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지난번에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당시 모 펌으로부터 위기관리 자문을 받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성과나 내부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사실 위기가 발생하면 좀 경험 있고 시각이 넓은 외부 자문이 절실한데, 어떻게 해야 좀 더 나은 자문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자문에서 그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들 중 하나는 의사결정권자와 해당 위기관리 자문사 간의 ‘거리’에 있다고 봅니다. 필자의 많은 경험에서도 클라이언트 내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자문사 간의 거리는 항상 중요한 성공 기준이었다고 기억됩니다.

거의 유사한 유형의 기업 위기관리 두 케이스를 동시에 진행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A라는 회사에서는 직접 회장이 자문사를 불러 상황 설명을 하고, 의견을 묻고, 적절한 대응 전략과 방안을 지시하시면서 비교적 신속하고 정확한 위기관리 실행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사내에서 자문사를 관리하는 임원도 자문사와 함께 회장 및 주요 핵심 임원 미팅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자문사와 연장해서 실행 논의를 하는 등 상당한 관여와 리더십을 보여주었지요. 이 케이스에서 최고의사결정권자 그룹과 자문사 간의 거리는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B라는 회사는 필자와 함께 일하는 실무그룹이 미팅 대상의 전부였습니다. 자문사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정보 갭이 발생했습니다. 최고의사결정 그룹에서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을 실무그룹은 상당 부분 모르고 있었고, 그 실무그룹만을 상대해야 하는 자문사에게는 더더욱 블라인드 스팟이 많았던 것입니다. 그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로 느껴졌습니다.

신속하고 정확한 위기관리 자문은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실무그룹의 장도 사내 최고의사결정권자와 마주 앉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그룹은 자신들이 외부 자문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듯했습니다. 회사 위기관리에 있어 자문사로부터 별반 도움이 없었다고 평가하는 게 당연한 이야기였죠.

외부 위기관리 자문사를 왜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기업 내부에 있는 자신들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대응해봤던 경험도 더 많아 보이는데, 외부에서 들어와 왈가왈부하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일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기업 내부에서 다양한 위기관리 실제 경험했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모인 기업에게는 자문사가 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기관리 실행 임원들이 최고의사결정 그룹에게 직접 보고하고 어느 정도 정치적 발언권과 신뢰를 받고 있다면 더더욱 외부 자문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위기관리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보면 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기업 내 최고의사결정그룹들 중 실제로 다양하고 유효한 위기관리 경험이 풍부한 그룹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선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는 빈도가 그리 잦지 않은데 원인이 있습니다. 20여년 동안 팀장과 임원을 거친 사람도 그간 회사에게 닥친 대형 위기를 대여섯 번 이상 경험해본 경우들도 흔치 않습니다. 그 각각에서도 단순 목격이나 실행단의 부분 대응 경험이 대부분입니다. 지금과 같은 위치에서 통합적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해본 적이 많지 않은 거죠.

위기관리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들이나 팀장들은 어떻습니까? 내부적으로 최고의사결정그룹에 직접 연결되어본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사일로와 첩첩 산들에 둘러싸여 있죠. 당연히 최고의사결정자로부터 받는 신뢰의 수준이나 깊이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경우들이 그런 경우들입니다. 실제 실행그룹의 역량이 매우 뛰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역량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하니 문제입니다.

외부로부터의 위기관리 자문은 역량 있는 실행그룹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과 전달하고픈 의견을 외부 전문가의 입을 빌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하는 데 핵심이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 이슈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이런 외부 조력은 예상 외로 역량 있는 내부 실행 그룹들이 더 적절하게 활용합니다. 자문사를 말 그대로 ‘제대로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고의사결정그룹의 위기관리 경험이나 인사이트도 부족하고, 실행그룹이 내부 최고의사결정그룹과 격리되어, 신뢰도 제한적임에도 홀로 무언가 해보겠다는 생각이 어떻게 보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를 위해 자문사를 왜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뭐든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도 매우 위험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역량 있는 지혜로운 실무그룹이 외부 자문사를 쓸 때 성공 확률은 높아집니다. 해당 실행그룹과 자문사가 직접 최고의사결정그룹에 참여하거나 자유롭게 대면할 수 있어야 더더욱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집니다. 예외는 거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