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멘 멘도자(66, 여)는 딸 아나벨라를 만나러 뉴욕에 온 김에 화장지, 비누, 치약, 콩, 옥수수 가루, 참치, 마요네즈, 아스피린 등 한 보따리의 시장을 봤다. 이런 생필품을 고국인 베네수엘라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깊은 경기 침체가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치닫고 있다고 CNN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금 베네수엘라는 식량과 의료품 부족이 심각한 수준에 빠져 있는 가운데, 범죄율은 치솟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임을 주장하는 대중 시위가 그치지 않고 있다.

멘도자는 지난 한달을 딸과 함께 뉴욕에서 보내면서 베네수엘라에서의 생할 감각을 잊을 수 있었다. 베네수엘라에서 그녀는 7월 한 달 동안 화장지 없이 지냈다, 화장지 대신 종이 냅킨을 사용했다.

멘도자는 딸에게서 딸이 살고 있는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반 블록 떨어진 곳에 새 홀푸드 마켓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멘도자가 그곳에서 진열대에 식품, 과일, 채소 등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울음을 겨우 참았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미국을 방문한 베네수엘라인은 약 50만 명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베네수엘라인들은 그나마 여유 있는 자신의 친구나 가족들이 생필품을 사러 미국에 온다고 말한다.

뉴욕에 살면서 테크 기업을 운영하는 비트리즈 라모스는 틴척들의 미국 방문이  “나라가 얼마나 힘든 지를 보여주는 증거”고 말한다. 그는 금년 들어 친구를 6명이나 초청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모스나 멘도자 같은 사람들은 베네수엘라의 앞날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어니스토 창도 베네수엘라의 삶이 앞으로 최소한 5년 동안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9월에 부인과 네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왔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2년 동안 월급을 저축했다.

그러나 변화는 밑에서부터 무르익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위원회는 야당 지도자들에게 대통령 소환 투표에 필요한 충분한 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10월 말에 사흘의 기간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다시 어떤 국민투표도 내년까지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번복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외무 장관들이 이를 비난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고 AP 통신이 29일 전했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 청원에 등록 투표자의 20%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2017년 초에 탄핵 선거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