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외환은행의 카드 사업부가 분사돼 하나SK카드와 합병하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가능성이 높았고 이러한 시장의 예상은 2015년 두 은행의 합병으로 현실화됐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하며 통합추진 중단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합병절차가 중단됐다. 이에 하나금융지주는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노조의 가처분 결정은 취소됐으며 두 은행의 노조는 협상을 통해 조기통합에 합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뿐만 아니라 최근 하나금융지주 전 계열사의 노조통합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대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만큼 계열사 내 복수 노조체제가 유지된 곳이 대부분이다.

기업 간 합병의 경우, 노조 간 문제는 늘 갈등이다. 노조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통합’이라는 이름을 위해서는 이 또한 언젠가 해결돼야만 한다. 여전히 하나금융지주 계열사의 노조 간 엇갈린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하나금융지주 계열사들의 노조 통합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실제적으로 하나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것은 유능한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다수의 직원들의 ‘땀’이기 때문이다. ‘노조통합’ 측면에서 보면 하나금융지주의 성장은 이제부터 본격화될지 모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주력 계열사(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의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은행통합 이후 중복 점포 폐쇄 등 점포 및 인력 운영 효율화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판매관리비가 전년 동기 대비 약 7~8% 정도 하락한 99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출처:미래에셋증권

이와 함께 하나금융지주는 수익성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 외 이익으로 부동산 매각이익으로 290억원을 인식했으며, 3분기에는 KEB하나은행 홍콩지점 매각을 통해 오는 4분기에 해당 이익을 인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국내 5대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는 한진해운과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약 600억원의 추가충당금을 적립하고 통합 관련 야근수당 200억원 지급 등의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에 따른 외화환산이익이 약 400억원 발생하면서 일회성 비용의 일부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하나은행 익스포저는 약 990억원이지만 이 중 840억원은 무역보험공사 보증대출로 실제 충당금 추가 적립규모는 140억원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하나금융,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의 흔적… ‘뉴스테이’

사실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떤 주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을 어떻게 지속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금융지주의 수익성 개선에 대해 판관비 통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 주요 계열사들의 희망퇴직 및 점포 폐쇄 등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향후 하나금융지주의 수익성은 단연 예대마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 카드, 생명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있지만 여전히 KEB하나은행이 그룹의 외형 및 이익 중 80~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금융지주의 한 가지 행보가 눈에 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문을 닫게 된 지점들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건축하고 도심형 뉴스테이를 공급키로 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활용도가 낮아진 지점을 매각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특히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늘어난 부동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 지점 통폐합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저금리 기조로 은행 영업이익 감소에 대응해 안정적인 투자처인 뉴스테이에 직접투자하고 주택임대관리업 진출, 보험·카드 등 금융 관계사 참여를 통한 마케팅·고객 확보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1인 가구 확대에 따른 소형주택 선호나 월세 등의 임대 형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분양 위주의 주택정책에서 임대주택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지점의 경우 우수한 입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성은 분명 부각 받을 요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뉴스테이, 즉 임대주택 사업이 국내 가계자산 지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가계의 과도한 부동산 자산 비중이 축소되면서 금융자산형태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입장에서 고객들의 주택구입에 ‘대출’을 하고 수익을 올리는 형태에서 주택관리업으로 수익성을 얻는다는 측면이 다르다. 반면, 가계가 무리해서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할 필요성이 적어지므로 여유자금은 리츠나 부동산 펀드 등 금융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사 중 이러한 변화요인을 빠르게 포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의 자금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의 차이는 있지만 은행의 수익성 측면에서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시장이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통합’이다. 이는 단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물론 노조의 통합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통합’은 기본, 이와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타 금융그룹이 그룹 내 ‘시너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는 달리 수익구조 변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하나금융지주는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그들의 새로운 시도는 분명 지켜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