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특유의 이미지에 가려져 덜 알려졌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계가 있다. 손목을 단단히 감싸는 메탈 브레이슬릿 제품이 전부인 줄 알았던 롤렉스의 가죽 시계, 클래식 워치의 대명사 브레게의 티타늄 모델,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패션 & 주얼리 하우스 샤넬과 티파니의 매력적인 남성용 시계, 스와치의 오토매틱 워치까지. 다소 생소하다 해서 실력이 떨어질 거란 오해는 금물이다. 때론 재야에서 고수를 만나기 마련이다.

롤렉스 첼리니

▲ 첼리니 타임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디자인과 롤렉스의 우수한 기술력을 모두 갖춘 시계다. 출처=롤렉스

1968년의 일이었다. 롤렉스는 수년간 출시해온 오이스터 모델이 아닌, 드레스 워치를 포함한 첼리니 컬렉션을 선보였다. 첼리니라는 이름은 교황의 전속 조각가이자 금속 세공사로 활약했던 벤베투노 첼리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첼리니 시계의 정교하고 우아한 매력을 떠올리게 한다. 첼리니 컬렉션은 시, 분, 초만을 나타내는 첼리니 타임, 3시 방향에 날짜창을 장착한 첼리니 데이트, 동시에 두 곳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첼리니 듀얼 타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롤렉스가 2016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첼리니 타임은 화이트 래커 다이얼과 에버로즈 골드 케이스를 장착했고 브라운 악어가죽 스트랩을 더해 클래식한 분위기를 한껏 끌여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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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게 타입 XXI 3810

▲ 타입 XXI 3810은 연속적인 시간 측정이 가능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했다. 출처=브레게

세계 3대 시계인 브레게의 진가를 알아본 건 마리 앙투와네트, 나폴레옹, 알렉산더 1세 등 귀족뿐만이 아니다. 브레게는 1918년부터 프랑스 공군에 시계를 납품해왔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브레게는 프랑스 국방부 지정 해양 공군 공식 크로노그래프 워치 메이커로 선정되었고, 1954년 최초의 타입 XX 시계를 선보였다. 이 전설의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1980년대 초까지 프랑스 공군과 해군의 손목을 든든히 책임졌다. 타입 XXI 3810은 타입 XX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로 직경 42mm의 티타늄 케이스와 매트한 블랙 다이얼,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했다. 여느 브레게 시계와 달리 강인한 인상이지만 필기체 로고를 사용해 우아한 멋을 놓치지 않았다.

샤넬 무슈 드 샤넬

▲ 샤넬의 워치메이킹 기술력은 물론 고유의 스타일과 매력까지 겸비한 무슈 드 샤넬. 출처=샤넬

샤넬이 2016 바젤월드에서 오직 남성만을 위한 시계, 무슈 드 샤넬을 선보였다. 무슈 드 샤넬은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을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총 5년의 연구, 개발 끝에 탄생한 칼리버 1은 인스턴트 점핑 아워(디지털 방식으로 시각을 표현)와 레트로그레이드 미닛(240°의 분 표시 창), 스몰 세컨즈 기능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무슈 드 샤넬은 패션 하우스 샤넬 고유의 디자인 코드를 담고 있다. 우선 입체적인 디자인의 칼리버 1은 샤넬이 사랑하는 블랙 컬러를 전체적으로 사용했고, 6시 방향의 점핑 아워 창은 샤넬 No°5 향수병의 팔각형 형태를 연상케 한다. 버클과 크라운에는 힘을 상징하는 샤넬 특유의 사자 모티프를 새겨 넣었다.

티파니 CT60

▲ 직경 40mm의 로즈 골드 케이스와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한 CT60 듀얼 타임 리미티드 에디션. 출처=티파니

주얼리 하우스로 익숙한 티파니는 사실 시계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브랜드다. 1853년 티파니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는 뉴욕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 외벽에 청동으로 만든 아틀라스 시계를 설치했다. 뉴욕 시민들은 이를 기준으로 본인들 시계의 시간을 맞추기 시작했고, 티파니는 소위 ‘뉴욕 미닛’의 창시자로서 시계에 대한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티파니 CT60은 뉴욕 미닛의 창시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에 경의를 표하는 시계 컬렉션으로, 뉴욕에서 영감을 받은 모던한 디자인과 스위스 시계 제조 기술력을 두루 갖춘 명기다. 간단하게 시, 분, 초만 나타내는 제품부터 듀얼 타임 기능의 한정판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한다.

스와치 시스템51 아이러니

▲ 20만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오토매틱 시계의 대중화를 선언한 시스템51 아이러니. 출처=스와치

여전히 스와치를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시계로만 생각한다면, 편견을 깰 시간이다. 스와치의 시스템51 아이러니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한 엄연한 기계식 시계다. 51개의 부품을 단 하나의 스크루로 조립한 시스템51 아이러니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는 무려 9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구리, 니켈, 아연 합금 소재를 사용해 자성에도 강하며 모든 부품들은 케이스 안에 단단하게 밀봉되어 있어 습기나 먼지, 이물질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여느 고급 기계식 시계와 마찬가지로 시스템51 아이러니 역시 백 케이스를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어 보는 즐거움까지 더했다. 가장 아름다운 건 20만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