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을 기록한 후 포효하는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치차리토. 출처= 분데스리가 홈페이지

축구 전술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있다. 예를 들면, 공격수들의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공격 중심, 정교한 패스를 기반으로 골을 ‘만드는’ 조직력 중심, 그리고 그물같은 수비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킨 후 역습을 노리는 수비 중심 스타일 등 그 외 각 팀의 감독마다 다른 수많은 전술이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표방하는 ‘토털 사커(Total Soccer)’가 세계 축구계에 유행처럼 번졌다가 최근에는 탄탄한 수비와 미드필더 조직력 위주의 전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독일 축구, 그리고 분데스리가(Bundeliga)다. 독일 축구팀의 별명은 ‘전차 군단’이다. 이는 마치 전차 톱니바퀴 돌아가듯 딱딱 들어맞는 조직력, 그리고 힘과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EPL, La Liga에 이어 독일 축구 힘의 근원, 분데스리가의 상식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 출처= 분데스리가 홈페이지

축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열망, 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는 독일어 'Bundes(연방)' 'Liga(리그)'가 합쳐진 말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되는 모든 스포츠 종목의 리그를 뜻하나 통상적으로는 독일 프로축구 1부 리그를 말한다. 분데스리가 라는 명칭이 여러 종목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해당되는 종목의 명칭을 별도도 붙여서 ‘Fußball-Bundesliga(축구-분데스리가)’라고도 표기하기도 한다.

분데스리가는 1962년에 설립된 독일의 프로축구 리그다. 과거 연방 국가였던 독일은 각 지역별 리그를 치른 후, 리그 우승팀들끼리 독일 최강팀을 가리는 방식으로 리그를 진행했다. 이후 1960년대 독일에서는 자국의 축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통합 리그 출범이 추진됐고 1963년 서독 3개 지역 16개 클럽(팀)의 리그전인 분데스리가가 시작됐다. 이후 리그에 참여하는 클럽의 수는 18개로 늘어났으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의 오베르리가(Oberliga)의 팀들이 합류해 현재는 분데스리가 1, 2부 리그 각각 18개 클럽, 그리고 3부, 4부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18개 클럽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한 클럽당 34경기를 치르며, 승리하면 3점, 비기면 1점, 패하면 0점으로 승점을 매겨 총점이 가장 높은 클럽이 우승을 차지한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1부 리그 16위~18위 클럽과 2부 리그 1~3위 클럽이 플레이오프 경기를 통해 진행 승격-강등을 결정한다. 분데스리가가 EPL이나 LaLiga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은 리그가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는 것인데 매년 8월에 시작해 12월 초까지 열리는 전기 리그, 이듬해 2월 중순부터 5월까지 열리는 후기 리그가 있다.

▲ 2016-2017 시즌 분데스리가 1부 리그 클럽. 출처= 각 클럽 홈페이지

경제적 능력을 리그 참가에 반영한다?  

독일의 모든 축구 클럽들이 분데스리가에서 경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데스리가의 운영 주체인 독일 축구 리그(Deutsche Fußball Liga GmbH)의 인가를 받아야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클럽을 평가하는 기준에 경제력과 조직 구조의 안정성 등 까다로운 조항들이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클럽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우수한 선수들이 발굴될 수 있다는 나름의 원칙이 반영돼 있다. 또한 독일은 3부 이하 아마추어와 프로 리그의 구분이 꽤 엄격한 편인데, 아마추어 팀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리그에서 상위 팀과 같은 리그에서 뛸 수 없으며 2부 리그에 승격될 수도 없다.

리그만큼 중요한 컵 대회 'DFB 포칼'  

DFB 포칼(Deutscher Fußball-Bund-Pokal)은 독일 축구 리그 1~4부에 소속된 모든 팀들이 참가하는 토너먼트 컵 대회다. 분데스리가 1,2부 리그 36팀이 모두 출전하며, 레기오날 리가(4부 리그)와 그 이하 지역 리그들은 각 지역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예선전을 통과해야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다. 모든 경기들은 홈&어웨이가 아닌 한 번의 경기로 진행되며 90분의 정규 경기 시간 동안 승부가 결정이 나지 않을 경우, 30분의 연장전으로 이어지고 그 후에도 동점이면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린다. 독일에서는 분데스리가 1부 리그 경기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회이며 이 대회 우승 팀은 소속된 리그의 순위와 관계없이 유럽대항전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게 된다.

 

▲ 글로벌 축구 온라인 게임 'FIFA 온라인 3'에 레전드 선수로 이름을 올린 차범근. 출처= FIFA 온라인 3 홈페이지

분데스리가, 그리고 차범근(CHA-BUM)의 위엄 

독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는 그다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한 인물에 대해서는 엄청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바로 차범근 前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차범근은 총 11시즌 동안의 분데스리가 현역 생활동안 3개의 팀(다름슈타드,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308경기에 출장해 98골을 기록했다. 현역 시절 그의 별명은 '갈색폭격기' 였다. 주전 공격수로써 골의 개수로만 보면 사실 매우 두드러지는 기록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기록한 98골 중 페널티 킥은 단 한 골도 없었으며 11시즌 동안 그가 반칙으로 받은 옐로카드는 ‘1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차범근은 축구 경기의 매너와 실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였다.

지금도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차범근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으며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벵거, 조제 무리뉴, 프란츠 베켄바우어, 올리버 칸, 마이클 오언 등 세계적인 감독과 선수들은 모두 차범근을 ‘최고의 선수’로 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