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극대화는 업의 경계를 부정하고, 이제 무한대에 가까운 경쟁과 협력을 전제로 한다. 동네 치킨집의 맞수는 오락실이며, 미용실이고 놀이터다. 내게로 찾아오는 고객을 탈취하는 자도 라이벌이며, 내게로 찾아오는 고객의 시간을 빼앗는 자도 맞수다. 촘촘하게 짜인 실을 따라 각자의 상대를 찾아보자. 최소한의 패턴을 찾는 것이 진짜 이야기의 시작이다.

사람과 시간, 존재감을 ‘뺏어라’

백화점의 맞수는 누구일까? 지난해 초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간부급 직원 100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나이키의 IT 팔찌인 퓨얼밴드를 소개하는 한편, 모바일을 통해 매장의 상품과 재고를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혁신사례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 부회장의 상황인식. 그는 “우리의 경쟁자는 야구장과 놀이공원”이라며 “전략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상의 전환이다. 먼저 ‘오프라인 유통 권력이 왜 야구장과 놀이공원을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미시적 관점으로 보면 ‘업계의 출혈경쟁은 의미가 없다’로 해석된다. 유통의 관점에서 동종업계끼리 싸우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산업혁명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논리다.

그런 이유로 시각을 넓혀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유통 권력. 즉 쇼핑몰의 일차적 경쟁자는 당연히 동종업계 업체지만 ‘소비자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침탈하는 야구장과 놀이공원이 경쟁자가 맞다는 논리다. 옴니채널을 작동시키며 SSG페이로 대표되는 ICT 영역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신세계다운 행보다. 그들은 넓은 관점에서 본연의 경쟁자를 의식하고 있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을 공략하라’라는 대전제가 수립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의 전략은 180도 달라진다. 동종업계를 의식한 할인 및 프로모션에서 벗어나 ‘왜 사람들이 야구장을, 놀이공원을 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큰 그림의 로드맵도 이러한 방향성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사실 신세계는 ICT를 가장 적극적으로 체화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 유통 권력의 핵심을 확보한 상태에서 공격적인 O2O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론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귀결된다. 최근 개장한 하남스타필드를 둘러싼 정교한 방법론이 필요한 이유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모인다고 이를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시대는 지났다. 이들을 유인하고 몰아넣어 최적의 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스포츠 용품업계의 맞수는 누구일까? 지난 2006년 출간되어 마케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의견이 분분했던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책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량소비가 가능했던 과거에는 동종업계와의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지만 세상이 변하며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동종업계의 내부적 다툼을 일종의 ‘소모적 현상’으로 정의하는 한편, 나아가 새로운 시장과 맞수를 찾아 떠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쉽게 말해 운동화를 판매하는 아웃도어 스포츠 상품을 판매하는 나이키 입장에서 집에 틀어박혀 닌텐도 게임기만 붙잡고 있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리스크라는 논리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아야 운동화를 구매하고, 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용품업계의 라이벌은 게임업계라는 도발적인 주장. 이견의 여지는 있지만 경계를 거부하는 맞수의 전쟁을 생생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역시 맞수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나이키와 닌텐도의 관계는 약간 다른 측면에서도 부연설명이 가능하다. 초연결 시대를 맞이해 극단의 다툼이 영원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나이키와 닌텐도의 상황이 극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닌텐도가 나이키의 맞수가 되려면 닌텐도가 아이들을 집에 머물게만 해야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창출됐기 때문이다. 포켓몬 GO의 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닌텐도의 손에서 탄생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가 다시 아이들을 밖으로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나이키와 닌텐도는 다시 협력관계로 돌아설 수 있다. 포켓몬 GO 게임을 즐기기 위해 아이들은 집에서 밖으로 뛰어나간다. 스포츠와 게임업계의 이해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추후 애플워치2를 통해 아이들이 포켓몬 GO의 매력에 더욱 빠져든다면,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방법론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 나이키와 닌텐도의 경쟁은 더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완성차 업체의 맞수를 찾는다면 누구일까? 다른 완성차 업계일까? 지금까지는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계의 존망을 걸고 완성차 업계가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할 곳은 사실 따로 있다. 바로 공유경제 및 온디맨드 차량업체다. 우버와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이 완성차 업계의 최대 맞수다.

