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전업주부 A 씨(46세)는 요즘 자꾸 건망증이 심해졌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물건 위치나 이름을 잊는 빈도가 잦아지고, 과거의 언행을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A 씨처럼 5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도 치매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실제 진료실을 찾는 치매 환자들의 연령대가 어려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치매를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데, 경우에 따라 쉽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치매는 외상, 뇌질환, 혈관장애 등으로 뇌가 손상돼 기억력이 저하되고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치매 질환의 종류로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등이 대표적이다. 70대 이상 노인에게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염된 먹거리와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인해 점차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잦은 음주와 흡연, 잘못된 식생활 등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이 치매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요클리닉의 로세버드 로버트 박사 연구팀이 평균연령 90세 노인 1400명을 정밀 진단한 결과, 40~64세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평균 2.9%가량 두뇌 크기가 작았다. 당뇨병에 걸리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당 대사 이상으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뇌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될 수 있다. 또한 뇌에 양질의 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노화가 가속돼 기억력이 떨어지기 쉽다.
대사증후군은 식습관과 생활습관 교정으로 충분히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하루 세 번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야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에 부담이 없으며 과식이나 폭식을 할 염려도 적다. 뇌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끼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한다. 설탕, 잼, 물엿 등 단순당은 혈당을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올리기 때문에 피하고, 대신 현미, 보리처럼 섬유질이 많은 탄수화물을 가까이 해야 한다. 뇌기능에 도움이 되는 아연, 커큐민 등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도 좋다. 아연은 굴, 명태류, 견과류에, 커큐민은 강황, 울금에 풍부하다.
대사증후군과 치매 예방을 위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운동이다. 유산소운동은 체지방을 태우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뇌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 또한 기억력 중추인 해마를 활성화해 치매 예방 효과가 크다. 일주일에 3번, 40분에서 1시간 정도 땀 흘릴 정도의 빠르기로 걸어야 효과가 있다. 운동으로 흘리는 땀은 치매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금속인 수은(Hg)을 함유, 배출하기 때문에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