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복 관련 SNS 채널에서는 경복궁 입장에 관한 이슈가 뜨겁다. 여성이 남성 한복을 입고 방문했다가 무료입장이 거절된 사례에 대해서 한복 마니아들을 포함한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상황인즉슨 이렇다. 여성인 B 씨는 양반 남성 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도포, 바지저고리에 쾌자와 갓을 갖추고 경복궁을 방문했다. 한복을 입었으므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나 입구에서는 ‘여성이 남성 한복을 입은 것은 우대 사안이 아니’라고 막아섰던 것이다.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경복궁 측에 연락을 취해보았다. 한복 착용과 관련한 무료입장 혜택은 다음과 같다. 여성의 경우 치마저고리와 같은 여성 한복을, 남성은 바지저고리에 배자나 쾌자 등 남성 한복을 입은 경우다. 여성이 남성 한복을 입거나 남성이 여성 한복을 입는다면 입장 자체는 가능하지만 무료혜택 조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러한 무료입장 거절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자는 2014년 9월, 면 저고리와 누빔 한복치마를 입고 무료입장 혜택을 받으려 했지만 당시 창덕궁 티켓 관리소의 직원은 전통한복이 아니라며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자의 경우, 과거에 여성이 남성 의복을 입는 경우가 공식적인 복장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식으로 한복을 차려 입는 것이 아닌 일종의 ‘남장’ 혹은 ‘코스프레’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유료입장은 가능하다고 하는 직원의 안내를 생각해볼 때, 한복이 아니라며 부정하는 경우는 아니다. 조선의 정궁이기에 보다 예의나 격식을 따져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후자의 경우, 흔히 ‘한복지’라고 불리는 의례용 한복을 많이 접하게 되는 요즈음의 시기적 특성상, 면으로 만든 저고리나 누빔 한복 치마를 낯설게 보았던 것이다. 이는 과거 목화실을 이용해 무명옷을 지어 입었던 역사적 사실이나, 겨울에 솜을 넣고 천을 누벼 만든 누빔 의류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있었던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권미루 제공

두 경우는 약간 다른 사안이기는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엇이 전통이고, 전통이 아닌가라는 접점에서 함께 두고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은 간혹 우리 것과 우리 것이 아닌 것을 구분짓는 데 많은 시간과 정력을 소비한다. 과거 문화의 역사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원형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은 계승과 보존이라는 측면으로 인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유물들과 전통의 자산들은 더욱더 과거의 것이 되어간다. 박물관 안에서만 고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야말로 정적(靜的) 대상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원형에서 조금 달라진 것은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는 정도와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그래도 경복궁은 조선의 유일한 정궁이다. 격식을 갖춘다는 차원에서 경복궁의 현 무료입장에 대한 기준을 강화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의 적용은 시기마다 변화가 있었는데, 이 변화의 기준이 들쭉날쭉했다는 부분은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하다. 2013~2014년 초반에는 오로지 ‘현대 시대의’ 의례용 전통한복만 무료입장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젊은이들 중심으로 생활한복 수요가 늘어나면서 규제는 점차 유연해졌다. 2015년 즈음부터는 철릭원피스만 입어도 입장이 가능했다. 이후 바뀐 규정이 이슈가 됐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이슈가 된 사항에 대해서 ‘민원인’들의 의견에 의해 기준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사람들은, 딱딱하고 견고해서 감히 바라만 봐야 했던 문화를 좀 더 말랑말랑하고 즐겁게 누리고 싶어 한다. 한복을 모티브로 만든 기성복과 철릭원피스, 허리치마 같은 생활한복은 이미 많은 젊은이들에게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다. 전통한복을 면이나 리넨과 같은 천으로 옷감만 바꾸어 제작해 입기도 한다. 한복을 입고 K-Pop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비영리단체 한복놀이단의 활동이나, 한복을 예쁜 옷으로서 이해한 한복여행가들의 활동도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신분이나 성역할과는 별개로 한복을 옷으로서 좋아하고 입는 사람들도 이런 시각의 연장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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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완전한 격식과 예를 차리는 장소이거나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즐기는 장소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과도한 노출’이라는 애매한 표현 말고 보다 정확하고 알기 쉬운 기준을 정해야 한다. 치마 길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홑겹을 말하는 것인지 사용자 입장에서는 알기 어렵다. 비단 무료입장의 차원이 아니라 해도 ‘노출’이 문제가 된다면 민소매나 짧은 바지와 같이 일상복을 입은 사람 또한 어떤 기준을 세워 들이는 것이 맞다.

문화재청이나 경복궁에서 결정하는 무료입장 가이드라인에 있어 어떤 식의 틀을 잡든, 언제나 불평하는 민원인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한복의 대중화 및 세계화’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정책입안자들뿐 아니라 실무자들 스스로 전통이나 한복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무엇이 전통이고 무엇이 아닌지는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 더 잘 알아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담론을 활발하게 펼치는 과도기에 우리가 있다. 종국에는 우리가 가진 전통의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고 다양한 형태로 즐겁게 이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여성신문 트위터: https://twitter.com/i/web/status/783514374950494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