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앤와이 최보영 대표. 출처=씨앤와이

바이두에서 '왕홍'을 검색하면 1억 건이 넘는 검색 콘텐츠가 등장한다. 왕홍이 운영하고 있는 타오바오 쇼핑몰의 하루 거래량은 12만 건이며, 매출액은 36억 원을 돌파한다. 소비자들이 왕홍을 보고 물건을 구매하고 있으며, 이들이 중국 소비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왕홍을 믿고 한국도 '왕홍 마케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왕홍은 중국에서 '온라인 유명 인사'를 뜻하는 왕뤄홍런의 줄임말이다. 왕홍들은 수백만에서 수천만에 이르는 20~30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은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자랑한다. 2016 중국 온라인 생방송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왕홍 경제는 전자상거래, 광고 유료 아이템 및 서비스 등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망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약 10조 원에 이른다.

한반도 내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 내 한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에 애로사항이 등장하고 있는 와중에, '사드 정국에서의 실효적인 대중국 마케팅 방안'을 주제로 씨앤와이(See&Why)가 주최한 기자간담회가 중소기업 중앙회 연회실에서 6일 열렸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씨앤와이 시장 마케팅 전략 유한공사와 한국패션협회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씨앤와이의 최보영 대표는 "씨앤와이가 추구하는 바는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성공에 일조하는 것"이라며 간담회의 시작을 알렸다. 중국에서 왕홍 세력은 초고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왕홍의 몸값은 15만 위안(약 25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 기업들도 왕홍 마케팅에 차례로 뛰어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려'는 지난 3월 말 왕홍 10명을 초청해 행사를 진행한 후 중국 웨이보 및 웨이신을 통해 약 318만 건에 달하는 노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노동절 연휴 '려' 매출이 약 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0% 증가한 결과를 이뤄냈다.

더 페이스샵은 지난 4월 웨이보 팬이 무려 103만 명에 달하는 샤오웨이 등 다섯명의 왕홍들을 초정했다. 이들은 뷰티콘서트 행사 내용을 자신들 웨이보에 올렸고, 더 페이스샵과 관련된 게시물은 2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 바 있다.

▲ 마케팅 시연하는 왕홍들. 출처=씨앤와이

왜 왕홍 마케팅이 떠오르나?

내년에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까? 한국 기업들은 예민한 한·중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다른 마케팅 활로가 필요하다. 씨앤와이 관계자는 "온라인 연예인과 똑같은 왕홍의 활동은 정치 상황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라며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왕홍이 새로운 판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홍을 내세운 생방송 플랫폼은 구매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바이럴 매체, 블로그 등의 온라인 수단을 이용해 마케팅을 하면 포털 엔진에서 검색이 돼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온라인 마켓들이 SNS와 연동해 편리하게 물건을 팔 수 있게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왕홍'이 들어가 중심을 차지한다. 개인 온라인 마켓인 웨이상은 개인이 열고, 웨이신 결제 서비스를 바탕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이다.

기업들도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들어와 링크를 통한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왕홍이 들어가면 그들이 직접 웨이신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고 또 소비자들과 교류하게 되는 셈이다.

▲ 간담회에 참석한 왕홍들. 출처=씨앤와이

한국 기업들, 왕홍 통해 중국에 진출하려면?

한국 기업들이 왕홍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려면 우선 '기획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미 중국에는 연예 기획사처럼 철저하게 왕홍을 관리하는 기획사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 기업들은 여기서 신뢰할 만한 기획사를 징검다리 삼아 왕홍을 만나고, 철저하게 짜인 기획을 바탕으로 '왕홍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생방송 플랫폼에서 어떻게 생방송이 이루어지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왕홍이 상품에 대해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완벽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국에서는 얼마 전 '왕홍들의 요트 파티'를 개최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등 왕홍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진행된 요트 파티는 약 300만 명이 시청했다.

왕홍의 생방송 앱(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왕홍이 방송하는 중에 물건을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앱이다. 생방송 프로그램에 5~6명의 왕홍들이 등장해 한꺼번에 물건을 팔며, 방송도 진행한다. 일종의 생방송 홈쇼핑 개념의 방송 프로그램이다. 딱 한 시간 동안 1~2만 개를 한정적으로 판매하는데 대부분 완판을 기록한다는 후문이다.

씨앤와이 관계자는 "씨앤와이는 왕홍 기획사와 독점 계약을 맺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라며 "11월 19일 중국 상해에서 제 2회 왕홍 마케팅 파티를 개최해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왕홍들은 관광산업, 이벤트 홍보, 성형 홍보, 패션, 미용 등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마케팅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13억 중국 인구를 사로잡은 왕홍의 인기는 쉬이 식을 것 같지 않다. 한국 기업들에게 왕홍 열풍은 중국 진출을 위한 새로운 활로가 되어 줄 수 있다.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기업들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