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그랬고 이번 정비구역 발표 후에도 15년 이상 바라보시는 분들 많죠.”(압구정 A공인업소 관계자)

지난 6일 서울시가 압구정동 인근 개발 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한 후 압구정 현대, 미성, 한양아파트 거주민 사이에서는 재건축 예상시기를 최소 10년, 예상 15년, 최대 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만 수억원씩 올랐던 아파트값 가격조정 전망까지 내놨다.

압구정 구 현대 아파트 주민 A씨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앞으로 15년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이주는 물론 조합 설립도 언제일지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은 지난 1976년부터 1980년에 지어진 현대, 한양, 미성아파트 등 총 1만299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완공 후 30년이 지나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돼 일부 조합설립인가도 받았지만, 서울시가 통합개발을 하겠다고 해 이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곳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강남구 지역 재건축이 가격 상승세를 띄면서 압구정까지 훈풍이 불었다. 재건축 기대감에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등 사업에 탄력을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가 주거지역 뿐만 아니라 상업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보통 재건축은 해당 단지 주민들이 합의하에 아파트를 신축하는 과정으로 기본적인 재건축 조건들만 맞추면 바로 재건축이 허가되어 진행된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은 하나의 단지가 아닌 수개의 단지를 하나의 지구로 묶어서 재건축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자전거길, 바람길, 조망 등을 고려해 나홀로 멋진 단지가 아닌 하나의 계획된 구역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도 많아지고 준비해야할 사항도 많아진다.

이에 재건축 시행시기가 더욱 불투명해지면서 투자매수 기세가 꺾이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이번에 마련한 압구정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의 주요 내용은 ‘공공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성’과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시는 ▲압구정역 폐쇄형 단지를 가로친화형 단지로 전환하고 ▲24개 단지를 6개 재건축 사업단 위로 구분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다. 또한 ▲기존 압구정로변 중심시설용지 등에 대해 특별계획구역 지정을 통해 이 일대를 광역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용적률, 높이, 구역별 공공기여 비율 등은 한강변관리기본계획 등 기존 상위계획의 기준을 준용한다는 계획을 내놔 층수는 최대 35층으로 제한된다. 이같은 시의 방침에 압구정 재건축 투자전망이 부정과 긍정으로 나뉘고 있다.

▲ 서울시 압구정동 지구단위계획. 출처=서울시

가격 조정 vs 장기적 호재

최근 몇 달새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 분위기는 상승세였다. 반포 재건축이 순항하면서 상대적 격차축소로 1~2억씩 상승했다. 당초 압구정 현대아파트 1, 2차의 경우 전용면적 141㎡가 1년 새 4억원 가량 오르기도 했다. 현대3차아파트 역시 전용면적 108㎡가 지난해 11억 5000만~12억 5000만원 사이에 거래되다 최근 14억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지구단위계획 발표 여파로 압구정 아파트 가격 조정을 예상하는 부동산 전문가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압구정 재건축은 서울시장과 정권 바뀌기 전까지 오르지 않을 듯 하고 내년에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뛸 것으로 보여 가격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압구정 C공인업소 관계자는 “잠시 가격은 멈칫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폭락하진 않고 시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다른 B공인업소 관계자도 "아직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었다"라며 "앞으로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에서 압구정 일대 개발계획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압구정 재건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