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으로 146년의 역사를 지닌 도이치 방크가 유럽은 물론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CNBC는 모기지 담보증권(MBS) 불완전 판매 혐의로 거액의 벌금폭탄을 맞은 도이치 방크 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이치 방크의 위기설은 올해 2월에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6월 말, 46조 유로 규모의 파생상품에 노출돼 있어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은행으로 도이치 방크를 지목했고, 이번에 미국 법무부가 MBS가 안전한 것처럼 투자자를 속여 판매한 혐의로 도이치 방크에 140억달러(약 15조 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도이치 방크 주가는 올 들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2월에는 코코본드(후순위 전환사채) 이자를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폭락했고, 6월 말에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헤지펀드 업계 대부 조지 소로스가 대량의 도이치 방크 주식을 공매도했다.

미국의 벌금 부과 문제가 불거지고 구제금융 가능성이 부각된 이달 들어서만 20% 더 빠졌다. 지난 27일에는 사상 최저치(주당 10.2유로)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9월29일(이하 현지시간) 약 10개 헤지펀드가 도이치 방크에 맡겨둔 파생상품을 빼서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이치 방크의 주가는 29일 10.875유로로 마감됐다.

제프리 군드라크 더블라인캐피털 대표는 “도이치 방크 주가가 한 자릿수(10유로 아래)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그러나 리먼 붕괴 이후 미국 정부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흔들리던 시티그룹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것과는 달리, 독일이 도이치 방크를 지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 기업 구제금융, 특히 은행 구제금융 지원은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도 최근 도이치 방크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존 크라이언 도이치 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애비 생명 보험을 매각하기로 했고, 미리 분할해둔 포스트 뱅크에 대해선 “내일이라도 팔 수 있다”고 해명했다.

“벌금 140억달러도 다 낼 필요는 없고 그중 일부만 낼 것이며, 증자가 필요할 정도로 자본금이 부족하지 않다”며 위기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이 부족하면 독일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ACG 애널리틱스의 글로벌 전략 책임자 래리 맥도널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도이치 방크가 무너지더라도 리먼 붕괴와 같은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구제금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