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휴대폰 카메라)의 진화는 끝이 없다. 현재 진화 단계를 알아보려면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살피면 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최신 폰카들은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도 모자라서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아이폰7은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카메라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패블릿 모델인 아이폰7 플러스의 카메라가 돋보인다. 아이폰7과는 달리 후면에 1200만화소 카메라 2개를 장착했다. 각각 화각이 28㎜와 56㎜다. 전면에는 700만화소 카메라가 들어갔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듀얼 카메라 폰인 셈이다. 듀얼 카메라의 기능은 단순히 여러 화각을 제공하기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초점거리를 조절해 기존 폰카에서는 얻기 힘든 얕은 심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대 2배까지 광학 줌이 구현 가능한 것도 듀얼 카메라 덕분이다. 이미지 처리 속도와 저조도 촬영 능력도 향상됐다.

끝이 아니다. 아이폰7은 광학식 손떨림 방지 기능(OIS)을 제공해 흔들림 없는 고품질 이미지를 얻기 쉽도록 해준다. 조리개 값이 F1.8로 상당히 개방된 편이라서 기존보다 50%의 빛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빛을 끌어모을 수 있는 셈이다. 플래시 기능도 LED를 4개 탑재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 출처=LG전자

LG V20도 폰카의 진화를 실감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시리즈 전작인 V10은 물론 G 시리즈도 ‘전문가 촬영 모드’를 지원했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조리개 값, 셔터 스피드, 화이트 밸런스, ISO 등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모드다. V20도 이 모드를 지원한다.

V20은 아이폰7처럼 듀얼 카메라 폰이다. 후면에 눈이 2개 달렸다. 하나는 1600만화소 28㎜ 화각을 지원한다. 또 하나는 800만화소 10㎜ 화각이다. 광각과 초광각 렌즈를 탑재한 셈이다. 전면에도 화각이 120도인 500만화소 광각 카메라가 탑재됐다. 여러 명이서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7~8명까지도 거뜬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하이브리드 오토 포커스 기능을 넣어 안정적이고 정확한 촬영을 돕는다.

분명 폰카의 성능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카메라 화소 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오토 포커싱(AF)이나 OIS, 수동 모드 등 기존 카메라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엄밀히 말해 폰카가 디지털 카메라를 성능으로 따라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폰카의 핵심 경쟁력은 따로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원스톱 디바이스가 지닌 확장성과 효율성의 강점을 폰카도 지닌다. 비록 스펙이 기존 카메라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추가 앱을 통해 기능을 보강해나갈 수 있다. 유저 입장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새로운 디바이스를 갖추지 않고 스마트폰 하나로 끝낼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이런 강점에 스펙까지 비등해질 경우 기존 카메라들이 설 자리는 더욱 비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VR 생태계 침투, 혹은 적과의 동침

기존 카메라 업체들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비록 강제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오랜 세월 숙성된 광학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에 유동적으로 스며들어 존재감을 과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많은 업체가 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 출처=니콘

니콘은 360도 카메라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올해 4분기에 키미션360을 출시할 예정이다. 4K UHD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30m 깊이의 물 속에서도 작동하는 강력한 방수 기능을 내장했다. 360도 카메라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카메라는 다른 방향으로 도전했다. 처음으로 즉석 사진 카메라를 출시한다. 라이카 소포트(Leica Sofort)가 그것이다. 출시 가격도 299달러 수준으로 기존 라인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아날로그 감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트렌드에 올라탄 셈이다.

라이카는 스마트폰 업체와 손을 잡기도 했다. 올해 2월 중국 화웨이와 광학 기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장기적인 기술 협력을 하기로 했다.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라이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화웨이 P9가 모습을 드러냈다.

▲ 출처=라이카

올리버 칼트너(Oliver Kaltner) 라이카 카메라 대표는 “화웨이와 라이카는 최상의 촬영 기술을 구현한다는 공동의 일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탁월한 카메라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두 회사는 최상의 스마트폰 카메라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명품 카메라 브랜드 핫셀블라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협력했다. 레노버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6에서 모토 Z 시리즈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모토 Z 플레이’와 모듈형 액세서리 ‘핫셀블라드 트루 줌’ 모토 모드를 공개했다. 핫셀블라드 트루 줌을 모토 Z 플레이에 부착하면 10배 광학 줌과 RAW 포맷 촬영 등과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라이카와 핫셀블라드는 스마트폰 업체와 적대하기보다는 협업한 셈이다. 한편 ‘필름 명가’ 코닥은 아예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닥의 첫 스마트폰 IM5는 지난해 출시됐다. 후면 1300만화소, 전면 5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무난한 성능의 보급형 안드로이드 모델이다. 제조는 영국의 전자업체 불리트(Bullitt)가 맡았고 코닥은 브랜드만 빌려주는 방식으로 개발했던 제품이다.

▲ 출처=레노버

최근에는 장기를 살려 카메라 기능이 강화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코닥 엑트라(EKTRA)는 후면에 21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LG전자 스마트폰처럼 전문가 수동 모드를 지원한다. 엑트라는 코닥이 1940년대에 생산한 클래식 카메라에 사용했던 제품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