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마치고 들어온 강남역 근처 커피숍(‘커피숍’이라고 부르면 아저씨고 ‘카페’라고 불러야 청년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책을 읽거나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커피숍에서는 많은 잡음이 뒤섞여 만들어 내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가을의 발라드 음악까지 있으니, 필자 역시 준비서면 작성을 뒤로 하고 저들 사이에 자리를 잡아 조용히 책이나 읽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매장에서 음악을 틀어도 문제가 없는 걸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음악 서비스’에 회원가입을 한 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송받은 음원을 매장에 틀어 놓더라도 저작권 침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와 같은 서비스가 매장 운영자가 자신의 매장에서 음악을 틀 것을 전제로 해 음원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애당초 매장에서 음악을 트는 것에 대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종래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은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 음반(중략)을 재생해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로서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에 단란주점 또는 유흥 주점, 음악 감상 설비를 갖추고 음악을 감상하게 하는 것을 영업의 주요 내용의 일부로 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일반 매장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음악 재생에 대해 직접적인 대가를 받고 있지 않고 적법한 계약을 통해 음원을 재생하고 있으므로, 이 저작권법 규정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저작권 침해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견해에 반대되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가전제품 판매매장들을 운영하는 하이마트는 매장음악 서비스 제공업체인 케이티뮤직 및 누캐츠미디어와 계약을 맺고 웹캐스팅 방식으로 디지털 형태의 음원을 전송받아 판매매장에서 재생했다. 국내 음악저작권 신탁관리업자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하이마트가 음악저작물의 공연 자체에 대해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았으므로 음악저작권자의 공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그 이용료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에서는 하이마트가 매장음악 서비스 제공업체로부터 전송받은 음원을 재생한 행위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해당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예외규정 중 저작권법 제11조 제6호는 일정한 방식으로 계산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소송에서 하이마트는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 미만이었기 때문에 이 예외규정에 해당하지 않았다.

결국, 하이마트가 전송받은 음원이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서 말하는 ‘판매용 음반’에 해당하는지가 문제가 되었는데,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비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판매용 음반’은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후, 매장음악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하이마트에 전송한 음원들이 ‘시중에 판매할 목적으로 제작된 음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하이마트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CD 등의 음반을 구매해 매장에 틀었다면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해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음원’은 ‘시판용 음반’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매장음악 서비스’를 이용해 음원을 재생하고 있는 모든 매장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별도의 공연료를 지급해야 하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다. 종래의 저작권법은 ‘음반’을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는데(구 저작권법 제2조 제5호), 2016. 3. 22. 개정된 현행 저작권법은 현재 대부분의 음악저작물이 CD 등 음반 형태가 아닌 ‘음원’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음을 디지털화한 것’을 ‘음반’의 정의에 포함시켰다. 또한 구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판매용 음반 또는 판매용 영상저작물’이라는 문구 역시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상업용 음반 또는 상업적 목적으로 공표된 영상저작물’로 수정되었다. 개정 저작권법은 이와 같은 규정의 개정 이유로서, 종래 ‘판매용 음반’의 범위에 대해 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공정이용 조항이 제한적이어서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다시 말해, 구 저작권법 하에서는 ‘판매용 음반’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따른 공정이용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상업용 음반’으로 문구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결국,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그 구체적인 형태를 불문하고 ‘상업용’으로 제공된 음원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만, 매장음악 서비스의 구체적인 이용약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