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제품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 리콜을 결정했습니다. 해당 제품을 사용하다 화상을 입은 고객들이 생겼거든요. 내부에서는 이 이슈가 제품 하자 또는 악의 없는 실수라고 하고, 한편에서는 이건 안전 문제라고 이야기하거든요. 내부적으로 이런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으로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해당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의 내리기(Define)’입니다. 일반적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이 내리게 되는 이 정의(Definition)는 향후 전개될 위기관리 근간을 이르게 되므로 아주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질문에서 리콜을 이야기했는데요. 해당 리콜 원인과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해보기 바랍니다. 해당 리콜의 원인이 사용자 불만, 사용자 불편, 일부 기능의 오작동, 소비자들의 정서적·감정적 불만이나 불안 등인가요? 그렇다면 이는 ‘소비자 불만’ 또는 ‘제품 단순 하자’로 해당 위기를 정의하면 되겠습니다. 이런 내부 정의가 결정되고 공유되면 그에 따른 정해진 리콜 프로세스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면 됩니다.

반면에 해당 리콜이 소비자 안전사고, 제품 위해성 논란, 실제 신체적 피해가 상황적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소비자 안전 위기’로 정의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당연히 우선 소비자 안전을 확보해줄 수 있는 신속한 조치는 필수가 되겠지요. 리콜 프로세스 진행에 있어서도 보다 전격적이고 적극적인 리콜 활동이 필요할 것입니다. 리콜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보다 잦은 소비자 안전 커뮤니케이션과 리콜 참여 독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앞의 위기 정의와는 완전하게 다른 대응 기반이 필요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 있어서 이러한 초기 ‘정의 내리기’에 혼선이 있거나, 일방적 정의가 내려지거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먼저 대응에 나서게 되면 큰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어떻게 해당 위기를 정의내리는가에는 물론 지난한 상황 파악 과정과 내부 토론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는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철학과 주요 핵심 가치에 연결해보면 좀 더 확실한 시각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해당 문제 상황이 품질에 대한 것인지, 서비스에 대한 것인지, 소비자 불만에 대한 것인지, 소비자 안전에 대한 것인지, 전혀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한 것인지, 공격적인 이해관계자에 의한 것인지, 기업 정체성에 관한 것인지, 기업 거버넌스와 관련된 것인지, 사회적 감정이나 공분과 연계된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현 상황을 정의해봐야 합니다.

이런 위기에 대한 정의내리기에는 당연히 내부시각을 포함해 외부 시각이 균형 있게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족 이야기에 비유해봐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면 당연히 그 아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족 내부 시각에서만 해당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가 원래 좀 성격이 다혈질이라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절대 남이 먼저 때리기 전에는 남을 때리는 법이 없는데…’ 이런 내부적 생각에 주로 의지하게 된다는 거죠.

이럴 때는 아이를 중간자적 입장에서 보아온 선생님이나 다른 친한 친구들의 시각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아이에게서 직접 보지 못했던 부분이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보면서 어떤 생각과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알게 되면 보다 나은 상황 판단이 될 수 있겠습니다.

외부 위기관리 카운슬을 평시에 유지 관리하는 것은 많은 유명 기업들에게는 일반적 체계가 되고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상황에 대한 외부의 관점을 신속하게 내부 의사결정에 일부 반영하여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외부 카운슬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면 해당 위기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노력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더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이 강화됩니다.

위기관리는 한 회사 내부에서만 이루어지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닙니다. 수많은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게임입니다. 당연히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 해당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 ‘우리가 볼 때 별것 아닌데 왜 저렇게 난리들일까?’ ‘뭐가 뭔지 헷갈리는군. 누군가 배후 세력이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오해들이 일어난다면, 그건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