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산업 내에서 증권사들의 몸집 키우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본금 규모에 따라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에 향후 증권사별 생존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대형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4조원 규모를 상회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발행어음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8조원을 넘으면 종합투자계좌도 허용이 되지만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은 낮아 보여 발행어음 제도를 활용한 향후 전략이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사들은 아직 4조원 규모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행어음이라는 신규사업 확보를 위해 향후 자본 확충에 대한 요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각 증권사가 추후 어떤 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대형 증권사는 중대형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 따라서 대형·중대형 증권사의 특화 전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사실상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되며 신용 등급 하락에 대한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증권사의 대형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업 구조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시장 경쟁력이 부족한 증권사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달라지는 증권업 환경에서 살아남을 증권사를 가리려면 각 증권사가 향후 어떤 전략을 내세울지에 주목해야 한다.

◆ 초대형 증권사, 공격적 투자 성향 모니터링 해야

초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규모를 말한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국내서는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NH투자증권이 초대형 증권사로 꼽힌다. 이 증권사들은 자본확충이 어느정도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판단되며 추후 공격적인 투자확대가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르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게 종합금융투자계좌 등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될 예정이지만 각 증권사의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과 현대·KB투자증권의 경우 8조원 자본 확충까지 추가로 각각 3조 4000억원, 4조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가 올해 2분기 중 조선업 관련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자본확충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NH농협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자본력이 증가했고 이후 농협금융지주의 신인도를 바탕으로 우발채무, 대출금 등의 다소 공격적인 사업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향후 주목해야 할 것은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부분이다.

현대·KB투자증권은 은행계 증권사다. 따라서 합병 이후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조직 안정화 및 KB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두 기업이 주식교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합병 진행 이후 발생할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의 경우는 합병 후 예상 자기자본 규모가 6조 7000억원이다. 그룹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고 8조원 자기자본 규모에 가장 가깝기 때문에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고려해야할 부분들이 있다. 합병 후 통합 증권사에 대한 그룹의 지분율이 약 19%로 낮은 편이어서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자금 부담이 존재하고 통합증권사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최근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때문에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미래에셋캐피탈의 통합증권사 지원 여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은 합병이후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 대우 인수에 2조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해외 호텔·리조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은 그룹에서도 핵심 회사로 꼽히기에 그룹 차원 투자에도 직간접적인 동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전 사업부문에서 경쟁 우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후 부작용 발생 여부와 전 사업 경쟁 우위 점유 여부, 영업 시너지 창출 여부 등에 주목해야 한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 대형증권사, 자본확충 요구 높아

자기자본 3~4조원 규모의 증권사는 대형증권사로 분류된다. 정부의 초대형 증권사 육성 방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 확충 요구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기자본 4조원을 확충할 경우 제공되는 발행어음 제도는 증권사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또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자기자본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실제 자본 확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자본 확충 요구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자기자본 3조원 충족을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중이어서 4조원 확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증권사로 꼽힌다.

삼성증권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난 8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로부터 삼성증권 지분 8%를 추가 인수 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중심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2020년에 도입될 IFRS4 2단계와 관련해서 자본 확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삼성증권 증자 시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기 위해서 충당해야 하는 금액이 약 6000억원 수준이고 삼성증권의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2000억원 내외), 보유 자기주식 가치(시가 약 3000억원), 영구채 발행 혹은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 가능성, 삼성계열의 높은 재무 여력 등을 고려하면 자기자본 4조원 충족을 위한 요구 및 실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난 8월 자기자본 4조원 확충을 위한 자본 확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투자증권 인수 혹은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과거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의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미뤄보아 자본 확대에 대한 의지는 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본 확대에 제약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기준으로 자회사 지원 여력이 지난 6월 말 기준 3352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금융지주회사가 과도한 차입금으로 자회사에 출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30%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중레버리지비율 상승을 막기 위해서 한국투자증권이 직접적인 인수 주체로 타 증권사를 합병한다면 최초 인수대금이 합병 후 자기주식이 되기 때문에 자본확충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자본 확충 의지가 높은 것으로 보고 향후 한국투자증권의 이익유보 확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기주식 매각 등에 따른 자본확충, 계열사 지분 재조정을 통한 이중레버리지 비율 개선 등의 자본확충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 발행어음과 같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리스크 부담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리스크 관리 능력에 따른 수익성 차별화에 주목해야 한다.

◆ 중대형증권사, 사업 포지셔닝 잡아야

중대형증권사는 자기자본 1~3조원 규모의 회사다. 증권사 대형화 분위기에서 전략적으로 사업 포지셔닝을 잘 잡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이 중대형 증권사로 분류된다. 이 중 향후 주목 해야할만한 증권사는 하나, 대신, 메리츠다. 자기자본 규모는 1조 6000억원~1조 7000억원이어서 대형사로 가기위해 자기자본을 확대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이중레버리지비율 등을 고려하면 모회사의 지원 여력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은행계 증권사로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증자로 인한 경쟁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위해서 필요한 추가 자본금이 1조 2000억원으로 신한금융투자보다 2배 가량 많다는 점,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인해 지원 여력이 충분치 않은 점 때문에 자본 확충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증권업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또 상대적 고배당이 이뤄지고 있어서 최근 10년간 자기자본 규모는 1조 6000억원 수준에서 머물렀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14년 대신F&I 인수 이후 NOL투자, 대형 자체 PF 사업 등 고위험 투자가 확대됐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 신용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오는 2020년 종금업 라이센스가 만료된다. 따라서 PF 대출 관련 사업 부분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대형 증권사들이 기존 메리츠종금증권의 사업 영역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주계열 증권사 중에서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가장 높아 지주의 지원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 확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대주주인 메리츠 금융지주의 지분율이 32.36%에 불과해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 지분보유 조건을 충족하려면 유상증자 시 메리츠금융지주의 참여가 꼭 필요한데 이 경우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다시 상승한다는 점이 제한적이다.

▲ 출처=나이스신용평가

◆ 중소형 증권사, 신용등급 하락 압박 오를 듯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증권사인 유안타증권, HMC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동부증권, 교보증권, SK증권, 이외 기타 증권사들은 대형화 추세 속에서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신용등급 하락 압박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사들은 M&A 가능성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의 초대형 증권사 육성방안에 따라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중소형증권사들이다. 대형사와의 순이익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고 정부의 지원 정책이 대형사 중심이어서 신규 사업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 규모로 증권업 대형화 추세를 따라가기에는 재무적 부담도 큰 상황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업 경쟁력 저하로 인한 인수합병(M&A)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차별화된 사업 분야가 업어 수익 변동성이 높은 곳 ▲특정 리스크 쏠림 현상이 심한 곳 ▲신NCR(영업용 순자본비율)이 250~300% 내외로 사업 확대를 위한 자본 여력이 충분치 않은 곳 ▲영업이나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높은 모회사를 보유하지 못한 곳을 중심으로 신용 등급 하락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