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의 인구가 총 인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그리고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라고 칭한다.

일본은 197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1994년에 고령사회, 2007년에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을 비교했을 때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에 비해 일본은 24년으로 매우 짧아서 고령화율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고령자통계’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3.2%로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다. 1999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보다도 짧은 기간에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벌어지는 사회현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건물의 노후화와 주민의 고령화

일본 내각부에서 발표한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2015년 고령화율은 26.7%이고 그중 거의 반수가 75세 이상의 고령자이다. 경제적으로는 일반세대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어서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령자의 절반 가까이가 건강상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2013년 국토교통성에서 실시한 맨션종합조사에서 약 5000명의 맨션 구분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대가 약 30%, 70대 이상이 약 20%로 나타나 맨션에서도 고령화의 진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령자가 증가하는 문제는 맨션 관리 분야에서도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닛케이신문>의 조사에서 80%의 맨션에서 거주자의 고령화가 초래하는 이유 중에서 ‘관리조합의 임원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다른 문제로는 고령자의 경우 수입이 한정되기 때문에 관리비나 수선적립금을 지불해야 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연체하는 경우가 많은 점이다.

<닛케이신문>의 같은 조사에서 1986년 이전에 준공한 맨션의 13.1%에서 고독사가 발견되었고 경과년수 30년 이상의 경우에는 70%의 맨션에서 고독사가 발견되었다. 즉 건물이 노후함에 따라 주민도 함께 고령화한다는 점은 노후 맨션이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이다.

2015년 말 현재 지은 지 30년이 넘는 맨션은 170만호가량이고 1981년에 마련한 새로운 내진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맨션은 100만호가 넘는다. 고성장시기에 건설된 맨션들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거나 내진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노후화가 진전된 맨션에 거주하는 주민의 고령화는 관리조합의 운영 미흡, 비용 부족에 의한 수선 포기 현상, 소극적인 합의 형성 등 직접적인 관리와 안전 문제로 직결되어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제3자 관리자 방식

맨션의 물리적인 노후화에 대해서는 노후화 정도에 따라 수선, 재생, 재건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합의요건을 완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마련하고 있다.

맨션 거주자의 고령화에 기인해 관리의 부재 위기에 직면한 맨션을 위해 새로운 관리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2012년 국토교통성에서는 맨션 관리조합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맨션에서 외부의 전문가를 관리자로 선임해 관리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제안되었다. 관리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제3자가 관리자가 되었을 때 업무 내용의 적정한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감시 기능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 등 보완할 문제도 있었지만, 관리조합에서 의식을 가지고 전문가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2013년 맨션종합조사에서 현재 구분소유자가 관리자로 선임되어 있거나 관리자를 선임하고 있지 않은 관리조합에서 전문가를 관리자로 선임하는 것에 대한 의향을 질문한 결과, 검토 중(2.1%),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33.1%), 검토하지 않겠다(33.1%), 잘 모름 및 무응답(34.7%)로 나타났다. 검토하겠다는 경향은 경과년수가 오래된 맨션일수록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1988년 이전에 완성된 맨션의 경우 약 4%, 1969년 이전에 완성된 맨션의 경우 12.5%가 검토 중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문가를 관리자로 선임하기를 검토하는 이유는 구분소유자의 고령화가 55.9%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낸 응답은 관리조합 이사회의 임원을 담당할 사람이 없다(54.9%)였다(복수응답). 이러한 경향 또한 경과년수가 오래된 맨션일수록 강하게 나타났다.

 

▲ NorGal, Shutterstock.com

‘방재 마을 만들기’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독려

건물의 노후화, 거주자의 고령화는 ‘안전’에 대한 우려도 가지게 한다. 특히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일본의 경우 무엇보다도 거주자의 안전을 위해 지역사회 내에서의 협력을 중요시한다.

방재 마을 만들기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과 시민이 협력해 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마을을 만드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큰 골자는 견실한 건물을 짓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해를 입었을 때 공공기관의 도움(公助)과 더불어 이웃의 도움(共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맨션이라면 해당 맨션의 비상대응 체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방재 마을 만들기의 경우 피해를 입은 지역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활동들이 재난 상황이 아닌 평상시에도 지속되고 지역주민들이 활동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보조금, 인재 파견, 기술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역사의 도시 교토(京都)에서는 현대식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경향이 크다. 고층 맨션이 들어서는 것도 그중 하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맨션 거주자와 기존 주민 간의 화합은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여긴다. 그런데 매년 개최되는 기온마쓰리(祇園祭)에는 오히려 지역의 원주민보다 맨션 거주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한다고 한다. 오히려 맨션 거주자들이 주축이 되어 방재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역주민들을 독려해 화합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사례를 접했다. 교토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역주민과 맨션 거주자들의 의견 교환을 위해 포럼을 개최하는 등의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거주자의 고령화가 심각한 노후 맨션에서는 이러한 방재 마을 만들기 측면에서의 커뮤니티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도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울시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수사례를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국토부에서 선발하는 공동주택 우수관리단지도 공동체 활성화 항목이 높은 배점을 차지하고 있다. 공동체 활성화는 주민의 생활을 직접적으로 윤택하게 하지만 주민들이 공동체 의식 함양을 통해 참여와 배려를 독려하는 기능도 있다. 나아가서는 공동체 의식으로 무장한 아파트 주민들이 성숙하고 올바른 관리문화를 정착시키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단지의 규모가 커서 커뮤니티 활성화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단지에서 성공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추진 중인 단지도 있고 서로 다른 인접 단지가 공동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추진하는 좋은 사례도 있다. 일본의 소규모 맨션의 거주자들이 도시의 지역 커뮤니티를 이끌어나가는 주역이 되었듯이 작은 공동체 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