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 전장연구동 전경 / 출처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 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90년대 국내서 인기를 끌었던 갤로퍼·싼타모 등을 개발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불과 10년여 만에 글로벌 시장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했다. 2015년에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100대 부품업체 순위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유례없는 ‘고속 성장’의 배경은 다름 아닌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한국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독일, 인도 등 4개국에 R&D 거점을 운영, 미래차 기술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R&D 네트워크

현대모비스는 전 세계 각 연구소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독립적인 R&D 역량을 키우는 한편 연구거점 간의 상호 협업을 활발히 진행해나가고 있다. 한국에 위치한 기술연구소는 현대모비스의 R&D ‘헤드쿼터’다. 전사적 R&D 로드맵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각종 첨단 시험설비를 갖추고 양산에서 선행까지 원스톱 연구개발활동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약 3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전장, 의장, 샤시, 램프, 제동, 메카트로닉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해외 연구소는 이곳 기술연구소를 거점으로 삼아 현지 맞춤형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중국연구소는 중국 현지 적합형 부품 개발을 담당한다. 지난 2014년 구축한 중국 흑하 동계시험장을 적극 활용해 모듈, 조향, 제동 등 부문의 실차 평가와 설계 개선을 맡고 있다. 인도연구소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을 책임진다.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인 자동차 멀티미디어와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설계에 집중한다. 지능형 차량 개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인도연구소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소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위치한 유럽연구소와 미국 미시건 주의 북미연구소는 자율주행 및 운전자지원시스템, 샤시 분야의 연구를 주도한다. 한국 기술연구소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 현대모비스 전파무향 실험실 (자료사진) / 출처 = 현대모비스

이곳에서는 현지 유명 대학과 산학연구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멀티미디어와 메카트로닉스 부문에 대한 현지 적합성 평가를 진행한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다임러, PSA,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는 현지 사양 제품들에 대한 연구개발도 전개해나가고 있다.

미래차 시장 선점, R&D에서 시작된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R&D 거점을 전진기지로 삼아 미래 지능형 자동차 기술을 선점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우수 연구인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R&D 품질 향상을 위해 연구시설을 대거 확충했다. 인도와 북미연구소를 확장 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위치한 유럽연구소도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또 올해 한국 서산에 자율주행 전용 시험로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춘 대규모 주행시험장을 오픈해 글로벌 R&D 활동에 탄력을 더할 전망이다.

글로벌 R&D 거점의 연구인력도 충원한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콘티넨탈과 TRW 등 글로벌 부품사에서 경력이 풍부한 임원급(Director) 연구원들을 영입했다. 이들은 북미와 유럽연구소에서 각각 자율주행과 DAS, 샤시기술 부문의 선행연구를 이끌며 현지 우수인력 확보에도 힘쓸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전 세계 R&D 거점의 현지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R&D 투자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3년 수소연료전지차 핵심부품 양산에 성공하고, 이듬해 레이더와 센서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과 무인자율주차 기술을 대중에 선보인 바 있다. 이미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구현의 기초가 되는 SCC, LDWS, BSD, AEB 등 DAS 기술을 개발해 양산하고 있다. 2016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이들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 현대모비스 모의충돌시험 장면(자료사진) / 출처 = 현대모비스

이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기술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내연기관 대체 기술 완성도를 높여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2016년 6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내 부품사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2020년 이후 자율주행기술 양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가 구현할 자율주행기술은 레벨 3단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0~4로 나뉜다. 레벨3은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가 손과 발을 자유롭게 두면서 고속도로 주행과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주행 상황을 주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특징이다. 위험 상황이나 자율주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핸들이나 브레이크를 조작해 수동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한편 신입사원 대부분을 연구개발본부로 배치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월 2016 상반기 대졸공채 152명 중 84명(약 55%)을 연구개발본부에 배치했다. 이들 중 20% 정도는 컴퓨터 관련 학과 출신의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300~400명가량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이 중 연구개발 부서에 발탁된 인원 비율은 2011년 34.9%, 2012년 41.8%, 2013년 52.2%, 2014년 50.4%, 2015년 53.6%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그리는 미래의 출발점이 ‘R&D’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