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만능통장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지난 3월14일 화려하게 금융시장에 출현했다.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날 총 36개 금융회사(은행14사, 증권사 21사, 생명보험회사 1사)가 판매에 들어갔고 첫날 ISA계좌를 가입한 고객수는 총 32만 2990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지난 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7월 말까지 은행에 ISA 계좌를 개설했다가 해지한 고객 수가 7만5000명, 빠져나간 투자금액은 101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누군가는 표면적으로 가입자 75000명 줄고 투자금액이 1000억 정도 준 걸 가지고 요란을 떤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 빼고도 238만명이 건재하고 투자금액은 2조 6000억이나 되는데 걱정할 일 아니다고 강하게 변호하는 사람들 말이다.

“돈 벌려고 투자하다 보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는거지 어쩌란 말이냐? 두고 보면 좋아질 것이다”고 남의 일이니까 맘 편하게 얘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은행 적금보다 못 한 투자수익률

지난 달 2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 'ISA다모아'에 따르면 7월31일 기준 4개 은행(KB국민·IBK기업·신한·우리은행)이 제시한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 35개의 단순 계산한 3개월 평균 운용수익은 연 0.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공제 후 수익률 기준이다.

같은 기간 NH투자·대신·동부·메리츠·미래에셋대우 등15개 증권사가 제시한 MP 116개의 기간 수익률은 평균 0.92%로 집계됐다. 증권사의 수익률이 은행의 4배이다.

특히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의 경우 일임형 ISA 임에도 수익률이 1%를 넘긴 MP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적금보다 못한 투자수익률이다.

또한 은행별로 지난 3개월간 MP별 평균수익률을 확인한 결과 국민은행은 11개(초고위험 2개, 고위험 3개, 중위험 3개, 저위험 2개, 초저위험 1개) MP를 구성 투자하여 전체 평균수익률이 0.18%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10개(초고위험 2개, 고위험 2개, 중위험 3개, 저위험 2개, 초저위험 1개) MP에서 평균수익률 0.60%를 달성했다. 이 정도가 4개 은행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기업은행은 7개(고위험 2개, 중위2개, 저위험 2개, 초저위험 1개) MP를 운용하여 평균수익률 0.11%를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7개(고위험 2개, 중위험 2개, 저위험 2개, 초저위험 1개) MP를 운용하여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0.21%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4개 은행의 위험등급별 평균수익률을 보면 초고위험 평균수익률은 0.22%의 수익률을 올렸고 고위험은 마이너스 0.28%, 중위험은 0.024%, 저위험은 0.56%, 초저위험은 0.48%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태평한 금융회사

ISA를 운용 관리하는 은행이나 증권사는 투자자 즉 고객의 수익률이 떨어지든지 시장의 금리가 떨어지든지 전혀 문제시 하지 않는다.

고객 앞에서는 걱정하는 표정을 지을지 모르지만 고객이 떠나가지 않는한 속으로 웃는다.

이들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ISA상품은 근본 투자상품이므로 운용관리회사가 1원도 손해 볼 수 없는 구조의 상품이다.

어떤 상품에 투자하든지 은행이나 증권사는 보수와 수수료를 1년 혹은 정한 기간마다 투자원금에서 먼저 공제한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이 계속된다면 가입자는 손가락 빠는데 은행과 증권사 주머니만 불려 줄 상황이 최소 5년간은 지속될 판이다.

이런 구조를 고객이 알고 투자를 결정하도록 운용회사는 고객의 투자성향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따라 적정한 상품 내용과 특징 등을 소상하게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서 불완전판매의 문제가 생긴다.

 

남은 자들의 문제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의하면 7월31일 현재 ISA 총가입자수는 238만 5137명이다. 이 중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수는 215만 1061명으로 전체의 90.1%를 차지하고 있다.

신탁형은 물론 일임형ISA도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절대적으로 많다. 일임형ISA를 이용하는 총고객 수는 24만 2538명이다. 이 중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19만 9651명으로 82.3%를 차지한다. 나머지 4만 2887명이 증권사 이용고객이다.

투자금액으로 비교해도 은행에 투자한 고객의 투자금액이 월등히 많다. 은행 고객 중 일임형ISA에 투자한 금액은 3043억원으로 일임형 전체 투자금액의 90.0%를 차지한다.

반면에 증권사 고객의 일임형ISA 투자금액은 336억 원으로 전체의 9.9% 정도이다. 은행 고객의 투자금액이 증권사의 9배를 넘는다.

주목할 대목은 ISA고객의 90% 이상이 은행 이용고객인데 은행이 운용관리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증권사가 운용한 상품보다 수익률이 대부분 현저하게 낮은 점이다.

ISA상품은 기본적으로 투자상품이다. 거래하는 모든 고객의 투자성향과 상품의 특징, 투자포인트, 투자목적에 맞는 상품 선정 등을 매우 철저하고 세밀하게 확인해서 투자를 안내해야 하는 상품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고객의 투자성향 분석은 ISA 전문 투자상담사가 맡아 해야 하는 중요한 심사 과제이다.

그런데 ISA 판매 초기 은행들에는 투자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유자격 투자자산운용사가 1%가 안 된 상황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에는 전은행원의 2.4%(전체 1만5650명)인 386명이 유자격상담사가 있었고 NH농협은행은 163명으로 전체(1만7000여명)의 0.9%, 신한은행 0.9%, KB국민은행은 총인원(2만573명)의 0.7%인 158명이 전부였다.

이처럼 투자자산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상담사가 태부족인 상태에서 ELS(주가연계증권),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ETF(상장지수펀드)등 파생투자상품을 불완전판매하여 원금 손실이라도 나면 결국 고객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됐었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에 파생상품 전문투자상담사가 부족하여 정상적으로 고객의 자산을 관리운용할 상황이 아닌데도 지난 3월14일에 ISA 판매를 강행했다. 처음에는 신탁형만 판매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4월11일에는 전문가에 의한 투자자의 정확한 투자성향 파악과 상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임형 ISA 판매까지 신청한 전은행에 허가했다.

금융당국은 한달이 채 안되는 기간에 은행에 필요한 전문상담사 수천 명을 일시에 양산하여 배치하고 외견상 일임형ISA 판매 조건을 충족시켰던 것이다.

결과는 예상대로 명백한 수익률 차이로 나타났고 불완전판매에 따른 추가적인 민원은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15개 증권사와 4개 은행이 출시한 150개 ISA 상품의 지난 3개월간 수익률을 비교하면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은 0.91%로 나타났고 은행의 평균 수익률은 0.37%로 나타났다.

증권사 수익률이 은행보다 2.5배 높았다. 가장 높은 수익률은 3.58%였고 최저 수익률은 -1.49%였다.수익률 상위 30위 명단에 든 상품 중 28개가 증권사 상품이고 은행은 2개 뿐이었다.

▲ (자료: 금융감독원)

모든 투자자는 자기 재산을 증식시키기 위해 투자상품에 투자한다. 자신이 선택한 상품이건 전문가의 추천이나 상담을 통해 선택했건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은 모두의 관건이다.

정부에서 국민의 재산 증식을 위해 특별히 만든 투자금융상품의 초기 성적은 떠나간 투자자들의 실망이 말하고 있고 남은 고객들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투자수익률은 하락하고 고객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날마다 고객은 떠나가고 있다.금융당국과 자산운용하는 은행과 증권사는 문제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은 238만 명의 투자자는 만능통장 ISA에 투자한 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투자이익이 200만원을 넘어 세금혜택을 보는 기쁨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