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손목 위, 왠지 모를 허전함도 스마트워치가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시계의 자리가 줄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시계의 대부분은 한계에 도전하기를 반복한 끝에 기어이 손목 위 소우주를 세운 것들이다. 그래서 좋은 시계의 주인들은 가격을 크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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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에 장착된 파이브 미닛 클락. 출처=marcellous.wordpress.com

19세기 중반, 오페라 공연 도중 관객들이 어둠 속에서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회중시계의 미닛 리피터를 작동하는 건 매우 흔한 풍경이었다. 극장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차임벨 소리는 공연의 몰입을 방해했고, 당시 작센의 왕이었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는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에 관객 모두가 볼 수 있는 시계를 설치할 것을 명령했다. 궁중 워치메이커였던 요한 프리드리히 굿케즈는 그의 수제자 아돌프 랑에와 함께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를 위한 파이브 미닛 클락을 제작했고, 이는 로마 숫자로 시간을, 아라비아 숫자로 5분 간격의 분을 표시해주는 방식이었다.

▲ 디지털 표기 방식과 미닛 리피터를 장착한 최초의 기계식 시계인 자이트베르크 미닛 리피터. 출처=랑에 운트 죄네

2009년 랑에 운트 죄네는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 하우스의 대형 벽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획기적인 시계를 선보였다. 디지털 표기법을 지닌 최초의 기계식 시계인 자이트베르크 컬렉션을 소개한 것. 자이트베르크는 다이얼 중앙의 점핑 아워, 점핑 미닛 창과 2시 방향의 크라운 등 독특하고 대담한 디자인 덕에 출시되자마자 숱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랑에 운트 죄네는 그로부터 2년 뒤 자이트베르크 스트라이킹 타임을 공개하며, 기술적 진보를 이루었고 지난해엔 자이트베르크 미닛 리피터를 발표함으로써 컬렉션 내 하이엔드 시계 제조 기술력의 정점을 보여줬다.

기존의 미닛 리피터 시계가 시, 15분, 분 단위의 소리로 시간을 알렸다면 랑에 운트 죄네의 자이트베르크 미닛 리피터는 시, 10분, 분 단위의 소리로 시간을 나타낸다. 랑에 운트 죄네는 이를 영어로 십진법을 뜻하는 데시멀(decimal) 미닛 리피터라 칭했다. 케이스 10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그 청아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데, 사진 속 시각인 7시 52분으로 설명하자면, 다이얼 좌측 하단의 해머가 7번 두드리며 시를, 양쪽의 해머가 동시에 5번 움직이고 바로 뒤이어 다이얼 우측 하단의 해머가 두 번 치며 분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한편 자이트베르크 미닛 리피터의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은 시계의 동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시계의 잔여 동력은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의 핸즈가 빨간 점에 도달하면 미닛 리피터를 작동시킬 동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은 랑에 운트 죄네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자이트베르크 미닛 리피터는 직경 44.2mm의 플래티넘 케이스로 제작하며 부품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완성한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L043.5 칼리버로 구동한다. 가격은 44만 유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5억4500만원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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