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 법이 지난달 28일 시행된 후 3일이 지났다. 일각에서는 김영상 대통령 시절의 문민정부에서 실시된 금융실명제에 필적할만한 사회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시그널이 읽혀 눈길을 끈다.

법 시행이 가져온 최초의 분위기는 식사약속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국의 고급식당가는 한산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서민음식점은 호황을 누렸다. 이러한 분위기는 앞으로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몸을 사리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에버랜드가 군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무료 입장 서비스를 잠시 중단했던 사실이 극적이다.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가 나간 후 다시 군인 무료입장이 재개되어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김영란 법의 시행을 두고 몸을 사리는 기업들의 분위기가 여실히 읽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다소 생경한 법이기 때문이다. '시범타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문의전화도 폭주하고 있다. 김영란 법 1호 신고가 교수에게 캔커피를 제공한 학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명확한 법 저촉 사례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권해석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사례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란파란치도 떴다. 김영란 법을 어기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언론을 노리고 보상금을 노리는 란파란치가 벌써부터 행동에 나섰다는 뜻이다. 이들은 언론을 사칭해 정부나 회사에 의도적인 갑질을 행사하고 그 반응을 떠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단한 법의 파수꾼이다.

일단 국민 대부분은 김영란 법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영란 법은 극약처방에 가깝지만 긍정적인 법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법이며 또 단호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방법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여기에는 시간이 지나면 김영란 법도 현실적인 스탠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배어있다.

하지만 김영란 법 자체가 경제주체의 행동을 디테일하게 감시하고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부정론도 분명히 있다. 더불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경직성이 강화되며 정보의 독점 및 사회 계층간 이동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