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top away by Cable car(케이블카로 한 정거장 거리), 113x34cm Mix Medium on Canvas, 2007.

남다른 개성과 세련미의 작품은 외부의 현실과 내면세계의 연속성을 대변하는 즉흥성과 매혹성이 특징이다. 한국과 유럽, 미국서 교육받은 동양과 서양의 복합적 해석은 그녀를 국제적 범위에서 중요한 역할로서 자리매김 해주는 가치가 된다.

케이블카(Cable car) 아래 풍경들은 황홀할 만큼 아름다워. 어깨동무하고 숲길 산책하는 연인들, 다정히 가을의 벤치에 앉아 따뜻한 커피로 온기 나누는 노부부의 고요한 미소까지. 문득, 네가 옆에 있는 것 같아 흘깃 옆자리로 고개를 돌리곤 해. 어둠 내린 도심 커피숍 건너 갤러리 윈도 그림을 무심히 바라보다 순간 눈에 확 들어왔어. 시선이 멈춰버렸지. 문이 닫힐 때까지 그 앞에 서있다 네게 편지를, 쓴단다.

가혹한 사랑, 지지 않은 불꽃
찢어진 화면. 다행히 두 동강 난 것 같지는 않았어. 트랙(track) 같은 길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이었는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연결했을 것 같아. 그곳에 도착하는 길은 멀고도 가까웠을까? 캔버스 왼쪽엔 부드러운 머릿결을 가진 여인이 연노랑 셔츠 위 어깨에 걸쳤을 것 같은 검은색 숄(shawl)이 있단다.

 

 

Wings(날개)Ⅲ, 173x171cm Mix Medium on Canvas, 2008.

캔버스 밖으로까지 나와, 가는 바람에도 흔들릴 듯 애처로이 한쪽으로 치우쳐 걸려 있는데 어쩌면 지금 그녀는 더욱 야위어 이젠 상반신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울컥 목젖이 젖어왔었지.

가혹한 사랑이었을 거야. 그러나 아직 핑크빛 사랑의 불꽃은 지지 않고 있었어. 가늘고 희미하지만 둘 마음을 연결하는 듯 선(線)은 나를 안도하게 했었어. 빼곡히 써 내려간 문장들엔 쓰다가 지운 흔적이 역력하단다. “원망스럽군요. 저를 홀리는 그 눈빛에 제 마음은 그만 두 조각이 나고 말았으니까요. 반 조각은 물론 당신 것이지만 나머지 반 조각도 제 것은 아니죠. 제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제 것은 또한 당신의 것이니까요. 아, 야속한 세상이여,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고 말도 못하다니!”<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희극, 베니스의 상인(The Merchant of Venice)>

 

 

 

 

Wings of Love(사랑의 날개), 167x220㎝ Mix Medium on Canvas, 2008.

돌아오는 길, 많이 생각했어. 어쩌면 세상의 관계라는 것이 ‘케이블카로 한 정거장 거리’ 정도가 아닐까! 건너가면 만나고 가까울 수 있는데 왜 그리 상처 받을 것도, 주는 것도 많은지. 그림처럼 살짝 문장들이 기울면 어때? 꿰매고 이어가며 조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난, 상처를 잘 합쳐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비움으로써, 그럼으로써 가득 채워진다는 것을 깨달았어. 생(生)은 풍파가 많아 꿰매어야 할 것들로 가득할지도 몰라. 그땐 지금 우리의 결정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하얀 면사포의 순결함과 새로운 미래의 시작에 행진하는 다짐으로 시를 옮겼어. 그대의 아름답고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몸짓과 그 영혼에 바치오니…. “바닷가의 이 왕국에/그 애도 어린아이 나도 어린애/하지만 우린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서로 사랑했지요./나와 애너밸 리는/하늘의 날개 돋친 천사들도 그녀와 나를 시샘할 만한 그런 사랑을.”<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詩, 애너벨 리(Annabel Lee)>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