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수순을 밟기 시작한 갤럭시노트7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리콜 및 판매재개에 따른 생산중단으로 삼성전자는 무려 7조원에 달하는 가시적 실적피해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브랜드 가치 훼손을 감당해야할 처지다. 전자 계열사와 협력사는 줄줄이 흔들리고 있으며 갤럭시노트7 특수를 기대했던 통신업계는 사색에 질려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리콜 및 교환, 환불을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으나 아직도 시장에 남은 100만대 물량은 골치거리로 남아있으며 정확한 폭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데 따른 소비자의 의구심도 깊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무리수와 내적 조직문화에 대한 지적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갤럭시노트7 공백을 활용해 경쟁자들은 속속 외연적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대 라이벌인 애플은 아이폰7을 통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LG전자의 V20도 G5의 악몽을 일정정도 털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은 화웨이다. 14일(현지시각) 화웨이는 이미 올해 1억대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판매했으며 지난 4월 출시된 P9이 600만대, 아너8이 150만대 팔렸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코드네임 롱아일랜드와 맨해튼을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갤럭시노트7과 비슷한 패블릿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데이드림 생태계에 최초로 진입한 스마트폰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어떤 스탠스를 보여줘야 할까? 위기의 극복과 미래의 청사진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면 기계적이지만 답이 나온다.

먼저 위기의 극복.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논란에 있어 여러번 실수를 저질렀다. 아이폰7과의 경쟁을 의식해 무리하게 출시 일정을 앞당겼으며 발화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성급하게 '배터리 이상=갤럭시노트7 발화'라는 공식을 만들어 버렸다. 그 과정에서 갤럭시노트7 신제품 발화가 국내에서 첫 보고되었을 당시 언론보도에서 진실과는 무관하게 '블랙컨슈머'라는 낙인을 찍어버리기도 했다.

리콜에 있어서도 미국에서는 정식 리콜, 국내에서는 교환 및 환불로 가닥을 잡은 지점도 묘한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리콜 전용 박스를 마련하기도 했으나 국내에서는 '대리점까지 알아서 오라'고 규정한 대목도 지적이 나온다.

대처방법이 느슨하니 곳곳에서 구멍이 생긴다. 15일 미국 정부가 갤럭시노트7 항공기 반입을 금지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국내 이용자를 위해 부랴부랴 공항에 대체폰 제공 서비스를 마련했으나 이미 미국으로 간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출처=캡처

지금까지 나열한 위기의 극복적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준 행보를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일단 출시 일정을 앞당긴 대목은 만약 성공했다면 성공적인 시장 운영 전략으로 찬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일정을 앞당겼다는 판단 자체에 비판이 가해지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설계 과정에서의 문제 가능성, 이후 보여준 허술한 행보는 결국 삼성전자의 조직 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애자일과 같은 좋은 조직 혁명도 삼성전자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지 않았나. 근본적인 조직 문화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부서별 칸막이를 걷어내고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체화시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조직 운영이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 초 천명한 스타트업 삼성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 문화는 가장 간단해 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만사의 핵심이다.

미래의 청사진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7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과 무형의 브랜드 가치 훼손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이제 정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순간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알리윈 개발자 대회인 ‘항저우(杭州) 윈치(云棲)대회’를 통해 "앞으로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슨뜻일까? 최근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다양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떠나는 알리바바의 행보에 답이 있다. 클라우드와 가상현실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알리바바는 이제 데이터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 무대가 4차 산업혁명을 의미한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이제 모바일 혁명 시대에서 기인한 4차 산업혁명이 근미래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알리바바의 강점이다. 알리바바는 모바일 혁명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 시대에서 플랫폼을 구축해 철저히 소프트웨어적 전략을 완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것에만 집중하는 기타 경쟁자들을 앞서며 그 이상의 미래를 바라보는 상황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우리가 2000년대 중후반에 체험한 모바일 혁명의 연장선상이다. 이는 역으로 말해 현재 모바일 시대의 강자들을 중심으로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주도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증명하는 셈이다. 스마트폰의 강자인 구글과 애플이 4차 산업혁명을 여전히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

이는 현재의 연결이 초연결로 진화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강자들의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담론과 연결된다. 알리바바가 이미 익숙해진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를 던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자신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조각인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정국에서 삼성전자는 강력한 가전제품 인프라를 연결해 타이젠으로 묶으려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의 타이젠은 여전히 미약하며 힘을 쓰지 못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LG전자가 아마존과 협력하는 등 나름의 '열린 결말'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삼성전자는 마이웨이다. TV 시장 존재감에 기인한 HDR10 온리 전략도 이러한 행보로 이해할 수 있다.

가능성이 있을까? 소프트웨어 체제로 전환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조직 문화를 소프트웨어에 맞춰 나름의 전략을 수정한다면 구글과 애플이 가지지 못한 오프라인 하드웨어 경쟁력을 연결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단숨에 비교 우위에 설 수 있다. 삼성페이의 존재감은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에 이식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연결되었기에 가능한 전략을 보여줬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조직 문화 혁명. 삼성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지점이다.

현재 구글은 메이드 바이 구글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단말까지 자사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대입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일정정도 견제하는 현상을 부르겠지만 진짜 목표는 4차 산업혁명이다. 구글이 픽셀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의 아성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다. 구글은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존하는 생태계를 모조리 아우르며 파편화를 단속해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스마트폰일까? 갤럭시S8이 당장의 실적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갤럭시노트7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구글처럼 다음을 생각하는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비브랩스를 인수하고 실리콘밸리 인프라를 체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들고, 그 선택지가 현실이 될 수 있는 실행력을 조직 문화로 수렴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소프트웨어 능력을 이미 보유한 하드웨어 인프라에 삽입해야 한다.

물론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입하며 철저하게 부품사업에 집중하는 등 아직 옛날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나,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은 끝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파이가 지난해보다 1.6%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대가 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보유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들에게 부품을 제공해 소박한 미소를 머금을 것이 아니라, 마윈 회장처럼 이미 익숙해진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더 큰 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등기이사 선임을 앞둔 상태에서 지금까지 선택과 집중으로 그룹을 운용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진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