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코딩교육이 의무화된다. 나아가 ICT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각자의 노력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코딩교육이 “암기위주로 돌아가는 현재의 교육 상황에 얼마나 어울릴까?”라는 질문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밍은 사유의 영역이며, 주입식 교육의 카테고리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션블루의 홍제훈 대표를 만났다. 스마트 블록 모블로의 아버지인 그는 주입식 코딩교육의 한계를 절감하고, 입체적 방식의 사고방식을 녹아내야 진짜 코딩교육의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속성으로 컴퓨터 언어만 가르친다고 없던 프로그래밍 센스가 생길까? 홍제훈 대표는 답을 알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모블로의 가치는 어디에?” 홍제훈 대표는 1인 기업으로 출발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며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를 겪으며 처음 IT업계에 발을 내딛은 인물이다. 웹사이트 제작을 업으로 삼던 중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인연을 맺었으며 자연스럽게 모블로까지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모블로를 제작하는 모션블루의 직원 숫자는 40명에 달하며(가변적) 다수의 투자를 받는 한편,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자금유치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모블로는 일종의 블록이다. 다만 평범한 블록이 아니라 스마트 블록으로 여겨진다. 레고에 ICT 기술을 덧대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입체적인 장치로 아이들 코딩 교육에 최적의 강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홍제훈 대표는 “아이들에게 코딩교육을 시킨다며 당장 키보드와 마우스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쉽고 편안하게 ICT와 친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블로는 크게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기에 따라 99, 77, 55 버전이 있다. 55버전은 더욱 대중적인 가격으로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본 모블로의 강점은 말 그대로 입체적인 사고의 현실성이다. 하나의 과제를 두고 블록을 조합하는 다양한 길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방향키와 특수키, 각각의 함수와 상황에 맞는 변수들을 조합해 목표에 도달하지만 그 방식은 하나로 정해져있지 않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모블로를 재조합하며 문제해결 및 공간감, 입체적 사고를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1).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1).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모션블루의 현재와 미래” 최근 중국의 텐센트가 미국의 마텔과 협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을 의미할까? 중국의 사정만 고려하면 대강의 방법론이 나온다. 매력적인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기업들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강자들을 자신들의 홈그라운드로 영입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을 잡은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중국의 기업들은 국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경쟁적으로 한류문화 콘텐츠 기업을 인수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자국의 내수시장에 유인하는 방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하다. 그러나 그 규모와 밀접도에 있어서는 분명 차이가 난다.

다만 여기에서 간극이 생긴다. 중국의 기업들이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를 집어삼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기 때문에, 이는 역설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는 약점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준의 콘텐츠 경쟁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하고, 이를 언제든 복제 및 재생산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블로는 다르다. 최근 중국의 이름있는 교육기업 및 관련 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 일체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아무리 자본력이 풍부한 중국 기업이라고 해도 이러한 생태계를 단번에 삼키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리스크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중국을 활용하는 진짜 방법이다. 홍제훈 대표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현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노하우는?" 모션블루의 방식은 대국굴기를 보여주는 중국의 공세에 국내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많은 국내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불나방처럼 중국이라는 파도에 몸을 던지는 상황에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나름의 정체성을 지키는 모션블루의 가치는 분명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모블로의 순수한 강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홍제훈 대표는 “2차원적인 코딩교육과 달리 모블로는 3차원을 아우르는 다양한 고차 방정식을, 놀이처럼 접근할 수 있다”며 “유아교육을 넘어 병원의 재활치료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덴마크의 아이들이 레고대신 모블로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홍제훈 대표에게 지금까지 사업을 전개하며 어려웠던 일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홍제훈 대표는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의외로 ‘정부의 지원’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홍제훈 대표는 “정부 과제의 수혜를 많이 받은 편이다”며 “지금 당장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프로젝트보다 미래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며 착실하게 준비를 하는 것이 정부 과제를 따는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