천천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완성차 업체는 제조업의 총아로 군림하며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자동차를 호출해 공유하는 방식의 온디맨드 차량업체 우버 및 리프트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프라이빗 교통 플랫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의 비전이 연결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버를 보자. 최근 우버는 스웨덴 자동차제조업체인 볼보와 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에 무려 3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구글 자율주행차 인력 일부가 나와 설립한 자율주행트럭 오토를 6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앤소니 레반도프스키와 리어 론, 클레어 디라우니, 돈 버네트 등이 설립한 오토는 자율주행차 엔진지어 및 지도 제작자, 로봇 전문가들이 뭉쳐 설립한 회사며 지난 5월 미국에서 자율주행트럭의 가능성을 타진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우버의 ‘노림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사용자 경험의 확대와 자동차의 ‘플랫폼화’에 따른 파생 시너지다. 온디맨드 업체에 가까운 우버의 정체성으로 보면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의 확장과 확대를 의미한다. 배달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대체하는 푸드 O2O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운송이라는 행위를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더 들어가 보자.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랑은 통상적 ‘ICT 기업 - 완성차 업체’의 관심사와는 약간 다르다. 이들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을 흔히 ‘차주’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우버는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차주라는 개념을 무너트리고 ‘만인이 모든 자동차를 공유’하는 방식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우버는 “자동차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우버가 자율주행차를 기점으로 모든 차량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자율주행차 기술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대중교통의 한 부분인 택시를 자율주행으로 변신시켜 일종의 특별한 대중교통 수단의 일부로 바꿔 버린다면? 특별한 대중교통 수단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버스와 지하철과 달리 개인 각자의 의지에 따라 현재의 택시, 자가용처럼 작동한다면? 우버는 말한다. “자동차를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있어?”

다만 여기에도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각각의 온디맨드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실질적인 협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가 하나 죽어서 끝나는 경쟁’은 아니라는 뜻이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대화합의 시대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우버와 리프트는 줄기차게 “차량을 구입하지 말아라. 공유하라”고 주장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이들과 협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우버와 리프트는 자율주행차의 비전까지 내세워 차량 공유는 물론 교통 플랫폼, 나아가 스마트 시티의 기반 인프라까지 정조준한 상태다. 그 과정에서 완성차 업계의 적은 우버, 든든한 동맹군도 우버다.

PC방의 맞수는 누구일까? 다양하지만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도 후보군에 들어간다. 게임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한 PC방은 개인 PC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터넷 플랫폼의 총아로 활동했지만, 스타벅스는 무료 와이파이에 1인 콘센트, 그 외 사이렌오더와 같은 ICT 기술력을 적절하게 엮어내어 PC방으로 향하던 사람들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ICT적 관점에서 스타벅스는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보여준 바 있으며, 이는 PC방의 수요를 IT 플랫폼으로 잡아당기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스타벅스와 PC방의 긴장, 언론과 독자의 관계는 모두 상호보완의 측면이 있다. 게임 콘텐츠를 매개로 오프라인의 재미를 끌어내는 한편 카페형 PC방을 출시하는 PC방의 반격과 스타벅스의 ICT 실험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오픈하는 PC방을 보자. 예전의 담배 냄새 풀풀 풍기던 곳이 아니라, 깔끔한 흡연실에 잘 정돈된 인테리어로 무장했다. 카페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 PC방도 부가수익으로 간단한 식사와 커피, 차를 판매한다. 스타벅스의 수요를 빼어올 수 있는 개연성이 분명 있다는 뜻이다. PC방과 스타벅스는 서로 닮아가고 있다. 퀄리티에 대한 논쟁은 차치한다고 해도, 스타벅스는 PC방처럼 구비되고 PC방은 스타벅스의 핵심 콘텐츠를 모조리 건드리고 있다.

언론의 맞수는? 독자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언론의 고객이자 맞수는 이제 독자로 봐야 한다.

이제 언론이 일방향으로 콘텐츠를 내보내던 시기는 끝났다. 콘텐츠와 플랫폼 권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면 정보의 흐름은 영원히 일방향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포털의 등장과 유통 권력의 상실로 인해 언론은 필연적인 초연결 시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독자와의 소통에 목매고 있다. 플랫폼의 눈치를 보며 새로운 시대를 타진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이 SNS를 비롯한 다양한 ICT 채널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점이다. 이제 속보와 1보는 언론의 전유물이 아닌 SNS와 블로거, 혹은 현장의 사람이 먼저다.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떤 콘텐츠도 제작할 수 있다. 심지어 심층적 기사도 일반 전문가의 손에서 탄생하는 시대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독자를 마냥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다. 셀러브리티를 중심으로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독자 참여 기반의 뉴미디어 플랫폼 등장은 현재 언론의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시사점이 되어줄 전망이다.

알파벳의 맞수는 어디일까? 너무 많아 일일이 살필 수 없지만 사이드워크 랩만 살피면 건설회사다. 궁극적인 스마트시티를 노리는 사이드워크 랩은 초연결의 사용자 경험을 크게 확장시켜 도시의 인프라를 바꿀 것이며, 이러한 방식이 3D 프린팅 등과 적절한 시너지가 난다면 전통적인 건설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사이드워크 랩은 무인자동차, 풍력·태양열 발전 등 대규모 에너지 프로젝트 등 스마트시티 구축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 아닌가. 건설회사들의 주 시장이다.

