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이후 소비자로 등장한 인도 농민들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한국산 농기계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김응기

현대자동차의 인도 성공신화는 소형차에서 만들어졌다. 연간 65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의 10여 차종 가운데 첫 소형차 산트로(Santro)가 1998년 출시됐고 이후 현지화 첫 모델로 i10 시리즈가 이어졌다. 한화로 600만~7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소형차의 판매호조로 현대차는 인도 자동차시장(연간 판매량 280만대)에서 점유율 2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소형 현대차를 구매한 인도인은 누구인가? 현대차의 인도 성공신화, 즉 인도 경제에서 거대 성장시장을 만들어낸 인도 소비자들은 누구인가? 인도인구 12억5000만명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00달러 남짓이다. 중국의 80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소득수준은 전 세계 180개국 중 138위에 불과하다. 실제로 거리를 오가는 인도인 모습에선 빈곤함이 보인다. 인구의 1/4 정도가 최빈곤 수준이니 당연하다.

그렇다면 어느 계층의 누가 현대차를 구매한 것일까? ‘크레딧 스위스’는 인도 중산층이 2400만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소비시장에서 보이는 소비자그룹은 그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인도 응용경제국가연구원(NCAER)이 말하는 2억6000만명이 중산층인가? 글로벌 소득수준에 의한 중산층은 2400만명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가구 통합소득을 감안한 시장 실질구매력을 갖춘 인도식 중산층은 2억6000만명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인도에서도 낙후된 지역 비하르 주 출신 민하지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수준에서 마이너에 속하는 무슬림계로 편모 밑의 장남이다. 남녀 동생 둘이 있다. 민하지는 지역 칼리지에서 SW 프로그래밍을 배워 2010년 벵갈루루에서 취업했고 그 소득으로 동생들을 교육시켰다. 그로부터 2년 후에 두 동생은 직업학교(ITI)를 마치고 델리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민하지의 가구소득은 월 30달러에서 3년 만에 1500달러로 50배 상승했다.

이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연 500만명 이상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인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인도 극빈층은 경제성장 이후 15% 이상 줄었다. 민하지 가족이 이룬 월 1500달러는 인도 물가로 볼 때 큰 구매력을 갖는다. 이 구매력(PPP)에서 인도가 일본을 앞지르고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이다.

민하지는 동생을 부양할 책임에서 벗어난 이듬해 벵갈루루 입성 4년 만에 자력으로 현대차 i10 소비자가 되었다. 현대차 성공신화는 이들 신(新)소비자들이 있어 가능했다. 소비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민하지는 기존 연봉의 2.5배를 받고 두바이에 취업 이주를 했다. 이후 고향에 송금한 달러는 소작농 홀어머니를 농지 소유의 중농(中農)으로 격상시켰다. 연 900억달러를 인도로 송금하는 세계 곳곳의 3000만 NRI(인도 외에서 거주하는 인도인) 파워의 한 예이다. 이렇게 인도 농촌에도 신(新)소득가구가 생겼다. 농지 소유 이후 추가소득창출로 자생적 소비능력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일본 유학파인 요기는 목재상 가업을 외면하고 외국 기업을 상대하는 여행사 업무를 포함한 종합서비스업을 운영했다. 여기서 취득한 여유자금으로 일본 유학 경험을 살려 뭄바이 인근 신흥성장도시 ‘푸네’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외국 기업에 임대해 월 150만원의 추가소득을 얻었다. 이후 부동산 재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지금은 본업 외 임대소득이 월 2000만원이다. 뭄바이 한국 총영사관의 사택도 요기가 소유한 시내 아파트를 임대해 쓰고 있다.

이처럼 사업소득 외 부동산과 주식 등 기타소득의 급증으로 인도 상위중산층은 2025년 약 1억5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해외여행자 대상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상위중산층 확산은 실제 상황인 것이다.

민하지와 요기의 사례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희귀한 우연이 아니다. 젊은 인도에서 생산가능인구가 확대됐고 이들에게 노동의 기회가 주어져 소득이 높아졌다. 이는 소비 활성화로 연결돼 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선순환이 완성된 것이다. 인도는 나날이 성장 중인 능력 있는 ‘소비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