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 전이었다. 본 칼럼은 폭스바겐 사태를 다루면서 웰스 파고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당시 웰스 파고의 엄격한 건전성 철학을 설명하기 위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관련된 훈훈한 일화까지 찾아 소개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웰스 파고 은행은 처음부터 직원들에게 고수익 고위험 투자상품과 모기지론 판매를 금지시켰다. 덕분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무사히 헤쳐 나갔다. 웰스 파고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시장금리 이하로 대출하는 것을 거부한 적도 있다. 당시 퇴짜를 맞은 버핏은 웰스 파고가 ‘하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그 기업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워런 버핏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웰스 파고 경영진에 매료된 버핏은 웰스 파고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2011년에 버핏이 네슬레와 나이키 등을 포함한 13억달러 상당의 보유주식 8개 종목을 처분할 때도 웰스 파고의 지분을 늘렸다. 2012년 버핏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도 웰스 파고였다. 웰스 파고는 버핏의 전체 보유 주식 가운데 늘 1위였다. 버핏은 작년에도 웰스 파고에 대해 “성공적이며 자산이 견고한 회사”라 평가했다.

바로 그 미국 1위 은행 웰스 파고가 추한 실체를 드러내며 무너지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웰스 파고가 지난 6년간 고객 동의 없이 예금 및 카드 계좌, 속칭 유령계좌(Bogus Accounts)를 무려 200만개 넘게 개설한 것을 적발하고 1억8500만(약 2040억원)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런 조치가 나오자마자 웰스 파고는 ‘신속하게’ 관련 직원 5300명을 해고했다. 그런데, CFPB는 조사 과정에서 웰스 파고가 직원들에게 ‘고객 1명당 8개의 상품을 팔라’는 식의 계좌개설 할당량을 부과했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주는 잘못된 관행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웰스 파고의 화려한 외양 이면에는 무리한 교차판매와 과도한 직원 압박에 따른 공포심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웰스 파고의 행태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2000년대 초 일본 씨티은행 직원들도 손실을 감추려고 고객들의 불법 자금 거래를 돕고, 꺾기 등 편법영업을 해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무리한 실적 요구가 원인이었다. 폭스바겐의 직원들도 실적 강요 속에서 기술적 부족함을 은폐하기 위해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편법에 의존했다.

1년 전 칼럼에서는 폭스바겐에 ‘금지’와 관련된 원칙이 없던 점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로버트 사이먼스 교수의 경영학 이론을 인용해 폭스바겐 등 문제 기업들에는 ‘이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허(不許) 행동’을 담은 규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결코 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언어로 알려주고, 어길 경우의 처벌 규정도 명확히 하라고 ‘전략적 위험통제’ 방안을 조언했다.

과연 ‘금지’가 최선의 방책일까. 기업평가의 귀재인 워런 버핏마저 완벽하게 속인 웰스 파고 사태의 전말을 복기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정상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과도한 목표치’가 부여된 상황에서 나쁜 짓은 하지 말라는 식의 금지정책은 해법은커녕 되레 불법을 꽁꽁 숨기게 만들 우려가 크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 것일 수 있다. 바로 ‘소통’이다. 특히 조직 내부에서 ‘그 목표는 비현실적이다’, ‘지금 내부에서 부정의 싹이 자란다’ 등 직원들의 항변과 우려가 맘 편히 제기될 수 있어야 한다. 웰스 파고나 폭스바겐도 그랬다면 위험을 미리 회피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영자는 직원들의 반대 의견을 게으르거나 무능하며 무책임한 것으로 치부한다. 주인의식이 부족한 탓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웰스 파고 경영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월 20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존 스텀프 회장이 스캔들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고 있으며, 수익을 한 푼도 반납하지 않았고, 단 한 명의 고위 임원을 해고하지 않으면서도 시급을 받는 하급직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한 스텀프 회장의 답변이 놀라웠다. 그는 "이번 일이 일부 직원의 윤리성 상실 때문이며, 주로 낮은 직급의 직원이나 텔러 등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워렌 버핏의 실수는 숫자를 통해 경영진과 기업을 파악한데서 비롯됐다. 숫자를 넘어선 인간들의 집합이 기업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리더의 '담대한 목표'(BHAG, Big Hairy Audacious Goal)나 '도전목표'(Challenge Goal)는 쉽게 세상을 현혹한다. 하지만 不通(불통)의 리더십은 직원들을 잡고 조직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