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잘 통제되던 몸의 움직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거나,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다면 굉장히 겁이 나는 일이다. 이러한 이상운동질환 중에서도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떨림이다. 주로 손이 떨린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으며, 그 외에도 턱, 입술,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가 있고, 심한 경우에는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보행할 때도 지장이 발생할 정도의 심한 떨림을 호소하기도 한다. 떨림의 종류에 따라 어떠한 떨림이냐에 따라 시행해야 하는 검사와 치료 방법에는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양손의 떨림으로 외래를 찾은 30대 중반의 남자 환자의 직업은 치기공사이다. 그는 치아 모형을 만들기 위해 손으로 세밀한 작업을 하는 도중, 손의 떨림이 발생해 일을 할 때 많은 지장이 있었다. 20대 때부터 가끔 떨림은 있어왔으나 당시에는 작업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가족 중에서는 어머니가 이와 같은 떨림을 간헐적으로 호소했다고 했다. 평소 쉴 때에는 떨림 증상이 뚜렷하지 않았으나,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해서 집중을 해야 할 때 떨림이 더 심해져서 작업에 방해가 되어 내원하게 되었다. 진료 당시 환자는 이러한 떨림이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같은 큰 병이 아닐지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환자는 가만히 앉아서 안정을 취할 때는 떨림 증상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양손을 들어 특정한 자세를 취하게 하거나 손가락으로 물체를 겨냥하게 할 때 양손의 떨림이 관찰되었다. 현재 따로 복용하고 있는 약은 없었으며, 시행한 혈액 검사상에서도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이 환자처럼 안정 시에는 떨림이 관찰되지 않으나 동작을 취하거나 물체를 겨냥할 때, 어떠한 의도를 지닌 행동을 할 때 떨림이 관찰되는 경우 본태성 떨림(Essential Tremor)으로 진단하게 된다. 본태성 떨림은 대개 35세 이상에서 나타나지만 더 젊은 나이에서도 관찰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스트레스 상황, 긴장하거나 피로하면 악화되고 안정 시 호전된다. 유전되는 경우가 있어 환자의 가족들 중에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본태성 떨림은 자율신경을 차단하거나 항전간제를 사용해 떨림 증상을 경감시키는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는 보톡스 주사를 시도해보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한다. 치료의 목표는 생활이 방해받지 않는 정도의 약물 조절이다. 치기공사 환자처럼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하거나, 남들 앞에 나서는 직업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물 조절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반대로, 안정 시에 심한 손의 떨림을 보이면서 느린 행동이나 보행 장애가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할 때는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나타나는 이상운동증상으로 본태성 떨림과 병의 경과와 치료 약제가 상이하게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약제로 인해 유발되는 떨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다면 떨림의 유발 여부를 확인해 중단해야 한다. 또한 갑상선항진증이나 갈색세포종과 같은 내분비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떨림 증상이 관찰될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 및 영상검사를 통해 상기 병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도 소뇌병변이 있는 경우에도 떨림이 있을 수 있어 뇌졸중이나 뇌종양 등을 감별하기 위해 뇌영상촬영이 필요하며 말초신경병이 심한 경우에도 떨림 증상이 나타나므로, 손이나 머리가 떨리는 경우 신경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증상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태성 떨림은 양성 질환이나 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떨림으로 인해 손으로 하는 작업을 하기 힘들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타인의 불필요한 이목을 받는다는 점에서 환자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떨림은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악순환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을 잘 조절해 좀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