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간 공들여 쌓아온 명성이 ‘갤럭시노트7’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존폐 위기에 내몰렸던 도요타와 존슨앤존슨의 재기 스토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역량을 발휘할 때라고 조언했다. 위기의 삼성전자가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도요타, 최악의 리콜 사태 극복

일본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는 지난 2009년 급발진 결함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960만대 리콜을 추진했다. 도요타의 사후처리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 안전협의회(NHTSA)가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부품 업체에 책임을 돌리거나 불량의 원인을 단순 기계적 결함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미흡한 사후처리가 손실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추정 매출 손실 2조원과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1조2000억원이 날아갔다. 결함 사실을 은폐하고 정부와 소비자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한 벌금으로 1조3000억원을 부담했다. 결국 창사 이래 최악인 4600억엔(약 4조9862억원)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주저앉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기회가 됐다. 유럽계 업체들과 현대자동차는 반사이익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현재 도요타는 글로벌 시장 재기에 성공했다. 최고경영자(CEO)인 도요다 아키오 대표의 적극적인 대응과 품질개선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창업자 가문 출신인 그는 14년만에 최고경영자 자리로 복귀한다. 이후 수익성 제고와 제품력 강화, 신흥 시장 개척 등에 집중했다. 도요타는 지난 201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2년 세계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존슨앤존슨의 경우 한층 극적이었다. 지난 1982년 미국 시카고, 존슨앤존슨의 진통제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레놀은 존슨앤존슨의 주력 상품이었다. 미국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판매고를 보였다. 미연방당국은 사건 조사에 나섰고 누군가 소매 단계에서 일부 캡슐형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첨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시카고 지역에 배포된 제품만 수거할 것을 존슨앤존슨에 권고했다.

존슨앤존슨은 한 발 더 나아갔다. 타이레놀의 생산과 홍보를 중단하고 미국 전역에서 시판되고 있던 제품을 수거했다. 이미 판매된 타이레놀 캡슐은 알약으로 교환해줬다. 이 회사는 핫라인을 설치하고 언론과 소비자의 문의에 신속하게 응대했다.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후속조치에 나선 것이다.

“CSR 역량에 따라 소비자 팬덤 형성할 수도”

해당 사건 이후 존슨앤존슨은 미국 소비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기업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 컨설팅 업체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가 최근 발표한 신뢰받는 10대 기업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 역시 책임경영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12월31일까지 갤럭시노트7의 교환과 환불을 진행한다. 국가기술표준원의 판매중지, 교환중지, 사용중지 등의 권유에 따른 후속조치다. 제품판매와 교환은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CSR 역량에 따라 소비자는 팬덤을 형성할 수도, 안티팬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 모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곳 관계자는 “CSR을 위해 담당 부서들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그간 해왔던 것처럼 (CSR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