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수익률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채권수익률은 신용등급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채권시가평가가 시행되면서 신용위험수준을 평가한 채권신용등급은 채권수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채권수익률은 반드시 신용등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재정금융정책, 채권 수요 공급, 금융시장의 계절적 변동, 경기동향, 물가변동, 기업의 일시적인 고유요인 다양한 변수가 채권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은 미래의 예측 가능한 ‘경기순환국면 전체를 감안한’ 등급(through-the-cycle rating system)이다. 일반적인 경기순환주기 또는 개별산업 고유의 경기순환주기 등에 따라 영업실적이 변동될 수 있지만, 이러한 변동이 단순 경기순환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신용등급은 변동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현금창출능력과 재무상태를 나타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신용등급은 변동될 수 있다.

따라서 신용등급은 시시각각 변하는 채권수익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갖는다. 그만큼 신용등급 변동과 채권수익률 변동은 상관관계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신평사들이 결정하는 신용등급이 ‘후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신평사들은 신용등급 결정에 있어서 투자자들의 의견이라 할 수 있는 시장수익률과의 비교를 통해 신용등급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 유통 건수 기준 2015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 NICE신용평가 신용등급과 SBR간 괴리 분포 현황 (단위:%)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006년부터 신용등급과 채권수익률 괴리에 대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내부적으로 참고하는 한편, 투자자에게도 널리 알리고 있다. 또 이러한 분석은 채권시장과 신용평가회사간의 의사소통을 확대하는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12년 하반기 분석에서부터 이를 보다 개선해 시장수익률(채권수익률)에 기초한 신용등급(SBR, Spread Based Rating)과 신용등급간 비교를 통한 괴리 여부 분석을 적용하고 있다. 또 SBR과 신용등급간 괴리 추이를 분석에 활용하고 있으며, 분석기간 중 업종별 괴리 정도를 제시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KCR과 BIR간의 Rating Gap의 분포 [출처: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역시 시장수익률을 토대로 신용등급 체계와 동일한 척도를 가진 BIR(Bond yield Implied Rating)을 유추해냄으로써, 신용등급과 수익률 간의 차이를 더욱 용이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신평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용등급을 불신하는 시선이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정보비대칭·수익관련 유인구조 문제는 여전

신평사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엔론과 월드콤의 파산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관련 상품(CDO 등)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다.

하지만 이를 신평사들의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신평사의 주업무는 투자자와 발행자 사이의 신용위험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신평사도 대리인(agent)라는 점에서 피평가기업에 대한 완전한 정보접근이 어렵다.

아울러 신평사들은 기업들과의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해당된다. 그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신평사들이 의도적으로 신용등급을 왜곡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단순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구조화증권의 등장은 신용평가시장 전체의 수익규모 확대로, 해당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증권에 대한 평가를 의도적으로 우호적이게 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 연도별 회사채 등급차이 발생 빈도 [출처:한국재무학회, (회사채 등급차이에 관한 연구:정윤영, 박래수)]

한국재무학회는 ‘회사채 등급차이에 관한 연구’(정윤영, 박래수) 제목의 논문을 통해 국내 신평사들의 회사채등급판정 자료를 이용해 국내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판정의 차이가 신평사들의 평가역량 차이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신용평가사들의 유인구조로 인한 발생하는 차이인지를 분석했다. 즉, 정보비대칭의 문제인지, 신용등급 평가에 따른 수익성 관련 유인요소가 작용하는지 여부다.

논문은 2004년부터 2014년 중 2개 이상의 신평사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을 받은 피평가기업 중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분석을 했다. 회사채신용등급평가를 받은 건수는 7476건이며 이중 14.9%에 해당하는 1114건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정보비대칭가설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변수들 중 기업연령은 양(+)의 관계, 유형고정자산비율은 음(-)의 관계, 신용등급은 양(+)의 관계로 나타났다. 즉, 유형고정자산비중이 클수록 정보비대칭 정도가 작아지고 하위 등급일수록 정보비대칭 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유인구조가설 변수들은 기업규모와 평가횟수차가 양의 효과를 미침으로써 수수료 수입구조가 등급차이에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판관련 유인구조는 매출액 차이로 변수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대체로 유의하지 않거나 유의한 음(-)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점유율 차이가 클수록 평판 차이가 높을 것으로 예측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는 신평사들의 유인구조가 해당산업 내 경쟁구조와 경쟁적지위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신평사 간 등급판정경쟁이 심화될수록 신평사 간 등급차이가 오히려 줄어드는 유인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신평사들이 결정하는 신용등급이 정보비대칭은 물론 수익 관련 요소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등급과 시장수익률간 괴리 적극 활용...제도적 보완책 추가돼야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는 신용평가 시장의 신뢰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전반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한 정보비대칭과 유인구조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우선 부실 계열사가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체 신용도제’를 도입한다. 이는 의무가 아닌 자발적 신청에 따른 것인 만큼 사실상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업이 ‘갑’의 입장에서 ‘을’인 신평사를 선택하는 기존의 고질적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것은 제 3자 의뢰평가다. 즉, 기업이 신평사를 선정할 때, 제 3의 기관이 개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만으로 신평사의 독립성이 확보되긴 어렵다.

신용등급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경기국면에서는 더욱 강조된다. 오는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은 하락한다는 단순한 원리 때문에 신용등급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장 환경의 변화가 어떤 상황을 연출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신용등급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시장의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순간은 투자자와 발행자간 정보비대칭이 극대화되는 경우다. 쉽게 말해, 신용등급은 안정적인데 실제 기업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면 결국 ‘예상치 못한 악재’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신평가의 신용등급결정에 관한 문제점은 좀 더 포괄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제도적으로 신평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신평사 자체적으로도 신용등급과 시장수익률의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혹은 신용등급결정에 시장수익률을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다. 물론 시장이 변덕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신용등급과 시장수익률의 괴리가 정보비대칭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