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SBI저축은행

SBI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이 일본계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금리 상품군 강화로 경쟁사 대비 대출금리를 낮춰 고객들의 부담을 줄여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타 외국계 저축은행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이다’ 누적 실적 1400억원 돌파

SBI저축은행이 중금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금리 상품 ‘사이다’의 누적 실적은 최근 14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12월 출시 후 9개월만에 이뤄낸 성과다.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9.8%의 평균 금리에 금융소비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6.9~13.5%다. 대출 한도는 3000만원이다. 대출기간은 최장 60개월(5년)이며 추가로 3~6개월 거치가 가능해 총 상환기간은 63~66개월이다.

JT친애저축은행도 중금리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최저금리가 연 5.9%인 중금리대출 ‘원더풀 수퍼 와우론’을 출시했다. 금리는 연 5.9~11.9%로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상품 중 가장 금리가 낮다. 대출한도는 최대 1억원, 대출기간은 최장 72개월이다. ‘원더풀 와우론’ ‘원더풀 채무통합론’ ‘원더풀 라이트론’ 등도 운영하고 있다. 원더풀 와우론은 출시 7개월만에 대출잔액 550억원을 뛰어넘었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양사의 최고금리 가계 대출 비중은 타사에 대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9월 현재 SBI저축은행의 27%이상 28%미만 개인신용 대출자 비율은 39.18%다.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44.17%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사의 평균은 51.7%다.

모든 외국계 저축은행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OK저축은행은 그룹 지배구조에 일본 법인 J&K캐피탈이 포함돼 있어 범일본계 저축은행으로 분류된다. HK저축은행은 미국계 사모펀드 JCF가 대주주인 애큐온캐피탈(구 KT캐피탈)에 인수됐다. OSB저축은행은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지난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으로 성장시켰다. 이들 저축은행의 최고금리 가계 대출 비중 OK저축은행 71.27%, HK저축은행 72.38%, OSB저축은행 84.95%로 나타났다.

SBI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는 ‘일본계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SBI저축은행은 모회사가 일본 금융그룹인 SBI홀딩스다. JT친애저축은행은 일본 J트러스트 그룹 계열사다. 일본계 저축은행을 향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사, 서비스 내용으로 판단해야 돼”

J트러스트는 지난해 프로야구구단 넥센 히어로즈와 스폰서 계약을 추진하다 고배를 마셨다. 기존 스폰서 넥센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일본계 금융그룹 계열사에 대한 히어로즈 팬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다. 앞서 배우 고소영도 J트러스트와 광고 모델 계약을 맺기로 했지만 동일한 이유로 논란이 일며 취소됐다.

일각에서는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모기업의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당장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014년 대주주인 SBI홀딩스로부터 1조10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마무리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7.23%를 달성하고 적기시정조치에 따른 경영개선계획을 완료했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J트러스트는 최근 JT친애저축은행에 주주배정 방식으로 총 2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증 목적은 BIS자기자본비율 개선이다. 3월말 기준 JT친애저축은행 자산규모는 1조4857억원이다. 1분기 말 BIS비율은 7.68%에 불과했다. 이는 업계 평균(14.2%)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아직 416억원의 결손금이 BIS비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J트러스트는 JT친애저축은행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증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 중 하나가 외국계 자본의 유입”이라며 “출신 성분을 따지기 보다는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서비스와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평가를 내려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