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사업의 핵심쟁점인 내력벽 철거와 조세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동의율 완화만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탄력을 줄 수 있을지 업계와 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집주인의 75%만 동의해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주민동의율이 현행80%에서 75%로 낮춰진다. 주택법상 재개발, 재건축과 같은 비율로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분당 재건축 조합장 "사업기간 6개월 단축될 듯"

이번 동의율 요건 완화로 70% 후반에 동의율이 정체됐던 단지들은 리모델링 추진 과정에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분당 느티마을 3단지 김명수 조합장은 "동의율을 75%에서 80%로 올리는게 어려운 일인데 5%포인트를 낮춤으로써 리모델링 사업 전체기간이 6개월 정도 단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당 한솔5단지 구자선 조합장도 "5%포인트가 실제 미치는 영향은 크다"라며 "무심하던 주민들도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동의율 완화는 '반쪽자리' 완화책"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근본적인 내력벽 철거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업추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을것이란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지난 2013년부터 3개층 수직증축과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을 요구해온 바 있다. 때문에 동의율 완화가 일정부분 효과를 주겠지만 알맹이 빠진 반쪽짜리 완화책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동의율 요건 변경보다는 핵심인 내력벽 철거가 허용돼야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찾을 수 있다"라며 "지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도 "70%대 후반 동의율을 가진 아파트는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내력벽 철거나 조세감면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서야 리모델링 사업이 진척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는 국토부가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 가능성을 두고 단기간에 입장을 번복한만큼 이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리모델링 활성화에 남은 과제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1990년대 준공한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강남구 대치2단지 등 서울 강남권 일대에 포진해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 골조를 남기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회적비용이 절감된다. 단지별 사례별로 다르겠지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공사기간이 2~3년으로 재건축보다 짧다. 비용도 15~20%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곳은 총 47개 단지, 2만9947가구에 이른다. 국가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모든 공동주택 단지를 재건축 할 수 없으므로, 지진 등 재난 안전성 확보, 친환경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라도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특히 올해들어 약 3만가구의 리모델링 단지들이 내력벽 철거 허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지만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단지들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더뎠던 아파트도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내력벽이란 기둥과 함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으로, 철거를 통해 다양한 평면으로 변경이 가능해 리모델링 사업성을 좌우할 핵심요소이다.

이에 내력벽이 철거가 허용되면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에서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였으나 내력벽을 철거시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왔다. 일부 건축학 교수와 구조기술사들도 안전문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업계의 혼란이 가중됐다.

결국 국토부가 2019년 3월 이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고 리모델링 단지들의 인기도 다시 사그러들었다. 내력벽 철거여부가 보류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재건축으로 몰렸다.

이번에는 재건축으로만 관심이 쏠리자 국토부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리모델링협회 측은 동의율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조세문제 해결을 해야 리모델링 사업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멸실되면 조합원에게 재산세 부과를 하지않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 경우에는 재산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이주하더라도 건물의 형태가 남아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공사기간 동안에 실질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금부과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나 정부 측은 세수확보 문제여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