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코리아 이윤모 대표가 S90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의 2013년 연간 판매는 1960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200대로 165% 성장이 예상됩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이 40%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인 셈이죠.”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가 플래그십 세단 ‘S90’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건넨 말이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볼보코리아의 기세가 무섭다. 올해 들어 수입차 시장이 역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볼보는 예외다. 이미 1~3분기 전년 대비 27.6%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돌풍은 이미 시작됐다.

‘안전의 볼보’가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젊은 이미지를 입혀 고객층을 폭넓게 가져가겠다는 게 1차 목표다. 스웨덴 감성을 한국 고객들에게 전파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선봉에 내세운 것은 ‘90 패밀리’. 볼보가 최근 선보인 플래그십 세단 ‘S90’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이다. ‘90+90’ 전략으로 180도 상황 역전을 노리는 셈이다.

‘안전의 볼보’ 젊음을 입다

이전까지 볼보코리아의 한국 시장 공략법은 단순했다.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는 전략을 택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라는 이름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뿐이었다. 단순한 마케팅은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힘들었다. 볼보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매년 1~2% 수준에 머물렀다.

경쟁사들은 달랐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디젤 세단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트렌드를 직접 만들어갔다.

볼보가 칼을 갈게 된 이유다.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안전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젊은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애썼다. 지난 2015년 서울 강남수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에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브랜드만의 특색과 감각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 볼보 서비스센터 (자료사진) / 출처 = 볼보자동차코리아

이후 차량을 들여오면서 ‘스웨덴 감성’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볼보 브랜드의 고향인 스웨덴만의 분위기를 국내에 전파하겠다는 것. 볼보 차량들이 북유럽 특유의 단순함이 강조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가로수길 팝업스토어에서는 스웨덴 전통 음료와 음식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자와 소통을 위해 노력한 점도 주효했다. 볼보는 S90 출시를 기념해 10월 26일까지 여의도 IFC몰·삼성동 코엑스몰 등에서 팝업 쇼케이스를 열며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볼보자동차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고객과 소통창구를 늘리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선 것이다. 시기별로 무상점검 서비스, 서비스 캠프 등도 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볼보의 대표 모델 S60, XC60, V40 등을 두고 살펴보면 30~40대 고객 비중이 50~60%씩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회사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90+90’ 180도 반전 노린다

이런 상황에 볼보가 꺼낸 카드는 ‘신차 공세’다. 올해 들어 '90 패밀리‘를 연달아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S90과 XC90은 각각 최근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E세그먼트 세단, SUV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대감이 크다.

▲ 볼보 더 뉴 S90 / 출처 = 볼보자동차코리아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세단 ‘S90’은 ‘스웨디시 럭셔리 세단’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안전·편의장치 추가는 물론 인테리어 마감재에 천연 소재를 확대 적용하는 등 감성적 측면도 강화했다. 반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 헤드업 디스플레이, 대형 동물을 감지하고 교차로에서 추돌 위험을 감지하는 인텔리세이프 시스템 등을 장착해 상품성을 높였다.

디젤 엔진인 D4와 D5 AWD, 가솔린 엔진인 T5 등 라인업을 갖췄다. 모두 볼보의 새로운 엔진 계통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 적용됐다. 2.0리터 4기통 신형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으로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특히 더 뉴 S90 D5 AWD는 파워펄스(Power Pulse) 기술이 적용돼 최대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 48.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격은 5990만~7490만원에 책정됐다.

볼보가 앞서 소개한 XC90 역시 인상적이다. 7인승 럭셔리 SUV인 이 차는 새로워진 볼보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반자율주행 시스템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자전거와 동물까지 감지하는 업그레이드된 안전 시스템, 9인치 터치 스크린, 20인치 휠 등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기수요가 수만대씩 밀릴 만큼 인기몰이에 성공한 차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 역시 “국내에서도 고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볼보만의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 시스템의 조합으로 안정적인 달리기 성능을 자랑한다. 8단 자동 기어트로닉 변속기를 장착해 효율성과 직결감도 잡았다.

▲ 볼보 올 뉴 XC90 / 출처 = 볼보자동차코리아

가솔린, 디젤뿐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라인업도 갖춰 다양한 수요에 대비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T8은 2.0ℓ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총 출력 400마력의 힘을 낸다.

한편 볼보코리아가 지난 7월 선보인 ‘더 뉴 V40’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는 2013년 3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V40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볼보 브랜드의 새로운 아이코닉 요소가 더해져 보다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 뉴 XC90을 통해 선보인 새로운 아이언마크, 세로 그릴과 함께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가 적용돼 이전 모델보다 한층 더 역동적인 인상을 보여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끝나가는 가운데 브랜드 간 점유율 다툼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업체별로 특색과 강점을 고객들에게 잘 전달해 재구매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해야 할 때”라며 “볼보의 ‘스웨덴 감성’과 ‘젊은 감각’ 전략이 S90·XC90이라는 대형 신차와 만나 어떤 효과를 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