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신형 그랜저 렌더링 이미지 / 출처 =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네 대였다. 100여명이 넘는 인파와 철저한 보안 속. 이 중 세 대는 신형(IG), 한 대는 구형(HG) 모델이었다.

현대자동차는 10월2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더케이호텔에서 자동차 담당 기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출시 예정인 신형 그랜저의 사전 미디어 설명회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 전체 차량 중 5세대 그랜저(HG)의 디자인을 가장 좋아한다. 전작에 대한 애정 탓에 신작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분히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차별화 성공했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혹시라도 그랜저가 디자인 정체성을 잃지는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 이후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역할(아슬란은 내수 전용 모델이라 제외)을 하는 차다. 'G80을 닮았다‘, ’쏘나타와 비슷하다‘ 따위의 지적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첫 인상은 ‘지나치게 세련된’ 얼굴을 지녔다는 것. 전체적으로 낮은 자세, 섬세하게 디자인된 후드, 운전석 도어부터 사이드미러까지 절묘하게 타고 넘어가는 크롬 장식, 강인한 인상의 헤드램프 등이 눈길을 잡았다.

무의식적으로 ‘닮은꼴’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앞부분에서는 분명 G80의 향기가 난다. 캐스캐이딩 그릴이 적용된 만큼 신형 i30의 모습도 보인다. ‘쏘나타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테일램프가 일자형으로 구성된 것은 기아차 K7에서 만나본 적 있는 형상이다. 덕분에 닷지, 포르쉐, 링컨 등 차량의 ‘뒤태’도 생각났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누군가 뒷모습의 독창성이 부족하다며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의 후면부 디자인 언어는 3세대 모델(1998년)부터 이어져왔다”고 받아쳤다.

결론적으로 그랜저는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차량들의 모습이 얼핏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그뿐이다. 실제 차량을 관람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그랜저가 자신만의 디자인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공간을 경험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 현대차는 이날 신형 그랜저의 외관만 공개했다. 프리젠테이션 시간에 잠깐 확인한 그랜저의 실내는 브랜드의 다른 차량들과 패밀리룩을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 직선을 사용해 최대한 넓어보이는 효과를 내고 각종 공조장치 버튼 등을 대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장착된 아날로그 시계의 위치다. (거의) 대부분 차량들이 시계를 정중앙에 위치시키고 있지만, 그랜저는 센터페시아 위에 있는 디스플레이 화면 오른쪽에 시계가 자리잡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비게이션 오른쪽에 떡하니 시계가 달려있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디자인 과정에서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했으며 실제 타보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현대차 그랜저 HG / 출처 = 현대자동차

‘잃어버린 3조원’ 찾을 수 있을까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음달 출시되는 그랜저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노조 갈등으로 매출 3조원의 손해를 입은 상황에 그랜저의 선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엔진 결함 논란, 리콜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랜저의 상품 경쟁력에 이목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 내부 분위기는 충분히 고무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말을 맡은 현대·기아차 총괄 PM 담당 정락 부사장은 “그랜저는 2016년 9월까지 국내외 누적 판매 185만대를 기록한 현대차의 대표 세단이다. 그랜저가 걸어온 30년의 길은 기술독립의 역사이자 자동차 강국을 향한 도전의 역사”라며 “2세대 모델까지는 미쓰비시와 기술 합작을 통해 탄생됐지만 3세대부터 독자 기술 개발을 통해 제작됐다”고 소개했다.

현대차 중대형 총괄 PM 박상현 이사대우는 “이 차의 개발 목표는 기존 그랜저의 강점을 계승하고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 선호 사양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몇몇 첨단 사양이 신모델에 추가돼 눈길을 끌었다. 블랙박스로 인한 배터리 방전에 대비해 ‘배터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 전동식 세이프티 파워 트렁크,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미러링크, 기존 세 가지(노멀, 에코, 스포츠) 외에 ‘스마트’ 주행 모드 추가, 미세먼지의 실내 유입 방지해주는 고급 필터 확대 적용 등이 인상적이었다.

엔진 라인업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3.0 람다 엔진은 8단 전륜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루고 디젤인 2.2 R 엔진도 8단 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2.4 세타 엔진 차량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될 방침이다.

6세대, 미래를 향한 진화

신형 그랜저에서는 자율주행을 향한 브랜드의 철학도 엿볼 수 있었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처음 적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 스마트 센스'는 운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까지 모두를 위한 보편적 안전과 함께 운전자를 덜 귀찮고, 덜 지루하게 해 줄 수 있는 자동화 기반의 선택적 편의를 추구한다"며 "향후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에 보다 안전한 차량, 궁극적으로 사고 없는 사회를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형 그랜저에는 충돌 위험이 있을 시 제동제어를 통해 충돌 방지를 보조하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이 적용됐다. 차로 이탈 시 조향제어를 통해 차로 유지를 돕는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사각지대의 충돌 위험을 감지해 안전하게 차로 변경을 돕는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도 탑재됐다.

