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을 향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의지는 여전했다. 지난달 23일 출입기자단 앞에 선 권 부회장은 수차례 1등 의지를 내비쳤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서 1등 신화를 썼던 그는 LG유플러스에서도 1등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현실은 3등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KT를 따라가려면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많은 상황이니 시장은 유동성이 크지 않다. 경쟁사를 추월하려면 가입자를 빼앗아오거나 신사업을 추진해 다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

LG유플러스가 모든 면에서 3등인 건 아니다. 3사 중에 가장 잘하는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분야 중 하나가 휴대폰 다단계 영업을 통한 가입 유치다. 이동통신 점유율 변동을 이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론인 만큼 1등 탈환을 위한 반등 카드로 볼 여지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다단계를 통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55만2800명이다. LG유플러스는 이 방법으로 43만6000명을 모았다. 점유율로 보면 78%에 달한다. SK텔레콤은 5만2000명, KT는 6만6000명이다. LG유플러스 전체 가입자 중에서도 3.7%의 비중을 차지한다. 역시 LG유플러스가 가장 잘한다.

▲ 출처=LG유플러스

분명한 합법, 단통법 이후 다시 고개 들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단계 영업 방식에 대한 선입견이 짙게 깔려있다. 분명 다단계 영업은 합법이다. 1995년에 합법화됐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만 이뤄진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순히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영업 방식을 적극 이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가 가장 먼저 휴대폰을 다단계 방식 판매한 것은 아니다. 합법화와 함께 KT가 먼저 시작했다. 다른 통신사는 뒤를 따랐다. 다만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면서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그 시점이 2002년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에서 다단계 영업은 자취를 감췄다.

이 방식이 다시 고개를 든 건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다. 통신사들은 다단계 영업을 적극 활용해 단통법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다. SK텔레콤이든 KT든 LG유플러스든 가리지 않고 이에 가담했다.

다단계 영업은 통신사 입장에서 분명한 이점이 있다. 전통 유통 방식보다 효율적인 측면이 있는 까닭이다. 도·소매 과정 없이 소비자가 판매원이 되는 식이니 별도 유통점 관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판매자의 소개와 소개로 시장을 넓혀가는 방식 덕에 짧은 시간에 거대 유통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도 유용하다.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좋은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 다단계 영업으로 절감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려줘 가계 통신비 절감을 도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절감한 비용을 신사업 연구개발에 투자해 불명확한 통신사의 비전을 구체화하겠다는 말도 어불성설은 아니다.

법의 테두리 넘나들며 부작용 초래

다시 부작용이 생겼다.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다단계 영업 정황이 포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법 지원금이 오갔으며, 구형 스마트폰 재고를 고가에 처리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다. 중장년층 대상 고가요금제와 중고폰 강매 피해 사례도 나타났다. 판매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지 못한 분배와 이에 따른 독식 문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부작용이 가시화되자 이 분야 1등 LG유플러스가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계열사인 LG전자 휴대폰을 우선 공급한다든가 다단계 판매 업체 전세금을 대납해주는 등 우회 지원을 통한 불법 영업 정황도 밝혀졌다. 법적인 제재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불법 지원금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LG유플러스에 과징금 23억원을 부과했다.

논란은 지금 시점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원에게 연간 5만원을 초과해 줄 수 없는데 LG유플러스는 7만7000명에게 평균 200만원, 총 1530억원을 부당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 측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다단계 판매원 중 휴대폰 요금제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비율은 14%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 없이 회사가 권장하는 휴대폰과 요금제를 판매하는 데 머물면서 피해를 발생시켰다는 설명이다.

반등 카드 폐기할 수 있을까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9월 간담회에서 다단계 영업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논란에 떠밀려 다단계 영업을 중단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다만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다단계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마케팅 수단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잘못 시행되고 있고 인식도 부정적”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당장에 도려내버리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중단을 갑작스럽게 강행할 경우 생계형 다단계 판매자들을 외면하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여지도 존재한다. 다단계 영업이 엄연한 합법이니 여론에 휘말려 ‘반등 카드’를 쉽게 버려버리는 것도 바람직한 사업적 결정과는 거리가 멀다.

LG유플러스는 다단계 영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고령층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수렴해 다단계 판매에 연령제한(65세)을 뒀다. 피라미드 상위에 자리한 판매자만 수익을 독식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보였다. 다단계 전담 콜센터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압박이 거세지자 권영수 부회장은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다단계 영업 중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중단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검토’일뿐이지 ‘확정’을 뜻하는 발언은 아니라고 했다.

KT와 SK텔레콤은 다단계 영업이 도마에 오르자 발 빠르게 발을 뺐다. 이를 고수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논란에 따른 이미지 실추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판단해 실속을 차린 셈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실속을 차리려면 다단계 영업 방식을 유지해야 할지도 모르는 입장이다. 분명 이 분야 1등이자, 1등 의지를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권영수 부회장과 LG유플러스는 결국 후퇴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