 개념은 매우 특이하다. 사실상 전 직원이 CS를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모든 권한을 직원에게 준다. 여기에서 이준노 대표의 스타트업 조직학을 엿볼 수 있다.

이준노 대표는 “스타트업에 있어 조직은 필요 없다”고 단언하며 “3, 4명이 전부인 스타트업은 물론 13, 14명 규모의 스타트업에 있어 조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스타트업의 장점 자체가 조직 없이 빠르고 능동적인 행보를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 지점에서 전 직원의 CS조직화도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준노 대표는 “CS조직 스트레스의 원천은 불만을 가진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일상적인 보고는 없애는 것이 진짜 스타트업의 능력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빠르고 기민한 움직임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에게 최대한 권한을 주고 조직의 경계를 허물어트린다. 다만 대외적인 사업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추진하는 대목은 다소 흥미롭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카닥의 고민, 그리고 미래

이준노 대표의 최근 고민은 무엇일까. 회사의 성장은 예상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대목이다. 성장과 수익화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여기서 이준노 대표는 인정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다”며 “일단 성장보다 수익화를 추구하며 안정적인 서비스 토대를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대표와의 인터뷰라면 다소 보기 어려운 대답이다. 아마 대부분 패기 넘치는 얼굴로 “모험을 떠나겠습니다! 성장이 우선이에요!”라고 했을 것이다.

카닥의 중장기적 목표는 무엇일까? 이준노 대표는 밸류에이션 1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준노 대표는 말한다. “우리 서비스는 자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많아야 1년에 1회 사용하는 서비스다. 결국 이 간극을 파고들어 고객의 장기적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직하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