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다른 이에게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요구할 때, 메시지 전달이 일방적인 경우에는 항상 ‘저항’이라는 요소를 염두에 둬야한다. 그래서 매스미디어나 콘텐츠, 특히 광고 마케팅은 대중들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달 방법을 강구한다. 그러나 수용자들이 메시지를 전달받는 입장은  셀 수 없이 많은 변수들로 인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약간의 저항은 있게 마련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저항을 최소화 하는 방법론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만드는 전략, 넛지(Nudge)마케팅을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하기 시작했다.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영단어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을 (팔꿈치로) 툭 하고 ‘살짝 건드리다’ 혹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다’ 등이 있다. 2가지 의미 모두 일방적 전달이 아닌 우회적인 접근이나 부드러운 권유의 의미가 내포돼있다. 넛지가 대중적인 용어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시카고 대학 행동경제학 연구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이 공동 집필한 동명의 도서 <Nudge, 2009>를 통해서다. 연구자들은 넛지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배경을 적용했다.

자유와 개입이라는 대조적 개념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끌어낸 이 단어에는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 최소한의 개입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되 그로 인한 긍정적 요인들을 충분히 제시하는 것으로 구현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마케팅의 내용보다 긍정적 요인들에 더 주목하게 되고 선택으로 주어지는 물리적, 심리적 보상을 통해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음을 즐거워 한다. 넛지 마케팅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공익 캠페인 효과의 극대화   
  
넛지 마케팅은 공익 목적의 캠페인부터 상업 광고 마케팅까지 넓은 범위에서 응용된다. 공익 목적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나이키의 농구 골대 휴지통, 폭스바겐의 피아노계단, 그리고  브라질 안전띠 매기 캠페인이 있다.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길가에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생기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나이키는 미국 내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일부 지역의 휴지통에 자사의 로고가 새겨진 농구골대를 설치했다. 실제로 이 휴지통이 설치된 미국의 한 지역에서는 쓰레기 무단 투기율을 눈에 띄게 줄어들며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금지 문구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 출처= Nike

2013년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사람들에게 계단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재미있는 시도를 한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지하철 역 계단을 소리가 나는 피아노 건반으로 만들었다. 밟으면 음계의 소리가 나는 계단에 많은 이들은 재미를 느꼈고 해당 역의 계단 활용률은 66% 증가한다. 이 역시 계단을 활용하자는 직접적인 캐치프레이즈 제안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보이면서, 재미를 통해 공익적 메시지 전달효과를 극대화시킨 사례로 남았다. 여기에서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시청 방향 지하도에는 피아노 계단이 설치돼 있다. 한편,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FIAT)는 92%에 달하는 브라질의 안전띠 미착용률을 개선하기 위해, 택시 승객들이 안전띠를 매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해 상당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상업적 SNS 마케팅 

기업에서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으로도 넛지 마케팅이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롯데제과는 자사 유산균 제과 제품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건강한 체형관리로 잘 알려진 여자 연예인들의 제품 인증샷들을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자사의 제품이 건강한 과자임을 간접적으로 강조했고 해당 제품은 ‘연예인들의 과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편의점 브랜드 GS25는 단독 출시 제품 ‘미니언즈 우유’를 알리는 수단으로 제품을 편의점에서 계산 할 때 바코드를 찍으면 소비자들이 미니언즈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독특한 재미를 추구하는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됐고, 해당 제품은 순식간에 GS25의 인기 상품으로 올라섰다.       
 

▲ 출처= 방송인 예정화/ 레이양 인스타그램

한편, CJ제일제당은 음료 제품 ‘미네워터’ 판매 수익금 중 50원을 아프리카 물 부족 국가들의 식수 인프라를 개선을 위해 기부하는 ‘미네워터 바코드롭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2년 3월부터 약 5년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제품 판매도 증가했고 지난 9월에는 5년 동안 모인 수익금 약 2억 5700만원을 유니세프를 통해 기부했다.

일련의 사례들은 직접적 마케팅으로 구매를 강요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들을 강조하는 넛지 마케팅의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해석의 여지  

넛지 마케팅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석의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마케팅 메시지의 직접적 내용보다는 어떻게 해석되는가, 선택 시에 소비자들에게 어떤 매력적인 보상이 주어지는가가 더 중요하다.  
   
창조경영아카데미 김영한 대표는 “정보 공유의 극대화로 인해 최근의 소비자들에게서는 예전처럼 기업 마케팅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 아닌 나름대로의 해석과 주관적 선택을 강조하는 즉, ‘스마트슈머’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 소비자들을 깊숙하게 관여시키는 넛지 마케팅, 코즈 마케팅 등으로 마케팅의 방향성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