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희 회사에도 위기관리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여서 위기관리 매뉴얼도 교육하긴 했었는데, 몇 해 뜸하면서 위기관리팀이 거의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위기가 발생하면 실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명무실하다는 자평이 참 안타깝습니다. 어떻게 보면 위기관리팀을 사내적으로 ‘방치’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그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부 위기관리팀원들은 이제 회사 직원이 아닌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은 자신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에 소속되어 있는지도 모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관리 예산 부분을 한번 살펴보죠. 회사에 정해진 위기관리 예산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광의의 개념이라 찾기가 어렵다면,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 보세요. 그리고 그 예산을 가장 먼저 확보하기 바랍니다.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특별하게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한 교육 훈련 예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임직원들에게 의식 고취 차원에서 한두 시간짜리 ‘위기관리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일반교육 예산 몇십만~백만원 정도를 보유한 회사들은 조금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액수나 방식이 회사의 위기관리팀의 기능적 개선을 위한 수준은 아니죠.

몇천만원대의 예산을 임원교육 예산으로 잡아 신임임원이나 고위임원들에게 미디어트레이닝 같은 임원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그룹사들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위기관리팀의 기능 강화와 직접적인 연결을 짓기는 힘들겠습니다.

실제로 아주 일부 자사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같은 훈련 예산을 책정한 기업들도 있지만 그 예산의 규모는 천차만별입니다. 매출이 수 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에서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예산을 약 천만원 정도로 잡아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 비해 매출이 몇천억원 정도인 어떤 중견 기업은 앞 대기업의 그것보다 몇 배의 예산을 위기관리팀 기능 강화 프로그램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매출과 위기관리팀 훈련 예산은 상호 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실행 간격도 해당 위기관리팀 강화 프로그램을 매년 반복 실시하는 기업들이 있는 반면, 2~3년에 한 번씩 잊힐 만하면 진행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정기나 부정기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들은 내부 위기관리 마인드가 어느 수준 이상 존재하는 곳들입니다.

한 시간에 수백만 원대에 이르는 명강사들을 초청해서 ‘인문학’ ‘척추 건강법’ ‘커피 브루잉 기법’ 등의 재미있는 강의를 듣는 기업 임원 프로그램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임원들에게 풍부한 감성과 삶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프로그램은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위기관리 팀을 훈련하는 기회와 예산과 비교해보면 상호 간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기관리 같은 어렵고 따분한 주제는 임원들이 싫어합니다” “가능하면 오늘 임원 조찬 위기관리 강의는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해요. 나중에 재미없으면 저희가 힘들어져서요” “임원분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강의는 40분 정도로 마무리해주시고, 나머지는 질문을 받아주세요” 뭐 이런 사전 요청들이 임원 대상 단순 강의에도 쏟아집니다. 실무자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에서 생각하는 위기관리에 대한 정의나 비중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해집니다.

한번 회사 내에서 ‘위기관리팀을 위한 교육 훈련 예산’이 얼마인지 확인해보기 바랍니다. 위기관리 관점에서 우리 회사가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위기관리팀이 어떻게 작동될지도 상당 부분 미리 예측 가능할 것입니다.

위기관리는 실제 업무 기능입니다. 교양이나 재미로 배울 주제가 아닙니다.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실무 역량 훈련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사의 위기관리 역량을 살펴보고 싶다면 가장 먼저 평소 관련 예산을 잘 살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