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코엑스 롯데면세점 인근.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효정

사실상 향후 10년 이내에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예상되는 ‘면세점 마지막 티켓’을 두고 기업들의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 내달 4일 마감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대기업들은 후보 입지와 관련 전략을 공개하며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번 3차 면세점 대전에서는 입찰 의사를 밝힌 기업들 중에서 SK네트웍스를 제외하고 4곳(롯데,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모두가 후보 입지로 강남권을 내세운 것이 눈에 띈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9곳 중 8곳이 강북에 있다 보니 전략상 강남 공략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은 송파구 잠실동의 ‘롯데월드타워’를, 현대백화점그룹은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정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신세계면세점은 강남구에 위치한 ‘반포 센트럴시티’를 후보지로 결정했다.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호텔을 내세운 SK네트웍스만 유일하게 강북권이다. SK네트웍스 측은 한강 조망권과 인근 자연환경을 이점 삼아 워커힐호텔 부대시설을 확충해 면세점 이용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주변 교통이 혼잡하지 않고 대형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호텔, 카지노 등 면세점 이외에 다양한 시설을 한 곳에 갖췄다는 게 강점이다.

현재 강남권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은 롯데 코엑스점이 유일하다. 강북에서는 명동-동대문-여의도를 잇는 부근에 새롭게 면세점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이번 3차 면세점 대전은 강남권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벌써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면세점이 입지로 내세운 삼성동 코엑스 주변은 이미 교통 정체가 심각한데다, 코엑스~종합운동장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에 따른 교통 대란으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롯데면세점 코엑스몰점으로 몰려드는 관광객을 태운 대형 버스로 해당 구간이 혼잡하다.

신세계디에프가 입지 후보로 선정한 반포 센트럴시티 후보지는 지하철·고속버스터미널과 JW메리어트호텔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일대가 워낙 교통의 요지로 붐비는 곳인데다, 면세점 주요 고객인 관광객은 대부분 대형 관광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버스나 지하철,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면세점 고객을 태운 관광버스 행렬과 서래마을 등 주변 상권으로 관광객이 많이 유입되면 거주 지역 일대의 혼잡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롯데면세점 소공점이 위치한 명동 일대와 남대문로는 평일 오후 시간에도 항상 차가 막히는 곳으로 통한다. 교통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대형버스를 이동시키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가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인근 시민과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복잡하고 막히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면세점 측에서 최대한 많은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이 지역 일대 주민들과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불편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면세점 대전에서 강남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일대가 지역 특성상 워낙에 붐비는 곳인데다, 면세점 주요 고객들은 대형 관광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교통 혼잡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또 관광버스 기사들이 불법주차를 하다 적발돼도 면세점 측 등에서 과태료를 대납해 주는 경우가 많아 단속 역시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순하게 강북권을 피한 강남권 진출 출사표가 아닌 복잡하기로 유명한 이 일대에서 우려되는 관광버스발(發) 교통 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업계의 대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