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웨팅 회장, 출처=러에코

쟈웨팅과 러에코가 걸어온 길

중국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러에코는 쟈웨팅이 세운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인 러스왕에서 시작됐다. 쟈웨팅은 1973년 중국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났으며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주말에는 제철소에서 일하곤 했다.

그를 가난에서 구해준 건 다름 아닌 ‘기술’이었다. 쟈웨팅은 22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세무국 기술 지원직으로 일했다. 내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일을 했으며 그곳에서 처음 기술 관련 일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세무국을 나와서 기술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2004년 11월, 자웨팅은 기자였던 류훙을 만나 중국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에 러스왕을 세웠다. 러스왕은 플랫폼을 통해 가입자에게 비디오 콘텐츠와 게임 등을 제공하는 중국 최초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러스왕은 지난 2010년 8월 온라인 콘텐츠 산업 최초로 중국 창업판(중국판 나스닥)에 상장했다.

러에코는 2015년 4분기 자체제작 웹 드라마 같은 양질의 인기프로그램 영향으로 순 방문자, 월 방송량, 방송 시간 등 4개 항목에서 10개의 인터넷 사이트 중 전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OTT에 있어 러에코의 영향력이 극적으로 커진 배경이다. 이후 러에코는 플랫폼을 소유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제작 유통부터 하드웨어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으며 자사 고유의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에코는 9월 23일 유통업체 씨피에스 글로벌과 합작사 러클라우드 코리아(LeCloud Korea)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합작사는 국내에서 임대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해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등 한류 콘텐츠를 중국으로 송출할 뿐 아니라 한류 콘텐츠 제작에도 나선다. 송출된 콘텐츠는 러에코의 온라인 TV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된다. 러에코는 한국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알려졌다.

7월에는 러에코가 미국의 TV 제조업체 비지오를 20억 달러(2조2710억 원)에 인수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5위에도 들지 못하던 러에코가 비지오 인수로 단숨에 3위로 올라서며 1, 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위가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러에코는 비지오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까지 넘본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자웨팅은 “비지오를 인수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굳히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며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나타냈다.

러에코의 이러한 행보는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한 내적 생태계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며 콘텐츠와 플랫폼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는 뜻이다. 하이엔드 단말까지 손을 뻗치는 메이드 바이 구글 방법론과 비슷하다.

러에코 하면 스마트폰도 빼놓을 수 없다. 러에코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하에 지난 6월 중국 스마트폰 기업 쿨패드를 인수했다. 가격대비 고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러에코의 가장 최신 스마트폰인 러 프로3(le pro 3)는 6GB RAM에 64GB의 내장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이 299달러(약 33만9500원)다.

시노(SINO)의 데이터를 보면 러에코는 중국에서 7월 온라인 스마트폰 판매 시장에서 6월에 이어 또다시 애플을 뛰어넘었으며,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10위권에 진입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합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아직 애플(4위), 삼성전자(7위)에 못 미친 9위에 머물고 있지만 ‘온라인 유통 강점’을 필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애플, 롱야오, 샤오미 등 판매량은 큰 폭으로 감소세다. 구체적인 판매량 측면에서 러에코의 휴대폰은 7월 오프라인 판매량이 115만4000대였으며 지난달보다 13만6000대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3.2%였다. 9위였지만 샤오미와 레노버 등의 브랜드는 아예 오프라인 10위권에 들지조차 못한 점을 고려해보면 선방한 것이다.

러에코가 최근 도전하기 시작한 또 하나의 분야는 가상현실(VR)이다. 2015년 12월, 자회사인 러브이알(LeVR)로 VR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러에코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와 유통 능력을 기반으로 V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러브이알은 셀러브리티 인터뷰, 라이브 공연, VR 영화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쟈회장은 전기차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테슬라 킬러’로 주목받아온 러에코가 슈퍼 전기자동차 개발 생산을 위해 10억8000만 달러(약 1조2070억 원)의 투자와 융자를 유치했다. 러에코는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1차로 투융자를 받은 규모로는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7월 초만 해도 중국 언론에서는 러스왕의 전기차 프로젝트가 자금 유치 난항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 자금유치 성공으로 당분간 러에코의 자금악화설은 잦아들 전망이다. 러에코는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에 200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을 투입해 자동차 공단을 조성할 예정이라며 8월 발표했다. 공장 가동 시기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번 자금유치로 구체적인 시간표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중국 공장 건설 추진은 자 회장이 소유한 미국 관계사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가 지난 4월 발표한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 규모의 미국 네바다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된 데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바다주지사가 패러데이퓨처에 보조금을 주기로 한 방안을 주의회가 거부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는 게 러에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러에코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

러에코가 걸어온 길을 보면 향후 스마트 생태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겠다는 야심이 보인다. 처음엔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자체 콘텐츠를 만들며 디바이스에 실어 보낼 총탄을 완비하고 VR, 스마트폰 심지어 스마트 자동차등 디바이스도 제작하고 있다. 머지않아 다가올 사물인터넷의 초연결 시대에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들의 왕국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물론 미래는 확신할 수 없다. 러에코가 구글,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마트 왕국을 세울 지 아니면 한 때 모바일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가 권좌에서 물러나 통신 장비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노키아처럼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는 러에코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앞으로 쟈회장과 러에코가 어떤 기업으로 성장해 갈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에코의 쟈웨팅은 미국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와 자주 비교된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오프라인 인프라 등을 하나로 묶어 총체적 대단위 플랫폼을 구성하는 앨런 머스크와 콘텐츠 및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쟈웨팅은 분명 공통분모가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