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단기 급등세를 겨냥한 치고 빠지기식의 단타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단타족들은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단기투자 수익이 제법 짭짤한 것을 이용, 최근의 부동산시장 흐름이 1년정도 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재건축 단지별로 갈아타기를 하면서 단기 차익 실현을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초단기 투자는 양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모두 포함해도 단기간에 1억이상의 차익이 발생하고 있어 세금과 중개수수료를 빼고도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 타이밍만 잘 타면 한 해에도 여러건을 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단타족들은 아파트 담보대출로 사실상 본인이 가진 현금은 집값의 절반정도 수준이거나 소액물건은 70%이상 대출로 투자하고 있다. 이자를 포함한 세금을 감안해도 불과 6개월도 안돼 엄청난 차익을 거둘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세를 타고 부동산 거래시장이 돈먹고 돈먹기식의 투기장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단타족들의 수건돌리기'에 뒤늦게 뛰어든 실수요자들이나 초보투자자들이 거액의 담보대출을 끼고 나중에 매매기회를 놓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저금리시대의 새로운 투기족? 

"재건축 시행까지는 10년 이상 걸릴테지만 부동산 상승 흐름타고 다시 매입 타이밍이 올겁니다."

단기투자를 권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단기투자족들이 활개를 친 것이 기존부터 있어왔던 사례이기도 하고 놀라운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시장에 손을 대면서 서울 시내 안 오른 곳이 없을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세금내고도 큰 수익을 내는 투기족들이 나오면서 저금리시대의 새로운 투자처가 된 듯 서울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성 투자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 벌어지면 결국 실수요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은 매수타이밍이 있다. 1차는 재건축 연한 채운 시기이며, 2차는 안전진단 이후, 3차는 관리처분 이후 등이다. 재건축과 관련한 과정에서 승인이나 계획발표가 나오면 어김없이 오름세를 띤다는 게 공인중개업체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30년 연한을 채워나가는 목동, 노원 등의 단지들은 이제 재건축 시작 단계인데도 상승과 하락곡선을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강남구 반포와 개포 재건축이 순항하면서 올해들어 2억원 넘게 오르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2억원의 수익은 세금과 이자를 제외하고도 큰 수익을 남긴다. 예를 들어 11억원하는 강남 재건축을 담보로해서 3개월만에 13억원에 되팔았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양도소득세(보유기간 1년미만 40%)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1억2000만원이 남는다. 현금 6억원만 갖고 샀다고 하면 대출 5억원에 대한 400만원 수준의 금융이자와 3000만원 이상의 취득세(9억 초과분 3%)와 등록세를 제외하더라도 3개월에 9000만원 가량의 수익이 남는 셈이다.

압구정 잠실 노원 등 재건축 시장 단타족 극성

압구정지구 재건축도 최근 개발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한달새 1~2억씩 오르기도 했다. 2006년 부동산 시장이 고점일때 일어나던 상승세가 요즘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수세력이 시장분위기가 좋을때 노를 저었다가 금방 시세를 올려놓고 다시 손을 빼는 상황이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전용 63.93㎡의 경우 강남 재건축 시장 상승분위기에 편승해 지난 6월 11억원에 거래되다가 10월 13억원으로 상향했다. 3개월만에 2억원이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압구정 개발계획 이후 보합상태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도 급매물 소진으로 반짝 급등 국면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시세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31.98㎡는 지난해 말부터 2억 2500만원으로 시세변동이 없었는데 올해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4개월만에 호가로 2억 7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계주공5단지 저층단지로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이 높아 더욱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상계주공 아파트에 입주한 P씨는 단기성 투자로 "재건축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전세를 주고 다시 나가거나 단기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오르면 매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 재건축도 단기성 투자세력이 몰려들었다. 1978년에 입주한 잠실 주공 5단지의 전용82.51㎡의 경우 지난 4월 13억 3000만원에서 3개월 후 단기 급등하여 최대 15억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곳 역시 10월에는 시세 변동이 거의 없다. 압구정아파트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전환 방침에 따라 한강변 아파트들의 초고층 제한이 있을 것으로 예상, 가격상승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잠실 J공인업소 관계자는 "잠실이나 압구정 등에서 가격이 오른 것은 지방사람이 서울부동산 투자해 재미본 경우도 있고 서울 시내 부동자금이 들어와 단타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시세가 주춤하거나 떨어지면 다시 사려고 대기중인 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인업소 관계자는 "재개발 될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단기로 이득보려는 수요가 많다"라며 "매수타이밍을 잘 잡고 1년정도 보유하다가 되팔 생각인 투자자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과거처럼 단기차익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결국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