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잘나가는 업종 중에 하나를 들라면 바로 편의점이다. 정보공개서를 확인해보면 편의점은 매년 새로 문을 여는 점포와 폐업하는 점포수가 거의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의점이 가진 장소적 가치 때문이다. 편의성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고객들이 필요한 것은 뭐든지 흡수해서 취급하는, 스펀지 같은 흡수력은 편의점을 유통업계의 최강자 자리에 올려놓고 있다.

원래 편의점은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대부분의 제품이 일반 구멍가게보다 값이 비쌌다. 그런데 커피와 도시락 등 식음료를 강화한 뒤 편의점은 그 착한 가격 덕분에 가난한 도시민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 되었다.

편의점이 부상하면서 판매업종이 전반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무분별한 출점이 폐업의 많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판매업은 유행을 덜 타고 한 번 발을 들이면 평생사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개별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은 빠르지만 업종은 묵직하게 오래 가는 경향을 보인다.

매장에서 판매품목을 만들지 않고, 완제품을 받아서 판다는 것은 판매업종의 최대 이점으로 꼽힌다. 완제품을 취급하는 대신 취급 품목 수가 많은 것은 언제나 판매업종의 단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저성장 불황기에는 복잡한 상품 가짓수마저도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편의점의 도시락처럼 시장이 필요로 하는 히트 상품을 내면 매출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액세서리 업계 1등 브랜드인 못된고양이의 경우 올 여름 히트한 손 선풍기를 가장 많이 판매한 브랜드 중 하나다. 전국 120개가 넘는 매장에서 16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못된고양이는 셀카봉이 유행할 당시에도 셀카봉을 가장 빨리 구비해서 판매, 빅히트시킨 바 있다.

사무문구점 역시 상품을 통한 진화가 끝이 없다. 기업 간 거래를 주로 하는 오피스넥스의 경우 일반 사무문구는 물론이고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 커피 등 기업에서 소비하는 식음료품이다. 월 매출 2~3억이 넘는 오피스넥스 가맹점포의 경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가구까지 납품하고 있다.

판매업종은 O2O 즉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분야별 장인들이 만드는 수제품을 판매하는 마이마스터즈의 경우 온‧오프라인을 잘 연계한 대표적인 사례다. 백화점 등에 팝업 매장을 운영하는 한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매스티지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서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마이마스터즈가 장인들의 작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라면 버즈아트는 신진예술가들의 작품을 위한 플랫폼이다. 온라인이 기반이지만 오프라인에서 팝업 전시회를 갖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비즈니스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사무문구 프랜차이즈인 오피스넥스도 가맹본부가 맞춤형 B2B몰을 만들어 지역 가맹점에 제공한다. 가맹점 매출 증대를 지원하는 온‧오프라인 결합모델로 가맹점 매출이 동종업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오피스넥스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이 연간 16억8000만원대이고 다이소가 6억5000만원대, 못된고양이가 평균 33㎡(10평) 매장에서 연간 5억원대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는 외식업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금액이다.

이처럼 판매업종은 갈수록 취급상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창업자를 유혹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대에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며 전 세계 자원을 하나로 엮는 플랫폼이 가진 가치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품질 좋은 무납, 무니켈의 국내산 액세서리를 공급하는 못된고양이는 미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26개 매장에서 한국 액세서리의 품질을 과시하고 있으며, 글로벌 매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각종 향초와 디퓨저를 판매하는 양키캔들이나 핸드폰케이스를 판매하는 디자인스킨도 심플한 사업모델을 가진 장점을 무기로 한때 창업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판매업은 외식업과 달리 창업자의 판매력 상실함에 따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야전 장사꾼의 센스, 성실, 대인관계에 자신 있는 창업자라면 거리의 노점상에서 사업을 시작해 글로벌 강소 프랜차이즈를 키우고 있는 못된고양이 양진호 대표처럼 또는 역사 속의 개성상인들처럼 판매업종에서 성공의 기회를 모색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