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와 에코닷, 출처=아마존

에코, 나만의 비서 시스템

‘내 사랑 알렉사, 당신의 이름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하지만 이름만 빼고 보면 당신은 진정 완벽한 배우자입니다.’ 아마존 에코 구매 페이지의 사용자 평가 중 예비구매자와 구매자 약 2만7천 명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에코 사용후기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음성 비서 소프트웨어다. 에코는 알렉사를 탑재한 음성인식 스피커로 179달러(약 20만4천원)다. 아마존 에코 판매 페이지에는 16일 기준, 총 4만4097개의 이용자 평가가 쌓여 있다. 에코는 지난 2014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래 400만대 이상이 팔렸으며, 5점 만점에 4.4점이라는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은 에코를 개발하면서 자체적으로 에코의 콘텐츠 및 기능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추가해 나가는 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마존은 에코의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와 소프트웨어개발자키트(SDK)를 서드 파티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성능개선을 해서 공개했다. 그 덕분에 6월 3일(현지시각)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아마존은 알렉사가 1천개 이상의 기능을 보유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현재 에코를 통해 식당을 추천받는 것이 가능하며, 음성으로 도미노피자 주문도 가능하다. 굳이 전화, PC, 앱을 이용해서 주문할 필요 없다. 또한, 공유된 차량의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을 통해 중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를 통해서 차량을 부르는 것이 가능하다.

아마존은 위모(wemo)와 필립스(Philips) 등 가전 제품사와 지속해서 제휴를 맺어 나가고 있다. 현재도 위모의 제품을 사용하면 에코를 이용해 전등의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아마존은 집안 온도 조절은 물론 에어컨, 냉장고, TV, 커피머신, 전자레인지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 대부분을 에코를 통해 제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에코와 알렉사를 이용해 집 안에서도 자동차를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7일(현지시각)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BMW가 자신의 스마트카 애플리케이션과 알렉사를 연동해 자동차를 조작하는 기능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 브랜드에 커넥티드 기능을 최초로 공개했다. 에코나 에코닷 등 아마존 무선 장치를 이용해 차 문을 열거나 잠그고, 시동을 걸고, 온도를 세팅하거나 경적을 울릴 수 있다. 미국 포드 자동차도 올해 안으로 이 같은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첩보영화 007 시리즈처럼 음성만으로 자동차에 명령을 내리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온 셈이다.

다만 현재 에코는 Alexa라는 이름으로만 불러야 하고 영어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는 사용에 문제가 없겠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국가에서는 에코의 활용도가 굉장히 낮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지원하게 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에코의 판매가 가능함은 물론, 여러 언어를 기반으로 한 서드 파티가 지속해서 개발될 것이다.

출처=구글

아마존의 에코가 주목을 끌자 구글도 구글홈을 내놓으면서 에코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 I/O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구글 홈(Google Home)을 129달러에 예약 주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출하 날짜는 11월 4일. 에코보다 50달러 더 싼 가격이다. 에코의 기동어는 ‘알렉사’이고 구글 홈은 ‘OK 구글’이다. 관련 업계는 구글이 음성 인식 측면에서 아마존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검색 엔진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음성 인식 개발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구글홈 이용자는 질문할 때마다 ‘OK 구글’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에코는 질문할 때마다 ‘알렉사’를 반복해야 한다.

아마존은 서드파티 제품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구글은 필립스 휴 전구, 삼성 스마트씽, 네스트 랩을 협력업체로 발표했지만, 서드파티를 위한 소프트웨어개발자키트는 내년에나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마존의 알렉사 스킬 킷(Alexa Skills Kit)를 이용하면 어떤 서드파티 개발자라도 쉽게 에코로 자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무료 셀프 서비스 개발자 툴 역시 제공한다. 개발자들에게 아마존이 필요한 시기는 개발을 완료하고 에코 호환 제품임을 인증 받을 때뿐이다.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은 이미 시작됐다. 아마존은 에코가 단순한 음성인식 기술이 탑재된 기기가 아닌, 사물인터넷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서로 다른 회사 혹은 개발자로부터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와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에코라는 인공지능의 허브를 통해 연결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에코 기기를 많이 판매하는 것은 아마존의 중요한 목표가 아니다. 에코를 통해 사용자들의 패턴을 수집하고 인공지능 학습능력을 향상하며,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 생활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아마존의 미래 전략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갈 계획을 밝히면서까지 자신의 하드웨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들을 아마존의 생태계로 더욱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로운 고객 체험을 제공하는 채널로서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하는 것을 ‘옴니채널’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온, 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진정한 옴니채널 구현이 목표일 것이고, 에코는 이 모든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알렉사 생태계 전략. 모든 것을 연결하면 어떤일이 생길까?

사물인터넷(IOT)을 향한 기업들의 전진은 이미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이후의 세계를 보면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의 4차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좋은 점만 보자면 모든 게 연결되는 세상은 굉장히 편리하다. 나의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에코나 구글홈 같은 개인비서 시스템이 모든 일정을 관리해준다. 집안에서 명령하면 자동주행 자동차는 차고에서 스스로 나와 나를 기다린다. 밖에 비가 오면 우산은 스스로 빛을 내서 챙기는 걸 잊지 않게 하며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내 주변 모든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 영화에서만 보던 일들이 실현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되는 점도 있다. ‘네오,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꾸어본 적이 있나? 만약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꿈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은 항상 검색 엔진에 노출돼 있고,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조작된다는 영화인 매트릭스의 명대사다. 아직 초연결 시대에 살아보지 못한 사람의 한 명으로 4차 혁명에 대한 기대와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한다. 내가 가는 모든 곳에 있는 센서들과 사소한 일정까지 알고 있는 개인 비서 시스템은 엄청난 사생활 침해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밀려오는 4차 혁명의 물길을 막을 수 없고 또 막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편리함 뒤에 날카로운 검이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