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O2O를 바탕으로 나름의 방정식을 찾아가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이 도출되지 않자 시장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 논란도 불거지고 있으며 소소한 불협화음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카카오의 전략은 애초에 단기간 승부를 노릴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왜 카카오인가.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카카오의 영역 확장… 위챗이 될까?

텐센트의 위챗은 중국 ICT 플랫폼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위챗 생태계는 다양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내적인 측면에서 다듬는 한편, 외적으로도 확장을 거듭하며 오프라인과 적절한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텐센트는 글로벌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텐센트의 저력이 보여주는 근원적 위력은 어디에 있을까. O2O를 배합하며 빠르게 결제단을 연결, 내밀한 돈의 흐름을 잡아내며 방대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문화가 발달하지 못해 현금에서 바로 모바일 결제로 나아갔던 시장의 특성도 분명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는 어떨까. 카카오는 O2O에 방점을 찍으며 나름의 원동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챗의 로드맵과 유사하다. 하지만 속도와 시작점이 다소 다르다. 오프라인에 진출하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위챗에 비교하면 약간 느리고, 신용카드 문화가 발달한 국내에서는 모바일 간편결제가 빠르게 정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나름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생활밀착형 전략을 전개시킬 때마다 골목상권 논란이 불거지며 일부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카카오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로드맵 자체는 훌륭하다. 현재 카카오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카카오드라이버까지 발전한 교통 O2O 전략은 카카오내비를 바탕으로 끈끈한 생태계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택시는 누적 호출수 2억건을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카카오드라이버는 지난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100만명을 넘겼고 누적 콜수는 270만을 돌파했다. 현재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는 11만명 수준으로 추산되며 이는 카카오택시의 성과를 뛰어넘은 결실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홈클린, 헤어샵 등 다양한 영역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카카오톡을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확립하는 작업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전자고지결제 서비스인 청구서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더불어 카카오페이로 대표되는 ‘재화의 유통’에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출시 2년 만에 1300만 고객을 확보했으며 최근 누적결제금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제휴카드 발급 수도 100만장을 넘겼다.

▲ 출처=카카오

콘텐츠-플랫폼 전략도 구사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샵검색 기반의 콘텐츠 전략은 지금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 2월 오픈 베타 버전으로 공개했던 기업용 커뮤니티 서비스인 아지트도 정식으로 오픈했다. 다음앱에서는 이용자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채널을 선택해, 피드 형태로 모아 볼 수 있는 ‘딜리버리’ 서비스도 출시됐다.

규제도 열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영상 국무회의를 통해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개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지점은 비금융사가 독자적으로 외환이체를 가능하게 열어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은행에서만 관련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등록조건이 맞다는 전제로 비금융사도 실시할 수 있다. 당장 카카오톡을 통한 외환송금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은행 수수료 걱정을 크게 덜어낼 전망이다.

▲ 출처=카카오

카카오의 길, ‘오래 보아야 예쁘다’

대법원 형사3부(박병대 대법관)는 지난 13일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기소된 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 모 씨 등을 대상으로 판결을 선고하며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통해 확보한 카카오톡 증거 능력을 부정해 눈길을 끌었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감청은 실시간이지만 수사기관이 확보한 카카오톡 자료는 실시간 감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즉시 감청 협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를 ‘갑’으로 여기는 플랫폼 사업자의 발 빠른 대응이다.

국가정치적 차원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지만, 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대목은 사업의 본질적 측면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카카오는 단 한 번도 사용자를 놓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각인을 대중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현재 카카오는 O2O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적 측면에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나름의 전략을 구사하는 방법론을 훌륭하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현재의 카카오에게 이러한 지적이 현실적인 문제제기일까. 아직 O2O는 시작도 되지 않은 상태며 카카오는 ‘이제야’ 모바일 혁명의 발단에서 탄생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생활밀착형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며 앞으로 화려한 비상을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그런 이유로 당장의 수익 창출을 기점으로 카카오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에 중론이 쏠린다. 어차피 오래 갈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태동하기 시작한 MCN 사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현재 카카오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매개로 삼아 강력한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메신저에 인공지능과 커머스 기능을 연결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의 비즈니스 모델 부재를 걱정하는 것은 오랜 시간 적자의 터널을 관통한 아마존의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는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현존하는 모든 서비스의 연결을 꿈꾸고 있으며, 교통이라는 키워드에서 데이터와 의미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확보하는 세련된 방식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카카오라는 꽃을 ‘오래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