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10년전 이미 조직을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 거대 연구집단으로 거듭나려는 '비밀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 '재계의 입'으로 불리던 김석중(60) 전 전경련 상무(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산운용위원회 위원장)는 뉴시스와의 대화를 통해 전경련 내부에서 일종의 '보수단체 싱크탱크'로 변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1999년 전경련에 입사해 2007년 조직을 떠나기 전까지 경제연구소 본부장과 홍보본부장, 사회협력본부장으로 일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와 TV토론에 나와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전경련은 현명관 부회장 시절이던 2005년 산하연구소인 자유기업원(현 자유경제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을 합친 가칭 '한국기업협의회' 설립을 추진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을 벤치마킹해 설립을 추진한 한국기업협의회는 전년 하반기 현 부회장의 직접지시에 따라 극소수만이 알고 6개월간 진행하던 일종의 비밀프로젝트였다. 전경련은 한국기업협의회를 독립 재단 형태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기금 모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당시 4대그룹 관계자와 두차례 물밑 접촉을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 한국기업협의회 설립은 상당히 구체적 단계까지 진전됐다. 

하지만 현 부회장이 그해 2월 전경련을 사퇴했고 한국기업협의회 설립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김 전 상무는 "헤리티지재단처럼 보수와 우파의 가치를 지키고 전파하는 연구집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한국기업협의회 설립을 추진했던 것"이라며 "전경련이 연구집단으로 거듭나면 이제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할 필요도 없고 정권의 모금창구 역할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 '전경련 해체론'의에 대해 그는 최근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문제와 미르재단 관련 의혹에 휘말려의 해체 위기에 몰린 것은 결국 조직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경련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 거이다. 전경련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시장경제이고 이를 위해 시장경제 교육도 시키고, 산업시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사업은 성의없이 대충하고 수뇌부들이 정권에만 너무 치중해버린거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전경련 사무국을 들어 "과연 (이번 사태는)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생긴 결과인지 아니면 본인들이 알아서 정권에 충성하려고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그런 일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책임은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사무국 수뇌부의 물갈이가 필요하다.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거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정리를 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