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자동차가 250만원대의 인도 국민차를 등장시킴으로써 자동차대중소비시대를 열었다. 사진제공=김응기

추석날 인도로 날아간 이가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다. 삼성 경영을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등기이사에 오른 이 부회장이 첫 사업장 방문이자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를 택했다. 시기적으로 갤럭시 노트7의 전량 회수가 결정되고 미국 등 스마트폰 핵심시장에서 제품 호감도 실종이라는 이상기후가 감지된 만큼 이 부회장의 인도 출장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스마트폰 세계 3위 시장이다. 하지만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올해 3억명(추산)에서 5억, 7억 그리고 10억명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삼성, 애플을 비롯해 ‘ZTE’ 등 중국 저가 제조업체들도 인도에 매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 3.0% 이상이면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선 집권정당이 바뀔 리 없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경제성장률 3.5%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 7.6%는 단연 돋보인다. 2016년 전망치도 7.5% 이상이다. 이럴 경우 3년 연속 중국을 앞지르게 된다. 인도의 경제성장이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안겨주는 최대 선물은 내수시장 융성이다. 정권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장 경기가 경제규모 세계 1, 2위 미국과 중국에서는 침체 상태이지만 인도에서는 봄날 같은 상승세다. 국제기구들은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 시장은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소비시장(B2C)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의 수요, 즉 기업소비시장(B2B)과 인프라 투자와 같은 공공소비시장(B2G)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이슈처럼,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인도에 진출하면 인도 내 20번째 자동차 제조사가 되며, 생산 규모에서 한국을 앞지르게 된다. 자동차산업 부문에서 세계 제5위에 오른 인도에는 자동차부품 제조업과 연관 산업으로 규모에 걸맞은 거대한 B2B 시장이 존재한다. 인도 정부는 장차 인도를 자동차부품 제조의 허브로 만든다는 정책을 세울 정도이다.

델리NCT(연방직할지)에는 지난 2002년 12월 현대식 도시지하철(Metro)이 개통한 이후 7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델리뿐만 아니다. 12개 거점 도시에서도 메트로가 운행 중이거나 신규 건설 중이다. 이 같은 메트로 건설은 점차 124개 준거점 도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교통 인프라 시장(B2G)은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델리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초고속 철도망까지 다양하다. 29개 주정부에서 경쟁하듯이 벌어지는 인프라 B2G 시장은 기대해도 좋을 만하다.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는 인도의 시장은 농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도시소비형 제품이 농촌으로 이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농촌만으로 충분한 경제 가치를 지닌 농촌소비형 시장이 만들어졌다. 농업에 필요한 농기자재는 생산성을 급증시킬 종자종묘 개량부터 자연비료, 생물농약, 농업인력 부족으로 인한 기계화 및 기술영농에 따른 소비까지 다양하면서도 그 수요가 폭발적이다. 1권역에서 2권역(Tier) 중견도시를 지나 농촌거점, 즉 3권역으로 확대되는 소비시장의 수직적 확산이다.

수직 확산이 이루어지는 한편 시장의 수평적 성장도 빠르게 일어났다. 유통의 규모화 및 IT 등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장의 현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급부상으로 이미 20억달러를 투자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8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움직임이다. 2020년 140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가치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도 시장은 거대시장이다. 더구나 인도는 단기전망은 물론 중기전망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경제지표 해석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개별 기업의 인도 이해에 달려 있다.

국내 모 대기업이 초창기 화려한 인도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성장 지속 여부와 속도에 대한 의구심으로 지체하면서 변화하는 제품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시장에서 밀려난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이 부회장은 인도 경제의 글로벌 파워, 그 3대 배경 중 하나인 ‘시장’을 찾아갔다. 시장은 생물(Alive)이다. 교감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