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 모르겠다. 3박4일의 짧은 경험이었을 뿐이다. 문화, 차량 통행량, 교통 법규 등이 모두 다르다. 도로 구조도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확신이 있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도로 위는 한국보다 훨씬 질서정연했다. 그렇게 느꼈다.

선입견이 있었다. 대만은 단연 ‘이륜차의 천국’이다. 1인당 오토바이 보유 대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세 이상 인구 중 80% 가량이 이륜차 운전자라는 통계도 있다. “무법천지겠구나.” 한국에서 수차례 목격한 얌체 같은 오토바이 운전자 탓에 생긴 편견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 이륜차 운전자들이 신호를 칼 같이 지켰다. 헬맷 착용률은 100%에 가까웠다.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긴 했지만 경적을 울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도로 위는 평화로웠다.

비결이 있었다. 택시 운전자들의 ‘양보 운전’이다. 대만은 신차 판매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이다. 이륜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대중교통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노란색 택시를 상당히 자주 접할 수 있다.

기사들은 대부분 ‘방어 운전’을 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방향 지시등 켜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거나 추월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이동이 필요할 때마다 매번 택시를 탔지만, 불쾌했던 기억이 없을 정도다.

한국의 택시는 다르다. 그야말로 도로 위의 ‘무법자’다. 양보운전 보다는 방향 지시등 없이 ‘칼치기’를 시도하는 장면이 더 익숙하다. 피곤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운전자도 상당하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신호 위반으로 이들의 난폭운전에 응수한다.

덕분에 한국의 도로 위는 혼잡하다. 지옥 같은 교통 체증 속에서 분노 지수만 높아진다. 대만에서 느낀 양보운전의 미덕이 그리울 따름이다. 여담이긴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3년 기준 2.2명이다.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교통 상황이 전혀 다르지 않냐”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도로 위에 차가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차가 막혀 운전자들이 난폭운전을 하는 것인지,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차가 막히는 것인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