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 FC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Santiago Bernabeu) 스타디움. 출처= footballwallpapershd.com

축구는 거친 스포츠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진력질주하고, 상대편 선수와 부딪쳐 힘으로 압도해야 하고, 공을 뺏어내 골대 안으로 넣어야 한다, 이렇듯 거친 스포츠인 축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아름다운 ‘예술(Art)’과 비교되곤 한다. 축구 본연의 거친 모습 이면에는 공을 가진 공격수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편 수비수를 따돌릴 때의 우아함,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궤적으로 공을 날려보내는 키커의 환상적 슈팅, 감독들 간의 치열한 전략 싸움 등 미학(美學)적 가치들이 있다. 이번에는 지난 주 EPL에 이어 축구의 아름다움이 세계에서 가장 극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Primera Liga)’ 상식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 출처= LaLiga Facebook

89년의 역사, 라 리가(La Liga)

프리메라리가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를 의미하며 정식 명칭은 프리메라 디비시온 데 에스파냐(Primera División de España), 줄여서 라리가(La Liga)라고도 부른다. 1928년 첫 출범해 올해로 89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EPL처럼 중간에 새로운 리그로 재출범되지 않고 단일 리그로 지속된 것이 특징이다.  

라리가도 EPL과 마찬가지로 리그전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8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리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20개 클럽(팀)들은 홈&원정 경기 방식으로 1팀당 총 38경기를 치른다. 경기에서 승리 시 승점 3점, 무승부 시 1점, 패배 시 0점이 적용되며 승점 합산수치가 가장 높은 클럽이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또한 승점으로 정해지는 리그 순위는 유럽대항전 챔피언스리그 혹은 유로파리그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다수의 클럽의 승점이 같을 경우 승점이 같은 팀 간 맞대결 결과, 골득실 차, 총득점, 페어플레이 포인트 기준을 순서대로 적용해 팀 간의 우열을 가린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리그 하위(18~20위) 3개 클럽과 2부 리그(세군다 디비시온)의 상위(1~3위) 3개 클럽이 맞바꿔져 다음 시즌의 경기를 치른다.

리그전 외 별도로 열리는 컵 대회로는 스페인 프로/아마추어 모든 축구팀들의 토너먼트 경기로 진행되는 국왕 컵(코파 델 레이), 그리고 직전 시즌 라리가 우승팀과 국왕컵 우승팀의 홈, 원정 각 1경기로 승부를 가리는 스페인 슈퍼컵(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이 있다.

 

스포츠 일간지가 수여하는 트로피?    

라리가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많은 트로피들이 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스포츠 소식지인 마르카(Marca)에서 이를 수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카는 스페인 최대의 스포츠 일간지로 축구 외에도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등 스페인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마르카는 총 4개의 트로피를 리그 선수들에게 수여한다. 각 트로피는 과거 스페인 축구 영웅들의 이름에서 딴 고유 명칭들이 있다. 라리가 시즌 득점왕에게는 피치치(Pichich) 트로피, 최고의 골키퍼에게는 리카르도 사모라(Ricard Zamora) 트로피가 주어지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Alfredo Di Stéfano)트로피, 그리고 리그에서 가장 득점을 많이 한 스페인 국적의 선수에게는 자라(Zarra) 트로피가 주어진다.

 

▲ 출처= LaLiga Facebook

엘 클라시코, 지배와 저항의 역사  

엘 클라시코(El Clasico)는 세계 축구 팬 들이 라 리가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한 ‘더비’ 경기다. 엘 클라시코의 사전적 의미는 ‘전통의 승부’로 레알 마드리드 CF와 FC 바르셀로나의 축구 경기를 뜻한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데, 중세시대 스페인은 현 수도인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왕국과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방으로 세력이 나눠져 있었다. 카스티야 왕국은 경제력이 앞섰던 카탈루냐 지방을 탐내왔는데, 1932년 스페인 내전으로 들어선 프랑코 정권은 스페인 통합을 목표로 모든 권력을 마드리드에 집중시키며 카탈루냐 지방의 자치권을 무시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저항하는 카탈루냐에 대해 프랑코 정권은 스페인 내 카탈루냐 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으로 억압한다.

당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카탈루냐어를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바로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장인 캄프 누(Camp Nou)였다. 당시의 카탈루냐 인들은 정권에 대한 저항을 축구 응원으로 표출했고, 억압의 상징인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한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 미친 듯이 열광했다. 이 때부터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축구 경기 이상의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경쟁이 됐다. 1977년 프랑코의 사망 이후 1979년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되찾았으나, 두 팀 간의 라이벌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어 현재의 엘 클라시코가 됐다.

참고로 역대 라리가 우승 횟수(2015-16 시즌 기준)는 레알 마드리드가 32회로 가장 많았으며, 바르셀로나는 24회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출처= Leo Messi / Cristiano Ronaldo Facebook

축구 신(神)들의 전쟁터  

역대 세계 축구 역사에는 ‘축구 황제’로 불리며 시대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이 있었다. 브라질  축구 영웅 펠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그리고 브라질의 호나우두 등은 과거 축구 황제의 계보를 잇는 이들이었다. 현재는 ‘황제’를 넘어서서 축구의 신(神)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그들 모두 라 리가에서 뛰고 있다. 바로 레알 마드리드 FC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다. 

호날두가 2009년 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최근까지 두 선수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2009-10 시즌부터 호날두와 메시는 나란히 3회씩 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한편, 국제 축구연맹(FIFA)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 발롱도르(Ballon d'or)에 호날두는 3회(2008,2013,2014년) 메시는 5회(2009, 2010, 2011, 2012, 2015년)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이후 약 8년 동안 발롱도르는 호날두 아니면 메시 중 한명으로 결정됐을 정도로 두 선수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은 각자의 소속팀 경기인 엘 클라시코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