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홀> 케이트 샌턴 지음, 허수빈 옮김, 영인미디어 펴냄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골라 우리 현실에 빗대며 성공의 지혜를 알려주는 독특한 비즈니스 서적이다. 특히 주인공 앨리스가 토끼 굴에 빠진 상황을 집중 조명하면서 위기에 처했다가 탈출하거나 탈출에 실패한 기업들의 차이점을 소상히 설명해준다.

저자는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토끼 굴’을 탈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팁들을 30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한때 집집마다 책장을 장식했던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 브리태니커 편찬업체의 몰락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 이야기에 비유된다. 동화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의 손을 잡고 달리며 계속 ‘더 빨리’ 가라고 다그친다. 숨이 찬 앨리스는 그 이상 빨리 갈 수는 없었다. 잠시 후 앨리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주변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달리기를 멈추자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서있던 나무 아래에 그대로 있었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이 나라에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달려야 하는 법이란다”고 말한다.

브리태니커도 붉은 여왕과 앨리스처럼 열심히 변하려고 애썼다. 직판수수료로 먹고사는 판매사원들 등쌀에 신기술에 둔감했던 경영진들이 뒤늦게 세상의 변화에 맞춰 CD롬 사전을 내놓았고, 온라인용 백과사전도 제작했다. 브리태니커의 CD롬은 1000달러, 온라인백과사전은 2000달러였다. 하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백과사전 엔카르타를 저가로 출시했고, 머지않아 컴퓨터를 구입하면 얹어주는 무료 서비스화를 했다. 유료 브리태니커가 무료를 이길 수는 없었다.

아마존의 유럽 진출이 한때 난관에 부딪혔던 것은 앨리스와 쥐 한 마리의 만남을 통해 설명된다. 앨리스는 기르던 고양이 디나를 그리워하며 눈물 홍수에서 헤엄치다가 쥐 한 마리와 마주친다. 앨리스는 쥐에게 “제 고양이가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쥐가 물 밖으로 튀어 나갔다. 당황한 앨리스가 이번에는 기르던 개 테리어가 얼마나 쥐를 잘 잡았는지 자랑하자 쥐는 멀리 떠나간다.

아마존도 미국과 유럽 간 문화적 차이에 무신경했다. 아마존이 독일과 폴란드에서 물류센터 개설에 나서자 두 나라는 아마존 진출은 찬성하면서도 물류센터까지 직접 뛰어드는 것에는 반대했다. 현지 고용이 창출된다며 반길 줄 알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아마존은 노조라는 중개자를 기피한다. 노조 결성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독일과 폴란드에서 노조는 기업과 효율적인 사회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이 노조를 인정하려 않자 두 나라 노조는 심한 거부감을 보였고 그 결과 파업으로 이어졌다.

토끼 굴 탈출의 성공사례들도 나온다. 혈류 개선제 실데나필이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이자 화이자는 오히려 생각을 바꿔 블록버스터급 약품 비아그라를 만들어냈다. 조회 수를 통한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기존의 웹사이트 규칙을 무시하고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핀터레스트, 말하는 미어캣 캐릭터 하나로 단번에 인지도를 끌어올린 컴페어더마켓닷컴(Comparethemarket.com)도 대표적 탈출성공 사례다. 재밌다. 기업들의 성패 사례가 풍부해 배울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