전 세대 모델을 생각하면 획기적인 변화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차량이 보다 능동적으로 운전자를 돕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랜저 역시 다가올 자율주행시대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모델은 사각지역 내 차량을 레이더로 감지해 경고하는 데 그쳤지만 신형 그랜저는 직접 제동·조타 성능에 개입해 안전을 추구한다. 차선을 이탈할 때도 이전 모델은 ‘경고’에 그쳤지만 신차는 스티어링휠 조작에 직접 관여한다. 전방추돌이 감지될 때도 경고등만 켜졌던 5세대 모델과 달리 6세대 차량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이 밖에 주행중 운전자의 피로·부주의 운전패턴을 단계별로 분석해 휴식을 권유하는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주행 중 설정된 속도로 차량 속도 유지를 돕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차량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도 신형 그랜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외관 렌더링 이미지 공개를 시작으로 11월 2일부터 사전계약을 개시하고 고객 대상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신형 그랜저'의 출시 전 다양한 사전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는 '국민 고급 세단'으로 자리잡은 대한민국 대표 고급 세단이자 현대차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모델" 이라며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형 그랜저'가 국내를 넘어 전세계 준대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현대차 신형 그랜저 렌더링 이미지 / 출처 = 현대자동차

“그랜저 IG, 품질 논란 절대 없을 것”

아래는 이날 프리뷰 행사에서 진행된 공식 질의응답 자리에서 나온 내용이다. 현대차 중대형 총괄 PM 박상현 이사대우, 현대 디자인센터 구민철 외장디자인 팀장, 양주웅 현대차 ADAS 개발팀장 등이 마이크를 들었다. 답변자가 질문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제외했다.

Q. 헥사고날 그릴이 캐스캐이딩 그릴로 바뀌었어. 향후 현대차와 제니시스 디자인 어떻게 차별화 되는지. 플루이딕 스컬프쳐 철학은 어떻게 되는지.

A. (구민철 팀장) 그랜저 보면 현대차의 프론트 디자인 전략 알 수 있어. 앞으로 다른 차도 캐스캐이딩 그릴로 통일할 것. i30를 보면 그랜저와 비슷하다는 것 알 수 있어. 제네시스는 더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그릴 형태 지닐 것. 얼굴이 현대차와 제네시스 서로 달라지게 되는 요소.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경우 과거 중요했던 철학이고 지금까지 관련해 디자인을 완성해왔어. 다시 그 철학을 쓴다 안쓴다 할 문제가 아니고 현대차가 그 철학 안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

Q. 미국에서 리콜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는 세타2 엔진이 신형 그랜저 2.4에도 올라가. 특별히 개선한 것이 있는지.

A. (박상현 이사대우) 세타엔진 관련 품질 저하 현상이 발생했던 것은 사과. 2011년 2012년식 미국 공장에서 발생했던 공장 청정도 관련된 사안. 그랜저 IG에 동일한 엔진 장착되는데, 상품성이 일부 개선. 국내 아산공장과 화성공장에서 이를 양산하는데, 청정도·이물질 관리가 완벽한 곳이라 안전. 그랜저 IG만큼은 절대 품질논란 발생하지 않도록 검층 거쳤다고 자부.

Q. 인테리어를 보면 내비게이션이 돌출형인 것처럼 보임. 벤츠, BMW 등이 유행처럼 하는 것인데, 안전에 문제가 있진 않은지. MDPS의 경우 당연히 R타입일 줄 알았는데 C타입이 사용된 이유는.

A. (구민철 팀장) 돌출형 스크린 관련 안전에는 문제 없어. 사람과 거리도 있고 인체에 상해 입히지 않는다는 것 충분히 검증. 막상 차에 앉아보면 인체공학적이고 미래적으로 잘 디자인됐다고 느낄 수 있을 것.

(박상현 이사대우) MDPS 타입으로 R 대신 C타입 선택. 랙이냐 칼럼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차종의 개발 콘셉트와 부합하느냐 여부. 중량이 무겁거나 가혹한 드라이빙 요구하는 차에는 R타입 적용하는 게 맞아. 하지만 그랜저 IG는 고급 패밀리 세단으로 시장을 넓혀가는 것을 고려해 C타입 선택. 그랜저 품질 개선 위해 많이 애를 썼는데 ECU 성능 업그레이드, 조타 정밀도 향상, 기어비 상향시켜 조타 응답성 보완 등 통해 전체 성능 많이 개선. 내부적으로도 C타입 R타입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꽤 해봤는데 결과가 동일했어.

Q. 현대 스마트센스가 처음 적용됐는데 기존 안전 장치랑 차별화 된 건 무엇인지. 현대차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자율주행기술 방향성은.

A. (양주웅 팀장) 대중화된 센서 보급하는 게 목표. 누구나 안전하게 접근성 향상시킬 것. 현대차 2030년까지 자율주행관련 기술은 모두 확보할 예정. 지금도 연구 많이 하고 있고 시범차량운행 등 많이 하고 있어.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데는 충분한 검증검토가 필요. 자율주행 개발하며 나오는 핵심기술들은 단계적으로 양산차에 적용하면서 2~3년내에 원격주차기능, 자동 차선변경기능 등 추가할 것.

Q. 기아차 K7과 파워트레인 동일. 스펙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A. (박상현 이사대우) K7 엔진과 IG 그랜저 엔진 구성은 대동소이. IG 개발하면서 2.4와 3.0, R엔진을 주력으로 확정. 세타엔진과 R엔진의 경우 K7과 출력 동일. 다만 연비 개선 기술이 더 많이 들어간 상황. K7 대비 연비가 3~4% 정도 잘 나올 것으로 예상. 람다엔진의 경우 실사용 영역에서 저중속 토크감을 조금 더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