최근의 스마트시티가 인류의 삶을 질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을 고민한다면, 이제는 에너지 효율이라는 기술적이고 실제적인 단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코펜하겐 앨버트슬런드 지역에는 37개의 야외 LED 등을 설치하는 ‘덴마크 아웃도어 라이트 랩(DOLL, Denmark Outdoor Light Lab)’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스마트 커넥티드 파킹’ 서비스가 전개되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시티’도 계획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스마트시티를 매개로 ICT 기업들이 진격을 거듭한다고 해도, 기존의 건설회사와 일정 정도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정국에서 보여지는 각자의 충돌과 협력이 대표적이다. 가전회사의 맞수는 누구일까? 이제 ICT 기업이다. 밀레는 밀레엣홈을 론칭하며 구글과 애플 주도로 벌어지는 스마트홈 패러다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제는 스마트홈 허브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준에도 이르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백색가전의 강자들은 기존 인프라에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스마트홈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다른 사업자의 운영체제에 녹아들거나 협력, 혹은 대립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모두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이다.

비슷한 사례로 금융업체와 핀테크 업체의 사례도 언급된다. 상대적으로 타 산업군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금융업체들은 ICT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업체의 인프라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카드사들은 속속 빅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휙송금, 우리은행은 위비톡에서 구동되는 간편 보내기 서비스까지 전개시키고 있다. 국민은행도 모바일 생활 금융 플랫폼을 표방하는 리브를 통해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가 결제에서 송금으로 전장을 바꾸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 금융권의 반격으로 해석된다.

따지고 보면 테크 전성시대도 마찬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OO테크’의 최근 추이를 살피려면 시선을 돌려 내밀한 근원적 의미로 돌아가야 한다.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개념은 흔히 기술로 표현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술 그 이상의 발전적 진화의 광범위한 개념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반적인 의미의 테크놀로지는 물질과 생명, 정보 등의 분야에서 기존 영국의 산업혁명 이상을 말하는 프레임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현재 테크놀로지의 줄임말인 테크노(Techno)를 다양한 영역과 연결해 사용한다. 하이테크놀로지의 줄임말인 하이테크에서 시작된 프레임이 다양한 영역과 붙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금융과 IT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해당 산업의 발전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결제 및 예금, 대출, 심지어 자산관리의 영역에서 보수적인 돈의 흐름이 IT 기술과 만나는 접점으로 풀이된다. 푸드테크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을 서비스하는 배달의민족이 처음 그 개념을 설명했으며 음식과 그와 기반한 ICT 기술의 결합을 의미한다. 기존의 식품 서비스를 빅데이터 및 온디맨드, O2O와 비콘 등의 기술로 한 단계 비전을 상승시키는 개념으로 풀이된다.

에듀테크 등의 개념도 있다. 이들도 기존 산업에 ICT 기술이 극적으로 녹아든다는 점에서 기존 테크 방법론과 유사하다. 산업의 발전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타진한다는 기본적인 개념도 동일하다. 또 뷰티테크도 등장했다. 스마트미러 등 미용과 관련된 ICT 기술이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아름다움’과 만나 스스로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18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웰빙센터에 위치한 이가자 헤어비스에 자사의 미러 디스플레이 제품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55형 미러 디스플레이는 거울로 제작되어 있으며 미용실 고객들이 미용 및 헤어 관리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테크 방법론은 최초 해당 산업을 기술로 돕는 과정을 거쳐, 이후 기술이 주도권을 쥐고 산업의 근원적인 생산력과 관리 및 총체적 솔루션 전반에 스며드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서 기술적 고도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를 다른 산업과의 적극적인 융복합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출처=밀레

맞수와 맞손의 간격을 찾아라

초연결 시대가 열리며 구사업과 신사업의 경계는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기득권이라는 개념도 희박해지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융합의 단계에서 이르기 전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 경우의 수는 지면에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다. ICT 기업들이 기존 구사업에 진출하는 대목에도 보여지며, 사업의 연결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투가 말 그대로 서로를 굴복시키기 위한 아귀다툼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생태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면 상대의 경쟁력을 적절하게 체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융복합 사례는 필연적으로 긴장감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이제 맞수와 맞손의 간격을 찾아야 한다. 멀어야 할까, 아니면 가까워야 할까. 선택은 나의 몫이지만 간격을 알아야 다음의 전략도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은 그렇게 또 한 번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